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원짜리 책을 육천백원에 산 것도 미안해 죽겠는데 책과 꼭 닮은 손공책까지 선물받아
에쿠니 짱은 선물을 주는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글 역시 그런 마음. 하지만 쓸쓸해졌다, 가을 한 복판에서.
이렇게 그녀의 말투를, 김난주의 말투를 고스란히 닮아가면서.
그녀의 말대로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언젠가 나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이젠 사라져 기억에도 없지?' 라는 말을 잘도 애인이었던 사람에게.
그가 이 말을 들었을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들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확인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에쿠니 짱이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질 감성을 끄집어 감성을 글로 옮겨놓은 것처럼. 마치 확인하 듯이.
그런 심정이었음을, 그런 마음이었던 적이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