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안경을 밟아 안경다리를 부러뜨린 딸래미를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아들에게 아무대나 안경을 놔둔것이 잘못이라고 했다. 불과 일주일전에 똑같은일을 아들이 했기에 얼마되지 않은 안경을 또 하러 가야했다. 아들은 역시나 자기의견을 굳건히 내세우며 자기는 전혀 잘못한게 없는데 엄마가 자신만 혼낸다고 궁시렁댄다.
기말고사에서 딸아이에게 시험점수가 밀린 아들은 여전히 의기소침하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할지..어제까진 공부방법을 좀 바꿔보자며 충고만 해댔는데 오늘쯤엔 위로를 해줘야 할것만 같다....
[아프리카 초원학교]를 잠시 덮고 정호승의 책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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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장만하고 싶었으나 미루고 있던책을 오늘에서야 손에 잡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나에겐 위로가 필요했고 힘이 되어주는 것들이 필요했기에....
다 읽고는 하나 살 생각이다. 내 남자에게도 하나쯤 안겨줘야겠다. 그도 지금 의기소침해 있을것이므로.....
다행히 아침에 잠깐 집에 들른 남편은 옷가지와 카메라를 챙겼다. 다행스럽게도(?) 쇼핑백에다 주섬주섬 그것들을 담아서는 집을 나섰다...진짜 배낭이라도 싸들고 나섰다면 더 맘이 아팠을것 같다...
어젯밤 실컷 울어버려서 퉁퉁부은눈을 하고 있던 나는 남편얼굴도 보지 못하고 밥은 먹고 가야지 하고 내 아침밥옆에 수저를 놓았더니 별 생각이 없단다....어쩜...저리도 내맘을 몰라줄까....정말 서운했다...그치만 곰방 마음을 접었다. 다시 꼬깃꼬깃 접어 한 십년쯤 뒤에나 펴볼양으로 그에대한 이 시절에 대한 나의 감정들을 정리하고 본다....
아침에 열심히 서점청소를 했다. 오늘은 내 청소영역도 아닌데도 내가 다 해버렸다. 무언가에 열중해 있는게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져서 편했다. 오전엔 한가했다..그래서인지 마주치는 눈빛하나에도 애절함미 깃들여선 눈물이 차올랐다. 그래서 애꿋은 형광등, 반짝이는 타일들....빼곡히 꽂힌 책꽂이에다 시선을 둘러댔다....그렇게 하루를 보내었다.
퇴근하는길에 안경점에 들러 아들안경을 다시하고 아이들이랑 마트에 들러 훈제닭다리랑 캔맥주 하나를 사들고 와선 잔소리 한 10분쯤 해대고 집안일 한 10분쯤 더하다가 앉아서는 홀짝홀짝 맥주를 들이켰다. 아이들도 하나둘 식탁으로 와서 앉는다....아이들이 측은하다..아빠가 얼마나 보고싶을까나....하지만 내마음은 천갈래만갈래다. 괜히 아이들에게 아빠가 생각을 많이 하려고 여행을 떠났는데 느희들이 전화를 자꾸하면 생각을 잘 못하잖아라고 말해버렸다. 이런......
나도 아이들처럼 자꾸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은걸 하루 온종일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