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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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작가와 학자의 오래된 과제다. 정유정의 시도는 그것 자체로는 대단하며 뇌과학과 도덕의 상관관계에 대한 학계의 연구를 성실히 공부한 노력도 보인다. '7년의 밤'이나 '28'을 통해서 이미 증명한 가독성과 장르적 이야기에 무게를 더하는 특유의 문체는 여전하다.


하지만 정유정이 죄악을 다루면서 내면에만 침잠할 때, 그것은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유리된다. 이야기는 접착력를 잃고 개별적으로 부유하며, 그나마 광장도 아닌 좁은 주택 안에서 방황한다. 뇌의 결함과 가족의 억압이 연쇄살인마를 낳있다는 등식은 아무런 멋도 의미도 담지 못한다.  


정유정은 정말 이런 식으로 범죄가 탄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의 시도는 훌륭했으나 결과물은 정성스럽게 만든 편의점 도시락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미 도스토예프스키가 200년 전 쯤 '죄와 벌'을 통해 성공한 도전을 신춘문예 스타일로 반복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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