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알고 있다 - 제3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고양이가 바라본 살인사건!
 

『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니키 에츠코라는 일본의 유명 여류작가의 대표작으로 에도가와 란포의 추천으로 '상'을 수상한 그야말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작품이 쓰여진 것은 1957년으로 상당히 오래된 작품이다. 그럼에도 지금 다시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물론 방공호라든지 시대적 배경에서 오는 낯설음은 어쩔 수 없겠지만) 작가만이 가지는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전까지는 여성 작가의 활동이 미미한 편이었지만, 니키 에츠코라는 작가의 활약으로 많은 여성 작가들의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은 제목이 '고양이는 알고 있다'이지만, 그렇다고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고양이'가 이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동물'이 중요한 요소가 스토리를 진행시킨 작품은 이전까지는 없었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고양이는 무얼 알고 있는 걸까?

 
"귀여운 고양이네. 이름이 뭐야?"
"치미."
사치코는 수줍어하면서, 그래도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치미라고 하니? 아직 아기네."
"네, 겨우 열흘 전에 받아온 거랍니다."

 
 

산뜻발랄 티격태격 니키 남매 탐정단!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니키 에츠코와 니키 유타로가 주인공이다. 즉 작가의 이름을 그대로 빌려왔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이 자신의 이야기인 일기처럼 발랄하고, 또 오빠와의 티격태격 다툼이 현실의 이야기처럼 리얼리티가 있다.

키도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오빠 니키 유타로의 작달막하고 통통한 니키 에츠코. 너무나 대조적인 이 두 명의 아마추어 탐정단이 펼치는 『고양이는 알고 있다』. 물론 작품 자체가 완벽한 구조나 멋들어진 기교는 들어 있지 않지만, 그것 나름대로 신선해 읽는 맛이 있다. 왠지 초등학교 일기장처럼 친근하기까지 하니까.
게다가 후기에 실린 글에 따르면 이 작품 외에도 니키 탐정단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결혼 후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니키 남매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나의 부모님은 자녀를 공평하게 귀여워하신 점에서는 정말 이상적이지만, 딱 한 가지 면에서만은 엄청나게 불공평했다. 그러니까 오빠인 유타로에게는 문틀 위에 닿을 정도의 키를 물려주고, 동생인 내게는 도토리 같은 땅딸막한 몸밖에 물려주지 않은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이 일로 어머니에게 대들고 있다.


니키 탐정단의 시발점이자, 작가의 시발점인 『고양이는 알고 있다』.  고양이가 이 작품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의 답은 이 작품 내에 숨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ot Simple
오노 나츠메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새하얀 듯 깨끗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아!  


누나 외에는 의지할 곳 없이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안. 그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달리는 것.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그였지만, 그마저도 그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저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이안에게는 그것이 너무나 어렵고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이안을 지켜보는 소설가 짐. 처음에는 달리는 것을 행복해하며 기뻐하던 이안에게 관심이 가서 그를 지켜보았지만, 그에게 남다른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그를 소설로 쓰고자 한다. 지켜보는 것조차도 너무 힘들고 안타까워서 이안의 '고통'임에도 그의 고통을 나눠갖고 말았다.
 

"새하얘요.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아이들의 그것과는 달라서 어딘지 잡을 곳이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단지 단순함만이 전부는 아닌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저 가까운 곳의 온정을 바랐을 뿐이야……


순차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not simple』.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며 이안과 짐, 그리고 그들의 고통이 몽환적으로 그려져 있다. 너무나 처절해서 말하기가 꺼려지는 이안의 비극 속에서 가까운 곳의 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주제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오노 나츠메의 진행 방식과 충격적인 스토리, 연출력에 있을 것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걷고 있으니까 친절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돼. 내가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그 사람들 덕분인지도 몰라. 따뜻한 사람들이야. 하지만…… 정말로 내가 원한 건 좀더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온정이었는데……." 
 

이안과 짐이 어느 곳에 있든 꼭 행복해하고 있기를 바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나약한 듯 강인한 멋진 할머니! 


돈이 없어서, 냉혹한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유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하는 세 명의 남자 마사요시, 헤이타, 겐지. 하지만 '아이'를 유괴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에 부유한 '할머니 유괴'를 계획한다. 즉 이들은 잔혹하지 못한 눈물 많고 마음 여린 남정네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유괴당한 할머니는 26킬로그램, 14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82세의 너무나도 나약하고 나약한 존재였다. 그런데, 이 할머니 늙어빠지고 다 죽어가는 노인네가 아니다?!
유괴범들을 지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경찰에게 잡히기 십상이라며, 자기 자식처럼 보듬으며 은신처까지 마련해주는 것이다. 즉 이 얼치기 유괴범 3인조는 인질의 도움을 받으며 유괴극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5천만 엔만 뜯어내려던 이들의 계획은 자신의 몸값이 그 정도밖에 안 되냐며 생난리를 치는 할머니 덕에 '100억 엔'으로 올리는 사상초유의 일까지 발생한다. 


유괴범이 인질의 도움을 받아 은신처를 마련한다……, 물론 비상식적이라는 건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상식 같은 거 엿 먹으라지. 사방팔방 다 막혀 독 안에 든 쥐 꼴인 지금,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질 않은가.

 

유쾌하면서도 유쾌하지 않은 현실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 『대유괴』는 유괴당한 천재 할머니의 이야기로만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천재적인 두뇌로 정부와 치열한 머리싸움을 하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다른 점에 초점을 두고 싶다. 그것은 100억 엔이라는 돈의 가치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00억 엔이라는 숫자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100억 엔이라는 돈의 가치. 그 차이는…… 아마도 할머니가 일부러 자신의 몸값을 올린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는 1978년. 게다가 저자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시대적인 차이에서 나타나는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은 홀대하는 노인이 늘어가는 우리네 가슴 아픈 현실에서 깨닫는 바가 크기 때문은 아닐까? 자식들에게 홀대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식 걱정을 하는 우리 부모님. 어쩌면 예전 우리 민담 '고려장'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실상 조상한테 물려받은 재산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사는 백수나 마찬가지야.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고 있는 우리. 이 작품이 '교훈'을 주는 작품이라고 평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이런 식의 생각도 충분히 가능하게 한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시대 1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서로를 사랑하는 또다른 방식!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한 부부가 볼 꼴 안 볼 꼴 다 보이고 마지막에 선택하는 길이 바로 '이혼'이다. 그래서 집안끼리도 서로 으르렁대며 인간관계의 끝이 어디인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우리네 일상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작품 『연애시대』는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처럼.

26세의 수영 강사 에토 하루와 34세의 서점 점장 하야세 리이치로는 짧은 결혼 생활을 마치고 이혼했다. 첫 아이를 유산한 것이 계기였지만, 첫눈에 반해서 서둘러 결혼한 것이었기에 준비 기간이 서로에게 부족한 것이 더 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혼했음에도 매년 결혼기념일에 만나 식사를 하고 데이트를 한다. 서로를 챙기는 애틋한 마음은 있지만, 속마음을 감추듯 으르렁대는 그들. 본인들도 이러한 생활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서로의 배우자를 소개시켜주자는 정말 '어이없는' 계획을 실행한다.
 

두려운 건 X표시가 아니었다. 그 표시들이 생기기까지 내가 입을 상처, 리이치로가 입게 될 상처였다. 사유리는 상처를 입어도 다시 일어서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는 평온하게 살고 싶었다. 언제까지든 싸움만 하다 세월 보내는 인생, 그만 하고 싶었다. 이제 그 이야기는 그 정도에서 그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종지부를 찍었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했었어……

 
에토 하루는 나가토미라는 부잣집 외아들과 하야세 리이치로는 가스미라는 애딸린 이혼녀와 각자의 삶을 꿈꾸지만, 어디 한켠 그와 그녀가 자리하지 않은 곳이 없다. 오히려 각자는 자신의 존재가 상대방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애써 연애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야만 상대가 안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 실은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했던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랑할 수도 있는 걸까. 이혼하고 시작된 서로의 만남이 실은 서로를 좀더 배려하고 알아가는 시기였던 것이다. 언니와 형부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꼈던 시즈카도 '이렇게까지 상대방을 생각한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할 정도였으니. 

  
"나타나지 않아도 돼. 이런 여자는 한 명으로 충분하잖아. 계속 있어줄 테니까. 당신이 보이는 곳. 하지만 당신은 날 볼 수 없는 곳에."
둘도 없는 여자가, 나를 평생 계속 지켜봐주겠노라 약속한다. 어떡하면 좋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냐고!



서로의 행복을 이들보다 바라는 커플이 있을까? 상대방만 좋다면 이대로도, 아니, 다시는 못 만나도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런 그들에게 이들이 이어지고 안 이어지고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이혼'하고 나서 찾았던 이들. 급하게 결혼하고 급하게 헤어지는 현재 우리 모습에서 『연애시대』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서로를 헐뜯으며 못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커플에게 진정한 '행복'과 '사랑'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말이다.

왠지 작년에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연애시대>라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세상 여성의 눈물을 다 흘려버린 비누!  
 

중국의 북산이라는 마을에는 한 가지 금기가 있었다. 그것은 절대로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는 것. 아니 그것은 '눈'으로 흘렸을 때만 해당하는 말이다. 얼굴에 눈물 자국이 남겨져 있을 때는 가차없이 죽음을 당했기에 주민들은 '눈'이 아닌, 다른 신체부위로 우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없다는 고통이야말로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 마을에서 태어난 '비누碧奴'라는 여성은 머리카락으로 울던 어머니의 기술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일찍 돌아가신 탓에 제대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던 그녀가 성실한 고아 청년 '완치량'이라는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 그런데 만리장성 노역에 끌려가고 만다.
이때부터 비누의 여정은 시작되는 것이다. 추운 겨울 옷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노역에 끌려갔던 남편을 위해 겨울옷을 싸들고 그를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런 그녀의 '순정'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혼자서 고독하게 떠나야만 했던 낯선 길. 그것이 비누에게는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마치 천진난만한 악마들처럼 그녀의 눈물을 불러내고 비누의 별자리를 떨어뜨렸다. 도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면 그 두 눈을 영원히 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쑤퉁이 선보인 중국의 신화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인 쑤퉁은 영국의 한 출판사가 기획한 '세계신화총서'에 중국의 대표작가로 선정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기획과 쑤퉁이 아니었다면 중국 신화에 '맹강녀'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남편을 그리워하며 몇날 며칠을 눈물 흘린 끝에 남편의 유골을 찾았다는 '맹강녀'를 접할 수 있었다.
작품 『눈물』 속에서 너무나 어처구니없게, 또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해대는 쑤퉁.

 

눈물을 몸으로 울어낸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 그리고 『눈물』에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사슴인간, 말인간, 멧돼지인간, 그리고 말하는 청개구리 등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런 과장된 표현법으로 오히려 현실적으로 직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훌륭합니다! 완벽한 눈물이에요. 짜지 않으면서 달기도 하고, 달면서 약간 시기도 한 것이 쓴맛과 매운맛도 약간씩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오곡성 최고의 완벽한 눈물인 것 같습니다!"


『눈물』 속에서 머리로, 손으로 다른 신체 부위로만 울어야만 했던 북산 속 사람들. 그들이, 그리고 비누가 흘린 눈물은 그 양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너무나 큰 고통과 슬픔 속에 비누가 흘렸던 눈물은 바로 우리네 여인들이 남몰래 흘렸던 눈물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어머니, 누나, 여동생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쑤퉁은 현대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눈물의 소중함을, 그리고 그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