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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가이도 다케루의 의학 미스터리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 시리즈'의 외전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은 전혀 연관이 없구요. 같은 지역인 사쿠라노미야를 공유하고 있으며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비중이 그리 큰 편은 아니구요. '나전미궁'으로 예상되는 부분도 잠시 언급됩니다.
이번에는 공학도랄까 물리학도랄까 그쪽 계열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작가가 '시인 불명 사회'를 집필하던 중에 머리 식힐 겸 즐겁게 써내려간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상당히 유쾌하고 가벼운 특징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평가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닌데 저는 재밌게 봤고 짜임있는 진행과 반전 덕분에 별 다섯개를 매겨봅니다.
아무래도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들은 어딘가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확실히 규정지을만큼 2% 가벼움이 있달까요. 거기에 이 소설은 더 가벼운 면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캐릭터의 구성은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으로 시작된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배경은 2013년으로 설정되어 있구요. 1988년 거품경기로인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1억엔씩 주기로 결정했던 이야기에서 시작이 됩니다. 이 사쿠라노미야 공무원들은 부의 상징인 금을 갖고 싶었지만 1억엔 상당의 금을 갖고 있어봐야 의미가 없기에 아이디어를 내서 지구의를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어느 정도 큰 황금지구의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해서 결국 지도의 일본 부분만 금으로 만드는 작업을 착수합니다.
그냥 머리 식히려고 적은 소설이라지만 이 황금지구의에 대한 현실적인 계산 덕분에 무척 고생을 했다고 하네요. 이 황금지구의는 사쿠라미야 수족관에 놓이게 되는데 불경기인 지금 히라누마 헤이스케에게 대학 친구가 나타납니다.
화자는 바로 이 히라누마 헤이스케입니다. 그는 '히라누마 철공소'의 영업부장 겸 임시 공원으로 일을 하는 중인데 아버지의 공장을 돕기 위해 진학한 물성물리학과 대학원에서 이렇다할 논문을 쓰지못한 채 포기 상태에 있습니다.
대학 때 만나 불행을 몰아다주고 함께 많은 범법행위를 하고 다녔던 히사미츠 조지, 일명 글라스 조의 등장에서 여태까지의 평범했던 이야기는 범죄물로 흘러가게 됩니다. 바로 황금지구의를 접수하자는 의견을 냅니다.
단순히 잠입해서 훔쳐내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히라누마 철공소'에서 만든 수많은 기기들을 가지고 지구의를 자르고 도려내고 대체품을 만들고 등등. 이야기는 상당히 이공계 스타일로 흘러가는데 너무 전문적이라 되려 어처구니가 없어집니다. 즉흥적이고 말만 번지르르한 글라스 조와 무척 성실한 듯 보여서 이런 범행과는 어울리지 않는 헤이스케의 조합은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가 절로 떠오르기도 하지요.
전혀 학문적 지식이 없으면서도 특이한 기계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헤이스케의 천재적인 아버지도 그렇지만 짜증나게 만드는 수족관 관장이나 시청 관재과 과장 고니시도 어떤 의미에서는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갑니다. 헤이스케의 부인 기미코나 아들 유스케도 평범한 인물은 아닌 것 같이 보입니다.
이렇게 나열하다 보면 전부 천재들 밖에 없어서 어이가 없어지는 면이 있는데 그것 역시 가이도 다케루 소설 속의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허황된 인물인 글라스 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헤이스케의 중심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이것은 도둑질을 하는 얘기가 아니라 무슨 납기일을 맞추는 공장의 스토리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역시 범죄물에서 반전이 없으면 재미가 없겠지요. 너무 순탄하게 일은 흘러가지만 역시 헤이스케는 속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정신없이 일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더 이상한 상황에 놓이게됩니다. 결국 주변 천재들의 도움 아닌 도움 덕분에 사태들은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지만 거대하거나 장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보다 더 한 반전은 마지막에 따로 있는 것 같구요.
거창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등장하는 기계들은 꽤나 거창하고 여러 천재들이 등장하는데도 이 소설 속의 모습은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대수롭지 않은 청년들의 치기어린 장난 같은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범죄라는 느낌보다는 좀 코믹하고 안타까운 느낌의 감정이 헤이스케에게 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처럼 '헤이스케 - 글라스 조 콤비'로 마을의 소소한 사건을 수사하는 홈드라마같은 추리물은 어떨지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지요.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 시리즈'가 드라마로 계속 방영되고 있는데 이 이야기도 영화화되면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등장하는 기계들을 만드는게 더 큰 일이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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