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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평점 :
이론물리학자이자 과학엔터테이너인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교수가 인간의 마음을 물리학적으로 분석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의식, 뇌, 심리, 꿈, 기억과 같은 분야의 ‘정복’에 과학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설명해준다. ‘은하철도999’에서의 로봇에 인간의 정신을 옮기는 것이나 ‘터미네이터’에서의 인류를 멸망케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인셉션’에서의 꿈의 공유와 같은 기술적 설정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우리의 과학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다양한 연구 사례와 과학 이론을 통해 보여준다.
책이 512쪽이나 되는 것은 분명히 큰 장벽이다. 더구나 양장본이어서인지 다른 500페이지 책보다 훨씬 두껍게 느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해하겠다는 욕심을 갖기보다 어려운 개념들은 흘려보내며 저자의 쉬운 설명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이런 세계가 정말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내가 선천적 과학/수학 이해 결핍증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밌게(인터스텔라를 관람한 후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려고 관련 서적들을 잡았다가 절망한 기억을 고려하면 더욱) 이 책을 읽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간 시간만 낼 수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시작하는 것이 큰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
결국 주인공은 뇌다. 뇌를 스캔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해, 뇌를 역설계하는 것으로 책은 문을 닫는다. 인간의 움직임이나 꿈, 생각처럼 외적으로 드러나는(쉽게 드러낼 수 있는) 부분과 그것들과 연계되는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뇌의 반응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면, 전자를 조작해 후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후자를 조작해 전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반복해 걷는다.
물론 텔레파시나 염력, 똑똑한 알약의 이야기에 도달하면 이것이 과학인지 공상과학인지 약간 애매한 느낌이 들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경우에도 과학적 원리와 가능성의 선에서 설명하며 ‘교양과학책’으로서의 어려운 줄타기에 실패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독자는 과학이 이 정도나 발전했다니!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알파고의 시대에 누구나 갖고 있는 “로봇이 거짓말을 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여전히 답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일종의 ‘안심’도 할 수 있다.
SF 분야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 지망생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 공을 들여 한번만 읽어도 작품 설정에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더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나는 문득 폰 노이만이 이야기했다는(그는 사실 욕이 나올 정도로 천재다) “수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단지 그것에 익숙해질 수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이 자꾸 생각나며 위로와 절망을 동시에 주는 것일까...
-2018년 100권 읽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