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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독일의 작은 마을인 타우누스를 배경으로하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인기가 많았던 네 번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두 번째 이야기인 '너무 친한 친구들'이 앞서 번역 출간된 바 있습니다.
국내에는 가장 인기 많았던 작품이 먼저 출간되는 경향이 있어선지 순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백성공주에게 죽음을' 같은 경우에는 출간 4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32주 연속 판매 1위에 오른 경력이 있고 '너무 친한 친구들' 같은 경우는 자비 출판인데도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더 많이 팔리는 위력을 발휘해 작가가 유명해진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형사물이나 탐정물같은 추리 소설 장르에는 남성 작가들이 많은 편인데 그 안에서도 유명해지는 여성 작가들은 꼼꼼하게 감성을 잘 엮어내는 특징 덕분에 좀 더 독특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넬레 노이하우스 역시 지역 기반을 둔 작품이라 마을 사람들이나 외지인의 경계, 그간의 역사들을 무시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게다가 독특한 것은 단순히 사건만을 좇는 형사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지역의 이야기와 함께 형사들의 일상도 간간히 그려냅니다. 지역 이름을 딴 시리즈라고 명명되고 있지만 주인공 두 사람이 주요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멋있는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감이 좋은 여형사 피아가 고정으로 나옵니다.
두 번째 작품에서 피아의 사생활이 문제가 되었다면 이번 다섯 번째 작품은 보덴슈타인의 사생활이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이 반장님의 멋있는 활약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야기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큰 주제는 풍력 발전소를 설립하기 위한 회사와 시민단체, 지역민들의 의견 충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 여행을 휴가차 다녀온 피아는 도착 즉시 살인 사건을 맡게됩니다. 보덴슈타인의 상황 때문에 결국 피아의 활약상이 많이 그려지는 편입니다.
풍력 에너지 개발회사 '윈드프로'의 경비원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의례 추리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정확한 알리바이나 유력 용의자라던가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들이 전혀 없습니다. 정말 현실의 일을 다루는 것처럼 형사도 정신없고, 회사의 주변 인물들도 정신없습니다. 게다가 이 풍력발전소를 위해 땅을 내놔야하는 지역민들과 반대를 위한 환경 단체의 인물들도 본격적인 사건과의 연관성이 아닌, 그들의 사생활 얘기가 뚝 짤라진 어느 시점부터 시작되기에 좀 정신이 없습니다.
아주 깔끔하게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이야기는 쓰지 않는 작가들이 있는 반면 이 부분도 염두해두고 쓴 것일까 싶을만큼 아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곁들이는 작가들이 있는데 넬레 노이하우스도 후자의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많은 등장인물들의 일상이 전환되며 그려져서 정신없지만 곧 그들의 윤곽이 독자로 하여금 자리잡게 되면 피아와 함께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살인을 했을지 추리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면은 인간의 나약함입니다. 그로인해 타인에게 받는 상처라던가 반대로 나 역시도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서로의 골이 깊어만가는 인간 관계가 나옵니다.
원래 추리 소설이 유명한 경우는 희대의 살인마가 나온다던가 살인의 대단한 트릭이나 그것을 밝혀내는 추리의 힘이라던가 그런 부류가 많은 편인데 이 소설은 그런 사건을 통해 모두가 동화되어 이상한 분위기가 되는 소설이 아닙니다. 정말 평범한 한 마을에 가족간에 깊었던 감정의 골이라던가 어떤 문제로 인해서 사람이 변해간다던가 그런 넓은 시간에 걸쳐 쌓인 감정의 문제로 인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고력이 결정되는 이야기입니다.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좀 심리 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지요. (반대로 앞서 언급한 그런 추리 소설을 상상했다면,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맥빠지는 면도 있는듯 합니다.)
원자력이 아닌 대체 에너지를 표방한 풍력 발전은 자칫 좋아보일 수 있지만 회사의 이권 문제나 거기서 파생되는 학자와의 관계, 또 그들의 각각의 문제라던가, 작은 마을에서 땅을 팔아서 받을 수 있는 보상금, 그것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사람이 보여주는 면과 실제 그 인물의 됨됨이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면이 얽히고 섥혀서 아주 많은 관계들을 담아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소설의 정말 묘미는 읽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다 읽고나서 보면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주 드라마틱한 과거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물론 몇 인물들에겐 그렇긴 하지만요) 읽는 과정이 아주 꼼꼼하고 치밀하게 써졌다는 기분이 들어서 책을 손에게 놓을 수 없게 합니다.
읽은 후 충격적인 기분이 들었던 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던 것 같은데 이 '바람을 뿌리는 자'는 읽으면서 더욱 재밌고 더 현실감이 있게 써내려간 것 같아서 전작보다 더 괜찮지 않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순서대로 이 시리즈가 계속 번역되어주길 바라면서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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