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하늘 아래서
지난밤에는 모처럼 달이뜨고 별이 돋아
오래만에 들에 서서 밤이 이슥하도록 하늘을 바라 보았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투명하고 편해진다.
투명한 마음으로 우주 속의 인간사를 생각하게 된다.
무변광대한 우주에 견줄 때
우리 인간은 한낱 먼지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먼지끼리 어울려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화해하면서 그 언저리에 맨돌다 살지는가 싶으니,
새삼스레 삶의 허무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에 한 친지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우리는 에도와 함께 우리 몫으로 허락받은 남은 세월을
다시 헤아려보게 됐다.
이웃의 죽음은 결코 나와 무연한 남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내 "있음"을 비쳐주는 엄숙한 묵시다.
목숨을 지니고 살아가는 순간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물론 사람은 홀로 태어났다가 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외로운 존재이다.
다른 일이라면 남에게 대행 시킬 수도 있지만
태어나고 죽는 일만은 그럴 수 없다.
언젠가 커토릭 성자의 묘소에 갔을 때 그 정문에 라틴어로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 란 말을 듣고
지당한 말씀이라 마음에 세겨 두었다.
휴정선사는 한 친구의 죽음 앞에서 이런 시를 남겼다.
올 때는 흰구름 더불어 왔고
갈 때는 밝은 달 따라서 갔네
오고 가는 한 주인은
마침내 어느 곳에 있는고....
날씨가 개니 밤이면 숲속에서 여기저기 반딧불이 날고 있다.
우리들의 삶도 잠시 반짝이다가 사라지는 저 반딧불과
같은 존재가 이닐까 싶다.
밤하늘 아래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우주는 두꺼운 침묵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생명체로 여겨진다.
--- 법정 스님 --- (네이버에서 퍼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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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무렵에 시댁엘 도착했답니다...
어둑어둑해지는 길을 헤쳐 숲속으로 들어가니...누군가의 과수원에서 울려퍼지는 라디오의 클래식선율...
어머님께선 벌써 밥을 안치시고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지요..사갖고 간 고기를 굽고 마루에 불을 켜놓고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답니다...늘 시골의 마루에서 밥먹는걸 소원하는 저였기에 분위기에 취해 밥을 더욱 맛나게 먹었답니다.
후딱 설겆이를 해놓고 아이들은 부모님과 오손도손 이야기하라고 한다음 남푠과 저는 마을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느티나무가로 산책을 나갔답니다..남푠도 오랫만에 맑은공기맡고 밥을 많이 먹어서인지 숨이 차고 배가 꺼지지 않는다구요..연신 이리저리 걸어다녔답니다.
그때 밤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숨이 멎을뻔 했지요..첨엔 어둠밖에 안보이던 밤하늘이었는데...수없이 돋아나는 별들이라니....마치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바늘로 헤쳐서 뽑아내는것 처럼 콕콕 밤하늘에 박혀 있었더군요.... 남푠은 이내 북두칠성이니...카시오페이아니....북극성이니....마구 읊어댔지만 저는 아~ 그렇구나...하고 알아듣는척 할 뿐입니다...늘 가르쳐줘도 별들의 반짝임에 빠져서 외울 수가 없답니다.히~~~
아득히 들려오는 라디오소리에 우리는 느무 분위기가 좋아졌답니다...서늘한 기운에 바람도 잔잔히 비켜가고....어디선가 군불을 뗀 듯한 내음에...절로 고향에 온걸 감사하게 되었지요...이런 고향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