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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에 시작된 이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계속 집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공포관'은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중에서 학원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교생들이 중심이 되어서 나옵니다. 목차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프랑켄슈타인, 노스페라투'라고 제목이 붙여 있는데요. 이야기 중 공포 동아리, 연극 동아리가 나와서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책 뒷쪽을 보면 간략하게 이 소설의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가스 사고로 위장된 여학생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게 되면서 살인 사건과 만나게되고 해결해나가는 줄거리입니다.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면서 그리 무겁지 않게 그려내는 작가 특유의 필체가 역시 두드러집니다. 시리즈가 살아남기 위한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이번 이야기 속에서도 패턴이 조금 달라진 모습이 엿보입니다.
시리즈이긴 하지만 독립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유언 덕분에 아버지를 이어 경찰이 되는 주인공 가타야마 요시타로. 유능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전혀 경찰이 맞지 않아서 늘 그만둘 생각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에반해 여동생 하루미는 사건에 관심도 많고 해결을 위해 오빠를 부추기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하루미를 좋아하는 이시즈까지 기본 등장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사건을 꿰뚫고 있는듯 종종 사건의 힌트를 주는 진짜 주인공인 우아한 고양이 '홈즈'까지. 경찰이 주인공이지만 형사물이라기 보다는 조금 의지하기 힘든 나약한 탐정이 주인공인 코믹 추리물스러운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흔히 형사물에서는 조직을 강조하기 위해서 조직의 우애를 다룬다던가 반대로 경찰들을 무능하게 그리는 탐정물이 있는 반면에 이 소설 속에서는 어느 쪽의 특징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조롱하는 요소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드라마화되어서 가타야마가 상당히 무능한 인물로 그려지긴 했지만 이 원작에서 등장하는 가타야마는 그렇게까지 무능한 경찰은 아닙니다.
저자 아카가와 지로는 여러 시리즈로도 성공한 작가이기도 하고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 속에서도 캐릭터의 심리묘사를 잘써낸 작가입니다. 그래서 이번 소설 속 10대들의 심리 묘사도 꽤 잘 그려냈습니다. 간혹 추리물을 읽다보면 이런 이유로 살인까지 해야하나란 생각이 들긴하지만 사건이란 그렇게 우발적으로도 일어나긴 하니까요. 물론 계획 살인도 존재하지만요.
최근 국내에서도 성관련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는 탓에 그다지 흥미로운 소재는 아닙니다.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10대들의 치정은 보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게 사실이니까요. 임신과 살인. 좁은 것 밖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10대들의 이야기가 가타야마도 모르는 곳에서 정신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와 연극을 매개체로 그려낸 이번 이야기는 개인적인 취향 탓도 있고 가타야마의 활약상이 다른 소설보다 떨어졌다는 점에서 별은 네 개만 매겨봅니다. 애착을 갖고 있는 작가이면서 시리즈이기 때문에 매번 즐겁게 보게되는데 이번 이야기는 소재 자체가 저를 무겁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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