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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은 어떤 책?
‘밀레니엄’이라는 시리즈 제목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월간지의 제호다. 《밀레니엄》의 공동 창립자이자 발행인인 저널리스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재벌에 대한 폭로기사를 쓴 뒤 송사에 휘말린다. 뜻밖에 모든 혐의를 시인하고 벌금과 징역형을 선고받은 미카엘은 회사 일선에서 물러나는데, 이상한 의뢰를 받는다. 의뢰인은 스웨덴의 대재벌 방예르 가문의 은퇴한 기업 총수 헨리크 방예르. 80대가 된 그에게 36년째, 그의 생일이 되면 유리 액자에 담은 꽃 공예인 압화(押花)가 배달되고 있다. 문제는 압화 선물은 36년 전 열여섯 살의 나이에 실종된 헨리크의 종손녀가 매년 해오던 선물로, 실종 이듬해부터 이 미스터리한, 발신인 불명의 압화 선물이 예식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헨리크는 자신이 평생을 걸고 매달린 종손녀 하리에트 실종사건을 미카엘이 제3자의 눈으로 살펴주기를 원하며 그 대가로 한화 8억에 달하는 큰 액수의 사례금과, 미카엘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해줄 ‘정보’를 주겠다고 한다.
미카엘은 하리에트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면서 ‘제정신인 사람이라고는 없는’ 부유한 방예르 가문의 비밀에 접근해간다. 그리고 헨리크가 미카엘 자신에 대해서도 조사한 일이 있음을 알게 되고, 뛰어난 정보취합능력을 지닌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알게 된다. 보안경비업체의 비밀조사요원 리스베트는 거식증 환자처럼 깡마른 몸에 눈썹과 코에 피어스를 한,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능력이라고는 없는 스물네 살의 여자. 이 두 사람이 함께 하리에트 실종사건을 파헤친다.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하리에트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미스터리 소설의 구조와 이야기를 잘 따르는 편이다. 하리에트 사건이 밀실 미스터리처럼 시작하고, 집안의 비밀이 연루된 서사로 뻗어가나 할 즈음 그 자신이 뛰어난 저널리스트였던 ‘밀레니엄’ 시리즈의 저자 스티그 라르손은 스웨덴의 역사와 정치, 경제 상황을 이야기에 함께 엮어넣는다. 일견 복잡해 보일 법하지만, ‘밀레니엄’ 시리즈의 뛰어난 점은 놀라울 정도로 ‘잘 읽힌다’는 점에 있다.
단순한 문장, 사건 중심의 서술, 적절한 장면 전환과 교차 편집, 이야기의 중심인물을 전환시키면서 사건을 진행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스티그 라르손은 독자가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1부를 마칠 즈음 이 책이 추리소설의 범주를 벗어나는 그 이상의 작품임을 알게 된다. 스웨덴 소설이기 때문에 인명과 지명이 낯설다는 점도 쉬이 극복하게 되는 편이다. 그런 이유로 1부가 끝나면 2부를 바로 집어 들게 되고, 2부가 끝나면 바로 3부를 집어 들게 된다.   

출간되는 나라마다 이어지는 찬사, 찬사, 찬사!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가 지속된 프랑스의 문학지 《르 푸앵》은 “『밀레니엄』에 손댄 순간 편안한 밤은 끝이다”라고 단언했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추리소설 주인공들의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소설가들도 상찬 대열에 동참했다. 호러소설의 제왕 스티븐 킹은 여름에 꼭 읽어야 할 책 첫 번째로 ‘밀레니엄’ 시리즈를 추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소설 역사상 최고의 여자 캐릭터 중 하나로, 비쩍 마른 몸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위협적이어서 컴퓨터 해킹뿐 아니라 가라데 발차기에도 능하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3부작이 좋은 이유는, 세 권의 책이 하나의 긴 이야기로도 읽혀, 서로 내부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라는 사실에 있다.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사그라들지 않는,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스티그 라르손의 필력이 가진 힘이다.    

 

스웨덴에서 출간된 '밀레니엄'은 최고의 국제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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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판 스웨덴판, 승자는 누구? 


스웨덴판 영화 <밀레니엄>과 할리우드판 <밀레니엄> 비교 분석 

   

영화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었다. ‘밀레니엄’ 3부작이 (과장이 아니고) ‘전 세계’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뒤, 밀레니엄은 모국 스웨덴에서 3편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 작품의 수위가 폭력을 암시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고 하는 쪽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밀레니엄>의 매력 중 하나가 성폭력과 기업과 사회라는 시스템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데 있었으니.  

스웨덴판 영화의 한국 개봉은?
한국에서는 현재 스웨덴판 세 편 모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서 2010년에 선보였다. 정식 한국 개봉은 1편이 2010년 12월, 2부는 2011년 1월, 3부는 2월 예정. <밀레니엄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감독은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가, 2편과 3편의 감독은 다니엘 알프레드슨이었는데 원작소설 팬을 실망시키지 않는 영화였다.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는 원작이 갖고 있는 어두우면서도 힘 있는 이야기 진행, 파격적인 소재 모두 잘 살려낸 성공적인 영화로 평가받는다.
스웨덴판 영화의 성공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예는 스웨덴판 감독과 배우들의 이후 행보에 있다. 리스베트를 연기한 누미 래페이스는 벤 킹슬리와 함께 『드라큘라』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공포영화 <데메테르 호의 마지막 항해>에 출연할 예정이다. 누미 래페이스는 <셜록 홈즈 2>의 여주인공으로도 캐스팅돼 주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호흡을 맞추며 <헨젤과 그레텔 : 위치 헌터스>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아직은 루머 수준이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 프리퀄에도 주연으로 거론되는 중이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로 출연했던 미카엘 뉘키비스트 역시 할리우드 입성에 성공했다. 무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4탄에 악당으로 캐스팅되었다. 1편을 연출한 감독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굿 피플>의 연출을 맡았다.  

할리우드판은 누가?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가 생기고 스웨덴판이 다 만들어진 뒤 발표된 할리우드판. 관건은 역시 감독과 주연배우였다. <파이트 클럽><패닉룸><조디악>에 이어 최근 개봉한 <소셜 네트워크>까지, 서스펜스 연출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데이비드 핀처가 메가폰을 잡았다. 1편은 영문판 제목을 따라 <용문신을 한 소녀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라는 제목으로 결정되었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역은 007 시리즈로 잘 알려진 다니엘 크레이그. 그는 이미 3편까지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 라이트 펜은 미카엘과 오랜 연인 관계이자 《밀레니엄》의 편집장인 에리카로, 스웨덴 출신 배우인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마르틴 방예르 역으로 캐스팅되었다. 문제는 여자 주인공 리스베트의 캐스팅이었다. <나이트메어> 리메이크판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루니 마라가 수많은 논란 끝에 리스베트로 낙점되었는데, ‘밀레니엄’ 시리즈의 내용상 시리즈 2, 3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만큼 예민한 캐스팅이었다(스웨덴판에서 그 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누미 래페이스가 최근 할리우드의 연이은 러브콜을 받는 것을 보라). 스웨덴판 1부를 연출한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은 리스베트 캐스팅에 대해 분노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루니 마라는 스웨덴 버전 주인공을 연기한 누미 래페이스에겐 상대도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데이비드 핀처의 연출력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연 루니 마라는 새로운 스타로 등극할 수 있을까. 미국판은 2011년 12월 21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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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던 삶

밀레니엄 시리즈를 쓴 스티그 라르손 스토리   

“그는 착한 사람이었다. 가끔 우등 콤플렉스를 지나치게 드러내는 게 흠이지만. 또 불행히도 어떤 기본적인 윤리적 문제들에 있어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순진한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워낙 관대한 성격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애써 그걸 심리학적으로 설명하여 합리화시키고, 나아가 용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오직 한 가지 언어밖에 모르는 이 세상 야수들의 본질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남자 주인공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에 대해 내리는 논평이다.
주인공 미카엘과 작가 스티그 라르손 미카엘에 대한 묘사에서 스티그 라르손의 모습을 읽어내는 일은 다소의 과장이 섞여 있을지도 모르지만 무리한 일만은 아니다. 일단 미카엘이 일하는 잡지 《밀레니엄》과 스티그 라르손이 일했던 잡지 《엑스포》는 그 성격 면에서 유사성이 자주 언급된다. 두 매체 모두 공격적이고 급진적인 성격의 매체이며, 중년인 주인공의 나이가 비슷하며, 사람을 가리지만 목적한 취재대상에 대해 공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외압에 굴하지 않는 태도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미카엘은 ‘묘하게’ 여자에게 인기가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미카엘은 이혼 경력이 있고 딸을 하나 둔 아버지로 묘사되며 그보다 열 몇 살 연상의 유부녀, 상류층 출신의 유부녀, 딸 나이뻘인 여자까지 그에게 끌리고 그와 자고 싶어 한다.(실제로 그들과 잔다!) 스티그 라르손은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18세 때 베트남전쟁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만난 동갑 여성 에바 가브리엘손과 사랑에 빠져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동반자로 지내왔다. 이 사실혼 관계는 결국 그의 사후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가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미카엘과 스티그 라르손 사이의 공통점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스티그 라르손은 가난했던 부모와 떨어져 외조부모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반파시스트로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외조부는 스티그 라르손의 유년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1983년에 북유럽 최대의 스웨덴 통신사 TT에 입사하면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일상에 스며든 파시즘을 경계하며 인종차별과 극우파, 스웨덴의 여러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잡지 《엑스포Expo》를 공동 창간했고, 1999년부터 죽기 전까지 《엑스포》의 편집장으로서 그의 신념을 관철시켰다. 그의 흔들림 없는 신념과 다양한 글을 통한 반파시즘 투쟁으로 인해 그는 반대파의 암살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려왔기 때문에 에바 가브리엘손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실혼 관계를 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레니엄』의 출간을 앞두고 심장마비로 사망   

미카엘과 스티그 라르손의 공통점은 또 있다. 두 사람 다 범죄소설의 열렬한 팬이었다. 『밀레니엄』에는 미카엘이 범죄소설을 읽거나 인용하는 대목이 종종 등장하는데, 실제의 스티그 라르손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직접 범죄소설을 쓰기로 한다. 낮에는 진지한 반파시스트 저널리스트
로 활동했던 그는 오래 함께 해온 여자친구 에바 가브리엘손과의 은퇴 뒤 생활자금을 마련하기를 바라며 ‘밀레니엄’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 집필을 시작한 그는 2년 만에 3부까지의 원고를 탈고했다. 그러고는 첫 두 권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고, 출판사에서는 초고라고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원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출판사에서는 이례적으로 3권 모두 계약을 했다. 당시 스웨덴에서는 하드커버 소설이 1만 부 정도 팔리면 환상적인 수준의 성공으로 볼 수 있었다. 스티그 라르손과 출판사는 첫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2만 부’라는 (결과적으로는 소박한 수치의) 기대치를 세웠다. 『밀레니엄』 1부(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원고를 출판사와 손보는 데 8개월이 걸렸고, 당연히 2부와 3부 소설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오갔다. 하지만 그는 TV쇼 출연이나 사인회를 비롯한 홍보 활동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책 출간을 얼마 남기지 않은 2004년 11월 9일, 담당 편집자였던 에바 게딘은 밤 10시경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스티그가 죽었다는 소식.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그는 고작 50세였다. 그가 《엑스포》 사무실까지의 7층 계단을 오르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회의가 열렸고, 책 세 권 모두 출간을 진행하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9개월간의 산고를 겪고 『밀레니엄』 1부가 선을 보이자 즉각 반응이 왔다. 유럽 전역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가 번져갔다. 2007년에는 미국에서의 판권이 경합 끝에 크노프(미국 최고의 유서 깊은 문학출판사)로 넘어갔다. 홍보투어에 나설 작가가 죽고 없는 상황에서, 그것도 전작이 전혀 없는 작가의 첫 책이 거둔 성공이었다. 2008년 여름 미국에서 첫 출간된 『밀레니엄』 1부(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는 지금까지 900만 부 이상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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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최고의 프랑스 소설 Best 5

지금까지 읽은 프랑스 소설 중 최고의 작품을 뽑았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선정입니다 ^-^)

 

 

 

특이하고, 신랄하고, 통쾌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 있는 신화가 되어버린 타슈. 그런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각지에서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지만, 여성혐오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인 타슈는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어설픈 풋내기 기자들을 무참하게 응징한다. 기자들은 자신이 존경한다고 생각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타슈'가 사실은 그의 껍데기만을 좇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기네들은 그저 위대한 문호라는 수식어만을 존경했던 것이다. 왠지 이 대목에서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도 '벌거벗었다고 얘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자들의 모습에 투영되었다.

그런 그가 다섯 번째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여기자 니나. 그녀는 여성혐오주의자인 타슈의 잔인한 독설을 한귀로 흘려버린다. 한치도 물러나지 않는 그들의 설전. 니나는 기존의 기자들과는 달랐다. 타슈의 진실한 모습에는 관심도 없이 존경하는 체하던 기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타슈의 유일한 미완성작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두고 타슈의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가 왜 사랑을 할 수 없었는지, 왜 자기 껍데기에 갇혀 살아가야 했는지 베일에 싸였던 그의 비밀이 차례차례 벗겨지기 시작한다. 니나와의 대화에서 생기는 섬세하고도 자연스러운 타슈의 감정 변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에 휩쓸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증오의 감정에서 사랑으로 변해가는 타슈, 그의 모습에서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과 클라리스 스탈링도 떠오른다. 데자뷰같이. 있는 대로 뒤틀린 허구와 진실의 풍자가 읽는이로 하여금 일종의 성적인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결국은 본인의 바람대로 최고로 멋지고 황홀한 죽음을 맞이한 타슈. 죽음으로 더욱더 세상을 멋지게 속인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소녀 시절 추억을 되살려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이 작품을 접한 것은 10여 년 전이라고 기억한다. 언제쯤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중학교 때가 아닐까, 라고 어렴풋이 떠올리는 건 당시에 유행처럼 번지던 '베스트셀러' 읽기 현상 때문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다락방의 꽃들>과 함께 <연인>을 꼽을 수 있겠다. 당시에 상당히 책 읽기를 좋아하던 소녀(?)였던 나로서는 이 책을 헌책방에서 구해 접하게 되었는데, 무지 낯뜨거워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접하게 된 <연인>은 나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중국인 청년과 프랑스 소녀의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로  큰 이슈가 되었던 작품. 하지만 그런 성(姓)적인 면을 떠나서도 이 작품은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가족들에 지쳐 일찍부터 성장해 버린 어린 소녀. 자신의 삶을 충동의 흐름에 맡기는 그녀는 회색 빛깔을 띤다. 배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소녀에 이끌려 그녀에게 자신의 삶을 걸어버린 프랑스 청년.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그는 갈색빛을 띤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아버지의 돈을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에,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 혐오감까지 느끼면서. 결국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던 그들은 시간의 흐름에 헤어짐을 택한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떠나는 길을 차 안에서 숨어 배웅하는 중국인 청년. 그를 바라보는 어린 소녀.
한참을 지나 어린 소녀는 자신도 그를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아니라고 애써 부인해왔었는데...
한참을 지나 어린 소녀는 자신도 그를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아니라고 애써 부인해왔었는데...

 
 

 

 


프랑스 소설의 새로운 브랜드로 통하는 장폴 뒤부아 신드롬!
씹으면 씹을수록 배꼽 빠지는 프랑스식 유머의 결정판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의 느낌?  '타네 씨가 농담을 잘하나 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타네 씨가 불쌍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타네 씨는 자기 앞으로 떨어진 저택을 상속받는다. 하지만 이 저택의 상태는 수리가 필요한 상태. 이 집은 고치기만 하면 정말 훌륭한 집이 될 거라는 생각에 가지고 있던 집까지 팔아가며 이 집의 수리를 시작하기로 한다.
하지만 인생이 내 뜻대로 된다면 그것이 인생인가?
기와공, 굴뚝 수리공, 미장공, 보일러공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은 과장되기는 했어도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을 공감하며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타네 씨의 모습에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러한 경우를 살아가면서 한두 번씩은 꼭 겪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날강도 같은 사람도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명예를 중시해 자신의 실수를 용납 못 하고 돈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정말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저자인 장폴 뒤부아는 잘 표현해내고 있다. 타네 씨가 겪는 사건들을 하하하하 소리 질러가며 웃는 한편, 또 타네 씨가 불쌍해, 라며 동정까지 보내게 만드는 저자의 글력에 감탄하였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인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의 저력을 지금 한번 만나보기를. 

 

 

 



가장 완벽한 하루? 가장 비참한 하루!

 

삶 자체가 얼마나 가소롭고 우스운 것인지 반어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완벽한 하루』이다. 현재 살아가는 삶이 비참하고, 우울하고, 불행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순간,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다. 두 가지 반대되는 개념은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불행하고, 슬프고, 괴롭고, 두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와 동시에 우리의 삶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고 새로운 즐거움을 알아가는 등, 우리의 삶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 '나'는 삶이 너무 싫다. 그래서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 끊임없이 자살을 한다.

권총으로 뇌를 흩어지게 하고, 건물 옥층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기도 하고, 목을 매어 매달리기도 하고,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이어지는 '나'의 완벽한 하루. 그의 삶은 '자살' 없이는 존재하지도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괴롭고 우울하고 슬프기에 내 삶은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살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 자살을 꿈꾸는 이들에게, 마르탱 파주는 말한다. 그러기에 당신 삶은 아름답다고. 그럴 때야말로 주인공 '나'처럼 웃음을 잃지 말고, '우아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어린 왕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없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 접해보았을 작품 『어린 왕자』. 
감수성 짙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만 알려져 있던 이 작품이 어느날 다시 나에게 왔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된다. 어린 왕자가 이야기하는 말을 그간 전혀 듣지 않았다는 것을. 새롭게 읽게 된 『어린 왕자』를 보고난 지금, 어린 시절에 읽었던 느낌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생텍쥐베리가 잃고 싶지 않았을 어린아이의 마음을 어린 왕자를 통해 말하고 있다. 자신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잃어버렸던 모든 어른들을 대신해.
또 몇 십 년이 흐른 뒤, 접하게 될 『어린 왕자』는 나에게 어떤 놀라운 선물을 줄지 사뭇 궁금하다.
나를 위해 웃어줄, 아니면 울어줄 수백 만 개의 어린 왕자의 눈물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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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없는 땅> 편집 일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최초의 1위 수상작이자 제4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거기에 제7회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까지.

 

 

<전설 없는 땅> 원서 표지 

          

후타바샤 판                                                  고단샤 판

 

 온갖 상을 휩쓸어버린, 전설이 되어버린 작품 후나도 요이치의 <전설 없는 땅>!!
위 출판사 외에도 도쿠마문고, 하드커버까지 계산한다면 꽤 많이 재출간된 작품이다. 
1988년 출간 이후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완성된 일러스트

     

전설 없는 땅1                                           전설 없는 땅 2

 

 워낙 방대한 양에 (200매 원고지로 3000매가 넘음) 분권. 

두 가지로 작업해주신 일러스트 작가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_ㅠ

그림 보신 분들마다 모두들 사진 같다는 감탄을 하셨습니다. 


완성된 표지 이미지!! 추가

 

 



 



 

 

인간의 폭력과 차별로 얼룩진 허무한 역사의 뒤안길에 수많은 피와 눈물의 강이 가로지른다!

 남미의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의 국경지대. 그곳의 고갈된 유전지대에 묻힌 귀중한 미래자원 희토류의 독점 채굴권과 2000만 달러를 둘러싸고 사나이들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이 벌어진다.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가부터, 글을 모르는 난민까지 제3세계에서 허덕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비정한 현실, 그리고 인륜을 무시한 채 처절하게 무너져가는 한 나라의 암흑사를 단적으로 그려낸 『전설 없는 땅』.

이상향에 목숨을 내던진 인간의 광기와 정열, 그 새로운 피의 역사가 전설 없는 땅에 아로새겨진다!
198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제4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제7회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 등 3관왕을 휩쓸며 작가 후나도 요이치를 일본 문단의 전설로 만든 책이 드디어 공개된다!

 

“풀 한 포기 나지 않아 전설조차 생기지 않은 땅,  소름이 돋을 만큼 묘한 슬픔이 느껴지는 그곳에 안타까운 전설이 묻혀 있다……”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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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2009-06-1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정리해서 올려야 할 건데, 난 너무 게으른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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