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뽑은 최고의 프랑스 소설 Best 5
지금까지 읽은 프랑스 소설 중 최고의 작품을 뽑았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선정입니다 ^-^)
특이하고, 신랄하고, 통쾌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 있는 신화가 되어버린 타슈. 그런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각지에서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지만, 여성혐오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인 타슈는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어설픈 풋내기 기자들을 무참하게 응징한다. 기자들은 자신이 존경한다고 생각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타슈'가 사실은 그의 껍데기만을 좇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기네들은 그저 위대한 문호라는 수식어만을 존경했던 것이다. 왠지 이 대목에서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도 '벌거벗었다고 얘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자들의 모습에 투영되었다.
그런 그가 다섯 번째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여기자 니나. 그녀는 여성혐오주의자인 타슈의 잔인한 독설을 한귀로 흘려버린다. 한치도 물러나지 않는 그들의 설전. 니나는 기존의 기자들과는 달랐다. 타슈의 진실한 모습에는 관심도 없이 존경하는 체하던 기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타슈의 유일한 미완성작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두고 타슈의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가 왜 사랑을 할 수 없었는지, 왜 자기 껍데기에 갇혀 살아가야 했는지 베일에 싸였던 그의 비밀이 차례차례 벗겨지기 시작한다. 니나와의 대화에서 생기는 섬세하고도 자연스러운 타슈의 감정 변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에 휩쓸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증오의 감정에서 사랑으로 변해가는 타슈, 그의 모습에서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과 클라리스 스탈링도 떠오른다. 데자뷰같이. 있는 대로 뒤틀린 허구와 진실의 풍자가 읽는이로 하여금 일종의 성적인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결국은 본인의 바람대로 최고로 멋지고 황홀한 죽음을 맞이한 타슈. 죽음으로 더욱더 세상을 멋지게 속인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소녀 시절 추억을 되살려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이 작품을 접한 것은 10여 년 전이라고 기억한다. 언제쯤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중학교 때가 아닐까, 라고 어렴풋이 떠올리는 건 당시에 유행처럼 번지던 '베스트셀러' 읽기 현상 때문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다락방의 꽃들>과 함께 <연인>을 꼽을 수 있겠다. 당시에 상당히 책 읽기를 좋아하던 소녀(?)였던 나로서는 이 책을 헌책방에서 구해 접하게 되었는데, 무지 낯뜨거워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접하게 된 <연인>은 나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중국인 청년과 프랑스 소녀의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로 큰 이슈가 되었던 작품. 하지만 그런 성(姓)적인 면을 떠나서도 이 작품은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가족들에 지쳐 일찍부터 성장해 버린 어린 소녀. 자신의 삶을 충동의 흐름에 맡기는 그녀는 회색 빛깔을 띤다. 배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소녀에 이끌려 그녀에게 자신의 삶을 걸어버린 프랑스 청년.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그는 갈색빛을 띤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아버지의 돈을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에,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 혐오감까지 느끼면서. 결국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던 그들은 시간의 흐름에 헤어짐을 택한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떠나는 길을 차 안에서 숨어 배웅하는 중국인 청년. 그를 바라보는 어린 소녀.
한참을 지나 어린 소녀는 자신도 그를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아니라고 애써 부인해왔었는데...
한참을 지나 어린 소녀는 자신도 그를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아니라고 애써 부인해왔었는데...

프랑스 소설의 새로운 브랜드로 통하는 장폴 뒤부아 신드롬!
씹으면 씹을수록 배꼽 빠지는 프랑스식 유머의 결정판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의 느낌? '타네 씨가 농담을 잘하나 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타네 씨가 불쌍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타네 씨는 자기 앞으로 떨어진 저택을 상속받는다. 하지만 이 저택의 상태는 수리가 필요한 상태. 이 집은 고치기만 하면 정말 훌륭한 집이 될 거라는 생각에 가지고 있던 집까지 팔아가며 이 집의 수리를 시작하기로 한다.
하지만 인생이 내 뜻대로 된다면 그것이 인생인가?
기와공, 굴뚝 수리공, 미장공, 보일러공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은 과장되기는 했어도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을 공감하며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타네 씨의 모습에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러한 경우를 살아가면서 한두 번씩은 꼭 겪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날강도 같은 사람도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명예를 중시해 자신의 실수를 용납 못 하고 돈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정말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저자인 장폴 뒤부아는 잘 표현해내고 있다. 타네 씨가 겪는 사건들을 하하하하 소리 질러가며 웃는 한편, 또 타네 씨가 불쌍해, 라며 동정까지 보내게 만드는 저자의 글력에 감탄하였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인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의 저력을 지금 한번 만나보기를.

가장 완벽한 하루? 가장 비참한 하루!
삶 자체가 얼마나 가소롭고 우스운 것인지 반어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완벽한 하루』이다. 현재 살아가는 삶이 비참하고, 우울하고, 불행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순간,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다. 두 가지 반대되는 개념은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불행하고, 슬프고, 괴롭고, 두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와 동시에 우리의 삶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고 새로운 즐거움을 알아가는 등, 우리의 삶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 '나'는 삶이 너무 싫다. 그래서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 끊임없이 자살을 한다.
권총으로 뇌를 흩어지게 하고, 건물 옥층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기도 하고, 목을 매어 매달리기도 하고,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이어지는 '나'의 완벽한 하루. 그의 삶은 '자살' 없이는 존재하지도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괴롭고 우울하고 슬프기에 내 삶은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살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 자살을 꿈꾸는 이들에게, 마르탱 파주는 말한다. 그러기에 당신 삶은 아름답다고. 그럴 때야말로 주인공 '나'처럼 웃음을 잃지 말고, '우아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어린 왕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없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 접해보았을 작품 『어린 왕자』.
감수성 짙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만 알려져 있던 이 작품이 어느날 다시 나에게 왔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된다. 어린 왕자가 이야기하는 말을 그간 전혀 듣지 않았다는 것을. 새롭게 읽게 된 『어린 왕자』를 보고난 지금, 어린 시절에 읽었던 느낌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생텍쥐베리가 잃고 싶지 않았을 어린아이의 마음을 어린 왕자를 통해 말하고 있다. 자신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잃어버렸던 모든 어른들을 대신해.
또 몇 십 년이 흐른 뒤, 접하게 될 『어린 왕자』는 나에게 어떤 놀라운 선물을 줄지 사뭇 궁금하다.
나를 위해 웃어줄, 아니면 울어줄 수백 만 개의 어린 왕자의 눈물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