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공포관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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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978년에 시작된 이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계속 집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공포관'은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중에서 학원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교생들이 중심이 되어서 나옵니다. 목차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프랑켄슈타인, 노스페라투'라고 제목이 붙여 있는데요. 이야기 중 공포 동아리, 연극 동아리가 나와서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책 뒷쪽을 보면 간략하게 이 소설의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가스 사고로 위장된 여학생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게 되면서 살인 사건과 만나게되고 해결해나가는 줄거리입니다.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면서 그리 무겁지 않게 그려내는 작가 특유의 필체가 역시 두드러집니다. 시리즈가 살아남기 위한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이번 이야기 속에서도 패턴이 조금 달라진 모습이 엿보입니다.

 

시리즈이긴 하지만 독립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유언 덕분에 아버지를 이어 경찰이 되는 주인공 가타야마 요시타로. 유능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전혀 경찰이 맞지 않아서 늘 그만둘 생각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에반해 여동생 하루미는 사건에 관심도 많고 해결을 위해 오빠를 부추기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하루미를 좋아하는 이시즈까지 기본 등장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사건을 꿰뚫고 있는듯 종종 사건의 힌트를 주는 진짜 주인공인 우아한 고양이 '홈즈'까지. 경찰이 주인공이지만 형사물이라기 보다는 조금 의지하기 힘든 나약한 탐정이 주인공인 코믹 추리물스러운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흔히 형사물에서는 조직을 강조하기 위해서 조직의 우애를 다룬다던가 반대로 경찰들을 무능하게 그리는 탐정물이 있는 반면에 이 소설 속에서는 어느 쪽의 특징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조롱하는 요소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드라마화되어서 가타야마가 상당히 무능한 인물로 그려지긴 했지만 이 원작에서 등장하는 가타야마는 그렇게까지 무능한 경찰은 아닙니다.

 

저자 아카가와 지로는 여러 시리즈로도 성공한 작가이기도 하고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 속에서도 캐릭터의 심리묘사를 잘써낸 작가입니다. 그래서 이번 소설 속 10대들의 심리 묘사도 꽤 잘 그려냈습니다. 간혹 추리물을 읽다보면 이런 이유로 살인까지 해야하나란 생각이 들긴하지만 사건이란 그렇게 우발적으로도 일어나긴 하니까요. 물론 계획 살인도 존재하지만요.

 

최근 국내에서도 성관련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는 탓에 그다지 흥미로운 소재는 아닙니다.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10대들의 치정은 보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게 사실이니까요. 임신과 살인. 좁은 것 밖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10대들의 이야기가 가타야마도 모르는 곳에서 정신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와 연극을 매개체로 그려낸 이번 이야기는 개인적인 취향 탓도 있고 가타야마의 활약상이 다른 소설보다 떨어졌다는 점에서 별은 네 개만 매겨봅니다. 애착을 갖고 있는 작가이면서 시리즈이기 때문에 매번 즐겁게 보게되는데 이번 이야기는 소재 자체가 저를 무겁게 하네요.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Kyofukan by Jiro Akagawa (1985)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공포관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6월 28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7월 5일

옮긴이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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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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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여덟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고 장편입니다. 최근 드라마화 되어 방영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4화에서 사용되었구요. 드라마와 원작이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으로 경시청 수사1과 형사가 되지만, 맞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그만두고 싶어하는 가타야마 요시타로와 우연한 기회에 함께 살게 된 삼색털 고양이 홈즈가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외에 오빠와는 전혀 다르게 사건에 관심이 많은 여동생 하루미와 그런 하루미를 사랑하고 단순, 무식하며 메구로서에 근무하는 이시즈가 고정 멤버로 출연합니다.

 

드라마와 달리 고양이 홈즈는 그냥 평범한 고양이로 나오지만 머리가 좋은듯 사건의 내막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종종 힌트를 주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번 '기사도'편에서는 모두 독일로 사건 해결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단 해외라는 점이 이 편의 특징이고 고성에 살면서 일어났던 예전 사건과 이제부터 펼쳐질 사건과의 연관성 등도 특징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초창기 작품이라 이 소설의 집필 연도 또한 1980년대이지만 연락 수단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시대감이 느껴지거나 촌스러운 면은 없습니다. 시리즈이기 때문에 차례대로 읽는 것이 재미를 더해주긴 하지만 각각의 다른 주제를 잡고 있어서 따로 읽어도 무방합니다. 하루미와 이시즈의 관계 정도만 연계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큰 발전이 있진 않지만요.

 

일본에서도 몇째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가 나가에. 둘째 아들인 나가에 히데야는 13세기에 세워졌다는 독일의 고성에서 살고 있습니다. 3년 전의 사건이 프롤로그로 등장하고 형인 나가에 가즈야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채 모두 함께 독일로 향합니다.

 

부인이 살해 당한 후 사람들 만나기를 꺼리는 히데야를 찾아가면서 형인 가즈야는 자신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성에 도착하면서 성은 고립되고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크게 보면 아카가와 지로는 라이트 노벨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라이트 노벨치고는 좀 순수 문학과 추리 소설을 합한 정도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면이 있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쓰는 작가 정도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추리물에서 고성, 그 곳에서 발생하는 밀실 살인은 흔한 소재입니다. 정통 미스터리에서 선호하는 면이 있지요. 영국 추리물에 영향을 받은 일본 추리물이 선호하는 한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 역시 단편에서 등장하곤 했던 무대입니다.

 

새로운 장소, 밀실의 공포감을 적절히 사용하면서도 여전히 긴장감없는 이시즈의 행동이라던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면은 비슷합니다. 시리즈의 한계는 이 특징을 고수하는데서 올 수 있는데 같은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50권의 소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데서 이 시리즈의 저력을 알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심지어 '셜록 홈즈'는 몰라도 이 홈즈는 안다고 할 정도라니까요.

 

그간의 배경과 좀 다른 것도 있고 정통 추리물의 소재를 함께 사용했다는 면에서 시리즈 중에서도 꽤 수작인 '기사도'편이지 않나 싶습니다. 단순하지 않은 범인 상, 각 캐릭터의 진짜 모습들을 보여주고 정말 사건에 얽힌 내막까지 정신없이 이야기가 변해갑니다. 결말 역시 아카가와 지로 스타일 그대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Kishido by Jiro Akagawa (1986)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6월 28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7월 5일

옮긴이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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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으로 본 보스턴 이야기 - 세계 건축의 수도, 보스턴에 가다 세계 건축 기행
이중원 지음 / 사람의무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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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책은 건축공학과 현직 교수의 보스턴 이야기입니다. 보스턴에서 11년간 살면서 공부하고 지냈던 시간들을 바탕으로 책을 펴냈습니다. 그렇다보니 단순하게 한두번 여행을 다녀온 정도로 책을 낸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면들이 많습니다.

 

저는 건축 전공자는 아니지만 관심이 있어서 종종 관련 서적들을 읽습니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을 정도로 다독을 한 것은 아니고, 에세이 읽듯이 가볍게 읽어보곤 하는 편입니다. 건축도 그러하겠지만 관련 서적 출판도 국가마다 개인마다 취향이 있어서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장르의 책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하나의 건축의 장르 속에서도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서적이 존재하거든요.

 

이 책의 배경은 저자의 삶의 터전이 되었던 곳이기 때문에 단순히 다녀오고 관찰한 수준이 아니라 많은 세월을 담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학교 과제를 위해 어떤 건물을 관찰했다는 일화 속에서도 단순히 그 건물에 관련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의 흐름이나 타인과의 관점의 차이라던지 외국인으로써의 또 다른 생각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단순히 건축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이 매개체가 되어 '보스턴'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이야기한달까요. 역사도 존재하고 자신의 성장기도 역시 존재하게 됩니다.

 

저 역시 많은 매체를 통해서 보스턴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부분도 많고 혹은 전혀 모르는 지역도 있습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넓은 지역의 사진을 통해서 구역을 나눠 독자로 하여금 전체적인 도식을 머리에 그리게 하고 내용 안에서는 좀 더 세부적인 설명을 곁들였다는 점입니다.

 

건축공학 전공자들에게는 선배의 보스턴 적응기나 학업에 관한 기록으로 읽어질 것 같고 비전공자들에게는 보스턴이라는 도시의 모습과 역사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축의 대단한 점은 거대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보자면 간단한 작업이 아닙니다. 그리고 실용성과 예술적인 면을 다뤄야하는데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되겠지요. 게다가 시대적 유행이나 개인의 취향도 반영될 것 같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요소들은 혼자 해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과 돈의 제약을 받게 됩니다. 비전공자로써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순환논리에 빠져버려서 건축은 역시 단순하지 않고 단기간에 가능하지도 않으며 고려해야할 점들이 너무도 많아 어떻게 이렇게 멋있는 건물을 완성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노고에 경의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위대한 건축자가 기념할만한 예술품으로 완성시킨 이야기도 물론 나오지만 인상깊었던 것은 단순히 카페의 외관에서도 도시의 특징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대가의 독창성도 좋겠지만 이 도시만의 색을 지켜나가는 것은 얼마나 자신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이런 소시민들(?)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건축학과 교수님의 이야기이니 전문적인 부분들이 많이 나옵니다. '보스턴이 이렇게 대단한 건축물이 많은 곳인가!' 하고 놀랄 정도니까요. 크게 '비콘 힐, 노스 엔드, 다운타운, 백 베이, 펜웨이, MIT, 켄달 스퀘어, 하버드 대학' 부분으로 목차가 나뉘어져있습니다.

 

고전의 양식들을 결합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이 보스턴에 세운 많은 건축가들. 어느 건물 하나도 비슷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그들의 고집이 그대로 녹아났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작품 하나 획일적이지 않아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줄곧 놀라곤 하는 것은 건축이란 분야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고 그 수많은 노력들을 한번에 보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대가의 작품 이면에는 더 많은 평범한 건물들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도시 재생 문제가 세월의 흐름 속에 항상 존재하곤 합니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고치거나 혹은 부수는 작업도 분명 있습니다. 깨끗하고 새로운 것을 최근에는 너무 선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은 오래걸리고 힘들지만 단순한 것은 단순히 지어질 수 있어도 쉽게 버려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대가들의 예술품을 보다가 생각은 더 많은 평범한 건물들로 옮겨갑니다. 오래 변하지 않은 마을, 그러나 성장기 속에 있는 활발한 마을은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것일까요. 이 보스턴의 두 가지 모습이 보스턴만의 이야기는 아니라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다니는 길이 조금 새로워졌습니다. 어떤 건물이 있고 얼마만큼노후되어 있는지, 어떤 새로운 건물이 올라왔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지었을지 생각해보게된달까요.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가늠하기 힘들지만 왠지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들의 건물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지역의 한 시대를 함께 걸어가는 친구같은 마음이랄까요.

 

책에 나왔던 수많은 건물들은 다른 사람들의 사진 속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담겨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한동안 보스턴 여행기를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책 정보

 

건축으로 본 보스턴 이야기

지은이 이중원

펴낸곳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사람의무늬)

초판 1쇄 발행 2012년 4월 6일

초판 2쇄 발행 2012년 4월 30일

디자인 김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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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핸드백 - 15세 가을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1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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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지난 분기 일본에서 드라마화된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를 비롯해서 스무 가지가 넘는 시리즈를 보유한 작가, 매년 열 편 이상의 소설을 써내는 작가, 1976년 데뷔 이래 약 500편이 넘는 소설을 출간한 작가, 누적 발행부수가 3억 부가 넘어 전 세계 작가들의 순위에 이름이 올라있으며 일본 작가로서는 최대 발행부수의 기록을 지니고 있는 작가 등 이 소설의 저자인 아카가와 지로의 수식어는 참으로 많습니다.

 

순수 문학이라기엔 조금 부족한 라이트 노벨이랄까 엔터테인먼트적인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인데요. 그렇다고 결코 가볍기만한 소재를 다루지도 않고 판타지를 그리고 있지도 않고 조금 가벼운 추리물을 쓰는 작가 정도로 인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시리즈를 줄곧 읽어오는 독자에게 한 캐릭터가 가지는 의미란 참으로 크지요. 어떻게 변화될까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실존 세계의 한 인물에게 느껴지는 관심보다 어쩌면 더클지도 모릅니다. 상상의 세계란 그만큼 매력적이니까요. 그런 감정을 저자는 잘 알고있는듯 바로 이 시리즈를 탄생시켰는데요. 주인공 '스기하라 사야카'라는 소녀가 15살을 시작으로 매년 한 편의 소설 속에 등장시켜 그녀의 삶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시리즈는 22편이 출간된 상태구요. 단순히 '15세'라는 점 때문에 중, 고생만을 위한 소설이라고 하기엔 꽤 빠른 성장 속도(?)를 갖지요. 인기를 위해서 캐릭터에 집착해서 수년 동안 성장시키지 않는 작가들도 있는데 말이지요. 다른 면으로 말해보자면 작가 혼자 이 아이디어를 원한다고 시리즈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팔려야 시리즈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는 작품들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대가로 인정받는 작가들이 아니면 시리즈의 완역이 쉽지 않습니다. 중단되는 경우가 많지요. 아카가와 지로 작품들 역시 그런 과정들을 겪어 왔습니다. 이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도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지속되기를 바래봅니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이야기는 초임 선생 안자이 기누코가 첫 부임 장면을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중학교 3학년의 담임이 되는데 본인은 어려보여 자칫 고등학생으로도 오해받는 스물두살입니다. 주인공 스기하라 사야카의 담임이 되는 인물입니다.

 

스기하라 사야카는 상쾌하다는 일본어인 '사와야카'로 불리우는 밝은 소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마쓰이 히사요가 최근 학교에 잘 나오지 않아 걱정이 많습니다. 집안 상황도 좋지 않아 세상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어른들이 오해하는 비행청소년은 아닙니다.

 

이 날도 사야카는 히사요를 등교 전에 만나게 되고 그녀는 실종됩니다. 며칠 뒤 히사요의 전화를 받고 사야카는 급히 뛰어나가지만 한발 늦어 시체를 발견하고 히사요는 자신의 녹색 핸드백을 사야카에게 준다는 이야기를 남깁니다.

 

이외에 반장인 하마다 교코, 전학생인 니와 아키오, 경찰인 가와무라가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사야카는 최초 발견자라 범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진행되는 것 같지 않은 수사 상황에 애가타서 직접 조사를 하려고 합니다.

 

15살 소녀가 추리, 수사를 한다고 해서 전형적인 캐릭터로 추측을 했었는데요. 탐정이나 경찰 직종을 희망하는 스타일로요. 그런데 전혀 아니더라구요. 밝으면서 약간은 끈기나 담력이 쎈 평범한 소녀의 느낌이랄까요.

 

녹색 핸드백이 사건의 열쇠가 되어 등장하게 되고 사야카는 겁도 없이 눈 앞에 벌어지는 사건의 실마리들을 잡고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흔히 일반인이나 탐정을 주인공으로하는 추리물에 등장하는 경찰이 무능하게 그려진다던가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경찰 조사가 자세히 등장하진 않지만 그들 나름대로 실마리를 좇고 있는 정도로 등장하게 되구요.

 

아카가와 지로 답게 종종 유머러스한 면들이 가미되기도 하구요. '하야카와가 시리즈'에서 느꼈듯이 심각한 소재가 결국 사건의 진상이 되는데 참으로 심각하지 않게 그려내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이래서 되나 싶기도 하고 너무 무겁게 그리진 않으니 며칠 동안 체한듯 묵직한 감정에 빠지진 않습니다.

 

이런 방식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긴 하지만 단순히 말하자면 대중성이 있는 것도 그 탓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스기하라 사야카의 16살은 어떤 느낌일지, 어떤 20대를 경험하고 30대가 될지 그 인생이 궁금해집니다.

 

 

 

 

 

 

 

책 정보

 

Wakakusairo no Pochette by Jiro Akagawa (1988)

녹색 핸드백

스기하라 사야카 15세 가을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찍음 2012년 8월 12일

초판 1쇄 펴냄 2012년 8월 20일

옮긴이 한성례

디자인 enter design

일러스터 www.yuhaillu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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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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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저자의 소설을 읽지 않아도 이름은 익숙한 작가일 것 같습니다. 일본 작가들의 인터뷰에서도 그렇지만 일본 드라마를 보면 마쓰모토 세이초 원작을 드라마화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더라구요. 저도 몇 편을 봤었는데 이번 기회로 처음 읽어보게 되었네요. 책 날개의 설명을 보니 10년동안 좋아하는 작가 1위를 할 정도이고 41살의 늦은 나이에 데뷔해서 '사회파 추리소설'의 붐을 일으켰다니 추리 소설 작가들에게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었구나 싶더라구요.

 

개인적으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을 읽지 않아왔던 이유는 너무 무겁다는 단 한 가지 이유였습니다. 그의 원작을 드라마화한 것만 봐도 원작의 대단함은 짐작이 가지만 나이를 한살씩 먹어갈수록 이상하게 동화적인 면이 있는 픽션에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그만큼 세상이 동화적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는데요. 결론을 먼저 언급해보자면 '아 정말 그토록 사랑받는 작가의 위력은 단 한편의 단편으로도 알 수 있구나'라는 문장으로 다 표현될 것 같습니다.

 

종종 책을 읽다보면 읽은 책에 관해 논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완벽하면 그럴수록 쓰기 힘들어집니다. 구구절절한 수식어가 필요없으니까요. 이 책 역시 제게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간혹 좋아하는 소설을 만나더라도 개인적 취향이 적용되는 것이지 모든 이에게 대작인 책은 그리 흔치 않죠. (인기도나 대중성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표제작인 '잠복'을 시작으로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 모음집입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출판사 모비딕과 북스피어에서 세이초 시리즈가 나온다고 하네요. 소설과 논픽션 시리즈가 있구요. 이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총 여섯 권으로 나눠져있는데 (더 예정된건지는 모르겠네요.) 크게 세 범주로 나눠 추리소설에 해당하는 작품을 1, 2편으로 현대소설을 3, 4편으로 에도 역사소설을 5, 6편으로 묶었다고 합니다.

 

추리 소설이지만 트릭 중심이 아닌 추리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을 쓰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잠복'이었다고 합니다. 잠복은 크게 분류하자면 경찰 수사물인데 그리 길지는 않은 단편입니다. 어떤 화려함이나 강렬한 인상을 가지지 않는데도 상당히 수작이라 느꼈고 이 한 편으로 왜 대단한 작가인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이 단편집 '잠복'에 나오는 문체의 특징은 (다른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작가의 특징인지는 확언할 수가 없네요.) 약간 거리감이 있는 관찰자의 시각으로 쓰여진다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단지 '잠복'같은 수사원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것이 아니라도 어딘가 감정이 절제되어 있고 캐릭터 자체가 잣대를 갖다대지 않는 면이 있달까요.

 

설명하자면 범인을 확신하고 쫓는 상황에서도 어딘가 제 3자가 서술하고 있는 듯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독특한 기분이 들고 너무 독자로하여금 그 감정에 함께 휘둘려주기를 원치 않는 기분도 들지요. 철저히 저자 자신이 독자로써 글을 쓰는 기분이랄까요.

 

단편 '잠복'의 스토리라인은 그리 독특하진 않습니다. 범인과 관련이 있는 인물을 관찰하면서 그 범인을 기다리는 형사를 그립니다. 반전이나 특별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있을 법한 한 사건을 기술할 따름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단순하지 않은 감정이 생기는 것은 바로 그 문체 자체에서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관찰하면서 알게되는 인간의 냉정함이랄까 안타까움이랄까 덧없음 같은 것에 공감하게 되는 면이랄까요.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면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열혈 형사가 아니라 이런 인생도 있다는 좀 더 어른의 시각 때문이랄까요. 그가 그려낸 소설이 드라마화되어 누군가의 각색을 거쳤지만 이런 면은 공통적인 것 같습니다.

 

한 사건의 관련자로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인물과 목격자로 스친 인물의 관점이 번갈아 나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얼굴', 인쇄소를 운영하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것과 같은 이야기인 '귀축', '잠복'보다는 '얼굴'과 좀 비슷한 면이 있는 단편입니다. 죄짓고 살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마쓰모토 세이초식의 교훈이 아닐까요.

 

벌거 아닌 일로 신문사를 그만두고 어쩔 수 없이 작은 동네에서 기자 일을 재계하는 주인공은 예상 밖으로 진정한 기자로 거듭납니다. '투영'은 오히려 가장 추리물 같은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화 교환원으로 한 목소리를 듣고 사건에 연루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목소리'는 경찰 수사물의 일종입니다.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에서는 한 작가로 하여금 사건을 추리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가장 흔한 추리물에 가까우면서 평범한 기분이 들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일 년 반만 기다려'는 한 인물의 인간성은 보여지는 것과 다른 본성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카르네아데스의 널'에서는 긴급피난의 문제입니다. 내가 살기위해 상대를 죽이는 것은 정당한가에 대한 법률입니다. 이야기는 성공한 사학과 교수가 이제는 힘없는 은사와의 관계를 통해서 함께 파멸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 자체로 생각해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지 않나란 생각이 드는데, 그 은사로 하여금 자신의 허영을 채우고 교만하기 위해서 파멸을 자초한 주인공의 모습은 흡사 비논리적인 선택을 감행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미스터리의 분류에 있기 때문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이 어두운 것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의 장르 속에서도 충분히 어두운 면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면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은 (적어도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이야기들 속에는) 추악한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그렇다고 희대의 범죄자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평범하고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 한순간의 선택으로 나와 주변이  파멸로 들어가는 그런 암흑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냉정할만큼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그의 관점으로 쓰여졌기 때문인건지 독특하다는 인상과 함께 어떤 감수성을 느낍니다. 독자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내거나 안타까움을 느끼라고 강요하는 저자가 아니라 이런 선택을 통한 이 사람의 인생을 보라는, 얼마나 비정한 인생을 살았느냐는 기분이 그 멀찍히 쓰여진 시선 속에서 느껴진달까요.

 

소재나 반전, 트릭같은 면이 아니라 바로 이 부분이 그의 소설의 핵심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제된만큼 모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저자의 필력이 담겨있는 고전의 힘이 보이는 단편집이었습니다.

 

 

 

 

 

책 정보

 

Harikomi by Seicho Matsumoto (1965)

잠복

마쓰모토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1

지은이 마쓰모토 세이초

펴낸곳 모비딕

인쇄 2012년 6월 20일

발행 2012년 7월 1일

옮긴이 김경남

디자인 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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