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0일 

새벽4시에 일어나서 시댁엘 갔다. 애들이 크니까 밥만 해놓으면 알아서 먹고 학교에 가니 한결 걱정도 덜되고 좋다. 일단 등교를 하고 학원가느라 5-6시까진 집에 안들어오니 그동안 집에 와있으면 되니까 부지런히 서둘렀다. 

어제저녁에 아버님께 새벽에 출발한다고 말씀드리며 암생각없이 "아버님!밥좀해주세요~!"해버렸다. 아버님대답은 "응~ 알았어~찰칵!"  저번에도 새벽에 가니까 시골집에 다 갈즈음 아버님이 전화를 하셨다. "밥해놓으까?"하시길래 네에~라고 대답한게 언뜻 떠올라서였을까 정말 암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말해버렸다. 세상에나 80세가 넘으신 시아버지한테 밥좀해달라니...난 정말 바본가????!!!  (어머님이 치매진행중이셔서 아버님께서 밥하신지 한참되었다.) 

시골집에 도착하니 아버님께선 밥뿐만아니라 반찬으로 고기까지 고추장양념으로 볶아놓으신게 아닌가! 음~~~스멜~~~정말 맛있었다. 참 철딱서니없는 막내며느리가 오는데 밥이고 반찬이고 다 해주신 우리아버님 정말 사랑한다.정말로.... 

그런데 가지고간 족발은 너무 쫀득해서 질긴탓에 아버님어머님에겐 그리환영받지 못했다. 안그래도 틀니를 하셔서 질긴것들은 잘 잡수시지 못하는데 남푠은 옛날에 어머님과 함께 족발을 삶아드신생각만 했던거다. 으이그.ㅉㅉㅉㅉ 

밥을 먹고 냉장고와 그릇들을 정돈하고 빨래를 해드리려니 할게 없단다. 겨우 한개 어머님웃옷만 간신히 빨아드리고는 또 앉아서 놀았다. 발톱손톱도 깎아드리려하니 수시로 깎는다시며 깎을게 없다고 또 손사래치신다. 요즘 어머닌 동네앞 정자에 나가서 하루를 보내신다. 그래서 같이 정자에 앉아서 또 놀면서 모기(깔따구)로 울퉁불통하게 된 내 다리를 긁으면서 시간을 떼웠다. 어머닌 새 안경이 있어도 한쪽이 부러져 안경알이 자꾸 쏟아지는 오래된 안경을 하고 계셨다. 그 정신에도 아끼는게 몸에 베어 고칠수가 없는거다.  

아버님이 농협갈일이 있다길래 남푠과 함께 나도 따라갔다. 어머니는 절대로 안가신다며 싫다하신다. 드시고싶은게 없냐고 했더니 눈깔사탕을 사오라신다.ㅎㅎㅎ 

눈깔사탕 사는 임무를 맡고 농협연쇄점엘갔다. 아버님좋아하는 젤리랑 눈깔사탕이라 짐작되는 알록달록한 캔디랑 목캔디를 사고 다시 어머니한테 갔다. 근데 사탕이 넘 시다고 어머님이 그러신다. 맞다 어머닌 신걸 아주 싫어하셨지...왜 그걸 까먹었을까...담엔 좀더 생각해보고 사야겠다.   

점심을 먹기전에 남푠이 깻잎을 따러 밭에 가자고 했다. 밭은 뒷산너머에 있는데 거길가자고 에구에구 아무리 싫다해도 가자고가자고 조른다. 그넘에 파리모기땜에 잠도 안자고 저러나싶어 겨우겨우 따라나섰다. 에구 밭에 가는 길이 얼마나 가파른가하면 예전에 아버님이 그길을 경운기로 가시다가 경운기 앞대가리(?)가 들리는 바람에 붕~ 날으셨단다..그정도로 커브가 심하고 수직에 가까울정도로 가파르다.  헥헥대다가 흐느적거리다가 도착한 들깨밭은 너무도 넓어서 들깨를 다 심지도 못하시고 대충 모아서 적당히 아버님 하실만큼 심어놓으셨다. 깻잎을 둘이서 큰비닐봉다리 그득그득 땃다.  깻잎냄새에 취해서 내가 점심때 3개씩 쌈싸먹겠다고 하니 남푠은 꼭 깻잎도 못따는게 많이 먹는다고 타박이다..그말에 굴하지 않고 난 정말 3개씩 꼬박꼬박 쌈싸먹었다.ㅋㅋㅋ 

점심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느끼는 거지만 죄송한 마음,뭔가 부족한마음, 안타까운마음들이 복잡하게 밀려왔다. 우리집에 모실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가 이사갈수도 없고 그나마 자주 가볼수도 없어서 더욱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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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10-09-1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렵죠?? 이런 문제는 늘 그렇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들러서 얼굴 뵈주시니 된게죠.
나이 먹을수록 참 어렵네요. 사는 것 말이죠. 그닥 잘살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지 참.

해리포터7 2010-09-17 08:23   좋아요 0 | URL
그게요.반딧불님말씀처럼 참 어렵습니다. 저는 시댁을 무척 좋아라해서 꿈에서도 자주 가거든요.ㅎㅎㅎ 아마 현실에서 자주 못가니 꿈에서라도 어머님아버님사랑받을라꼬 자꾸 가는 거 같아용.

세실 2010-09-1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해리포터님 안녕하세요.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전 시댁이 바로 옆집인데도 이핑계 저핑계로 가지 않아요. 낼은 꼭 가봐야지....
님 글 읽으니 많이 죄송스러워 집니다.

해리포터7 2010-09-17 08:25   좋아요 0 | URL
세실님~증말 반갑습니다. 제가 요새 제서재만 들락거리고 다른님서재는 잘 못가봐서리 죄송하기만 하네요.
세실님 잘 하시는거 어여쁜 며느리란거 저 다 알잖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