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생각없이 살아온 6개월여..... 

갑자기 한가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을 들여다 보는것 외엔 없었다.. 

집을 둘러보니 베란다엔 베베 말라비틀어진 화초들이 주인을 흘겨볼 힘조차 없고, 쑥대밭이 된 냉장고 하며, 곰팡이들이 점령한 욕실에.... 한심한지고!  우선 집안일을 하나둘 해나갔다.그치만 그것도 몇일이지 곧 익숙해져서 또다시 먼산 구경이 되고 말았다.  ㅎㅎㅎ 

새 학년이 된 아들아이 교복을 날마다 빨아대고 다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행여 늦지나 않았을까 하며 노심초사 다시 아이들 공부에 신경을 쓰는 척 했다. 뜨거운 여름이 닥치고 곧 방학이 되었다. 뜨거운 볕을 피해 방학내내 뒹굴뒹굴 아이들과 방에 들어앉아 밥먹고 간식먹고 밥먹고 간식먹고 밥먹고를 반복했더니 이건 완전 돼지 사육이 되었다. 그새 몸무게가 5kg이 불어나버렸다. 때마침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도 살찌기는 마찬가지인듯. 여기저기 살터지는 소리가 장난아니다. 그래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짓을 또 했다. 살튼데 발라주면 효과를 본다는 크림을 또 발라주고 있다. 이게 뭐하는 짓인고!

개학을 하고 상콤한 가을 바람이 불어대니 남푠은 갑자기 달리고 싶어졌댄다. 그 말을 하면서도 무척 대단한 발표라도 하는양 우린 술을 마시며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늘어놓았다.ㅋㅋㅋ 세월이 몇년이나 흘러도 해리포터네 부부는 한결같다! 음...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아뭏든 남푠은 봉봉 날으는 러닝화를 신고 뛰고 나는 그뒤를 뱁새가 황새쫒듯이 걷는다. 아주 웃긴다. 혹시나 나보고도 같이 뛰자고 할까봐 난 빨리걸으니까 얼마든지 따라갈수 있다고 ,또 자기는 넘 무리하면 안되니까 걷다가 뛰다가 쉬엄쉬엄하라고 충고해주는척까지 한다. ㅋㅋㅋ 그렇게 정신없이 걷다보면  나는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해대다가 문득고개 들어보면 남푠이 횡하니 달려가버린다.."분수대에서 기다려~" 하면서.. 

 난 정말 뛰는게 싫으므로 부지런히 만나기로 한 장소로 걸어간다. 땀이 뽈뽈날정도로 헥헥대면서... 

매번 그렇게 걷다가 야구중계가 없는 월요일만 되면 남푠은 유혹을 이겨내기 어려운 듯 하다...퇴근시간되면 나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은 밥은 먹었는지...혹시 한잔할 생각이 있는지 등등... 그럼 난 못이기는 척하면서 밥을 아직도 안먹었네 하면서 뻥을 친다.(이거 비밀인데) 그러면 남푠은 뭐 하나 먹을까한다. ㅎㅎㅎ어쩜 나도 술을 정말 좋아하는건가? 아님 남푠을 넘 사랑하는 건가?       

아직까지 미스테리인것이 그렇게도 야구를 좋아하는데 어째서 야구중개보는걸 미루고 뛸 생각을 하는건지 신기할 따름이다...물론 운동하고 와서는 완죤 TV붙박이로 변신하는 남푠을 보며 난 또 웃는다.

아들학교는 어제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신종플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그아이가 울아들 짝이란다..헉! 어제까지는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되서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친구에게 전화해보라하고, 교무실에 전화해서 검사를 받으러 가야하는건지 조언을 구했다.  열이나면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에 아들을 앉혀놓고 또 눕혀놓고 열을 수시로 재보았다. 뭐 괜찮은것 같긴 하다. 근데 신종플루확진환자인데 입원격리를 하지 않다니 그렇게 수용할 수 없을 만큼 환자가 많은건지 아님 그아이가 많이 회복된 건지...  하나 다니던 영어학원도 방역해야된다며 어제는 문을 안 열었다.  다행이다 싶다.. 학원을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었는데...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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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9-1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을 넘 사랑하시는거에 한표~~ 님의 배려가 참 예뻐요.
가을엔 신종플루가 더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에구..

해리포터7 2009-09-1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잘 지내시지요? 오랫만에 돌아온 알라딘엔 여전히 반겨주시는 세실님이 계시네요.ㅎㅎㅎ

치유 2009-09-1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이렇게 포터님 불러놓고 나니.. 좋으네요..
님 부부 정말 사랑스러운것 아시죠??

해리포터7 2009-09-29 12:24   좋아요 0 | URL
그리운 배꽃님..
그 사랑 넘 받아서 둘다 두리뭉실 터질라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