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났다. 훌훌 벗어던지고, 한국에 너무 오래 있었다면서.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길이라고 했다.
해줄 말이 없어서, 잘 다녀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어서 말했다.
올 때는 어리고 이쁜 여잘 데리고 들어와.
그가 대답했다.
어리고 이쁜 남자는 어때?
그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그러든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몰아읽고 싶은데 깨알같은 글씨와 712페이지에 육박하는 페이지수에 뜨악 기에 눌려
때때로 읽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핑거스미스>를 읽고 있는 탓이 아니었다.
성별과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가 누구를 데려오든, 그가 언제 돌아오든 나는 그를 반갑게 맞이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