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웨이 아웃
스티븐 암스테르담 지음, 조경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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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상의 도시에서 통과된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삶에 대한 미래나 꿈이 없는

사람들은 편안한 죽음을 원합니다. 물론 가족들은 반대하거나 미련과 후회 속에

당사자의 선택에 대한 동의를 망설이게 되죠. 그로 인해 갈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가에 대한

실망감을 보이고, 이제 그만 편하게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주인공 '에번'은 안락사 어시스턴트인데요, 처음엔 절차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두렵기만 해요.

절차 방법은 넴뷰탈이라는 액체가 들은 컵을 건네고 죽음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락사를 원하는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점차 익숙해지고,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고 맙니다. 바로 자신의 감정이 입되는 과정인데요, 죽고 싶은 환자가

컵을 들어 마시지 못할 때에도 절대 손을 대면 안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상으로만 보면 스스로 마시는 건지, 아니면 강제로 먹이는지 구분이 안될 수도 있거든요.


 

전 안락사를 찬성하는 쪽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어요.

떠나는 사람, 남는 가족들의 안타까움, 사망 후 처리해야 할 여러 절차들과 장기 기증까지.

전반적인 내용은 이러하지만 주인공을 통해서 직업적인 시선과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극명한 점은 인상 깊었습니다. 환자로 대할 때와 내 가족일 때의 차이는 정말ㅠㅠ

주인이 느끼는 바라보는 고통과 직접 겪는 고통의 차이가 리얼하게 잘 드러나 있었어요.

인생과 삶이 주는 고뇌도 계속 됩니다.



"단 하루의 저녁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 레오가 말했다.

"약속 할게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이대로 또 한 번의 짧은 인생이로군요."


나는 그의 말을 가슴에 간직했다.


                                                  - 삶의 본질 _174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 속에서 '에번'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풀 곳이 절실해집니다.

그는 게이에요. 중반쯤에 나오는 3p 장면에서 저는 다소 충격적이었는데요,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고정관념은 없지만 안락사라는 무거운 내용 안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사랑 방식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진지하게

고백해오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오히려 물러납니다. 그리고 후회하죠.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도, 함께 하고 싶다고도 못합니다.

그 이유는 스포니까 자제할게요 ㅎㅎ



 

어머니와의 애증 관계와 사랑하는 연인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

일상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현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고통과 괴로움.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였던 저자의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실감 나고 와닿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우리의 삶에 감사함을 더할 수 있게 되는 동기가 하나 더 늘었네요.

 

 

이걸 드시면 몇 분 안에 잠이 들고 의식을 잃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소생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응급처치도 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은 사망하게 됩니다.


ㅡ원하시는 게 이게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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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양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엮음 / 노마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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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 시리즈는 <철학 잡학 사전>과 <우리말 잡학 사전>, <우리말 어원>을 봤는데, 어렵지 않으면서도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이 중에 '우리말 어원'은 선물로 많이 줬던 기억이 난다.

책 선물을 좋아하지 않는 어린 조카가 몇 페이지 넘겨보고는 맘에 들어 해서 뿌듯했었다~


사전이라는 말이 딱딱하고 어려운 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번에 나온 <문화교양 사전>도 술술 넘어가서 재밌게 봤는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아주 빠르게 책장이 넘어감을 느꼈다. 이유를 다 적으면 스포(?)가 되니까 패스~



외국의 어느 연구팀이 흥미 있는 실험을 했다. 수컷 쥐 성체를 잔뜩 굶긴 뒤 한쪽에는

쥐가 좋아하는 먹이를, 다른 쪽에는 암컷 쥐를 놓고 수컷 쥐를 풀어주며 어느 쪽으로

먼저 가는지 살펴보는 실험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수컷 쥐는 암컷 쥐에게 먼저 갔다. 생존을 위한 식(食)본능 보다

후손을 남기려는 성본능이 앞섰던 것이다.


                   - 남자와 여자 _가장 많은 후손을 남긴 남녀 _91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문화교양 사전>은 과연 무엇을 담고 있을까.

'인류'의 기원과 창조론과 진화론을 거쳐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나아가 민족이라는 집단적 구성 (귀신 이야기까지 나와서 흥미로웠음),

인간성에 깃든 욕망과 욕구의 표출,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과 미래의 정의와

다양한 유전자의 역활과 비만, 교미와 섹스의 차이를 넘어 포르노를 보는 심리까지

각 주제에 맞춰 5장정도의 분량으로 깔끔하게 들어있어서 보기 편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우리 민족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근거의 제시였다.

집 가(家)자는 중국인들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글자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보면, 한 방에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모든 내용이 흥미롭고 호기심을 돋게 하는데, 전혀 몰랐던 내용도 있고

얼핏 들어본 내용도 있었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를 좋아해서

ㅡ 영아살해는 모성본능인가

ㅡ 후성 유전자, 좀비의 실체

ㅡ 관음증과 노출증은 병인가.

ㅡ 트라우마가 지워지지 않는 이유에 호기심 뿜뿜!



요즘 '가짜 뉴스'가 판치고 있다.

역사를 살펴봐도 전 세계적으로 가짜 뉴스는 끊임없이 생겨났다.

이를테면 '거짓 정보'도 가짜 뉴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가짜 뉴스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18세기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것이다.


          - 정의 그리고 현재와 미래 _역사상 대표적인 가짜 뉴스 _327



 

ㅡ 외계의 지적 생명체

ㅡ 이성 혐오의 본질 (미투 등

ㅡ 불행한 이유, 종교적 충돌

ㅡ 현대 사회의 불안과 분노

ㅡ 정의와 재판의 진실 등 최근 사회적인 이슈도 좋았다.


 

지구보다 수억 년 앞선 어느 행성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문명을 지녔다면, 왜 아직까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 것일까?

 


전문적인 사전적 지식도 있었지만, 아는 상식에서 조금은 더 깊은 정보도 있고,

역사를 타고 흐르는 내용이 재밌었다.

잘난 척 시리즈는 이후로도 계속 기다려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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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카르테
치넨 미키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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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 '스와노 료타'는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2년의 수련 기간을 거치는데요,

각 과에서 임상체험을 하며 자신의 전공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다섯 명의 환자 이야기에요:)


첫 번째 정신과에서 만난 30대의 여성 '루카'의 자해 사건과 

마지막 순환기내과에서 만난 미모의 아이돌 환자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모두 마음을 닫은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어느새 다정하고 부드럽게 다가서는

스와노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데, 여기에서 약간 탐정 같은 추리가 겹쳐져요.


말도 안 되는 상처라던가, 아픈 이유를 바라보던 스와노의 예리한 관찰력이 한몫하죠ㅋ

첫 환자 루카만 보더라도, 사랑하는 전 남편의 이름을 담배로 자신의 몸에 지지고

자해를 하면서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게다가 그 상대는 소식을 듣고

병원까지 찾아오지만 만나지 않고 서둘러 가버려요.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루카가 입원한 병실까지 20미터 남짓.

전 남편이 자신을 걱정해서 이렇게 근처까지 와준 것을 안다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할까?

어쩌면 그 껍데기처럼 생기 없는 몸이 조금은 활기를 찾지 않을까?


병실에 가볼까. 스와노는 병동 안쪽으로 발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몇 시간 전에 루카가 퍼부은 얼어붙을 듯한 시건과 오장 육부까지 올린 고함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몇 초 동안 스와노는 주먹을 꽉 쥐고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몸을 돌렸다.

사정없는 자기혐오가 등을 덮쳤다.


                                 - 그녀가 눈을 감은 이유 _29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닌, 환자의 마음까지 읽으려 노력하는 스와노는

내적 갈등을 겪으며 성찰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진지하게 미래를 바라보며

과연 어느 과로 정할지 고민하는 이면에는 환자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자 하는

따스한 감성... ㅠ



 

자, 갈까.

스와노는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안에는 교수를 비롯하여 많은 의국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온몸으로 그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스와노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부터 0000에서 일하게 된 스와노 료타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 에필로그 _268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함이 담겨 있는 메디컬 미스터리 소설이었습니다.

치넨 미키토의 작품을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힐링을 받아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 주말엔 스트레스도 많았고, 그냥 좀 꿀꿀한 시간이 많았는데,

조용한 곳에서 커피 한 잔 놓고 읽다 보니 어느새 기분 좋은 한 주의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ㅎㅎ


 

#비오는날읽으면좋은소설

#힐링소설

#감성메디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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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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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스펜스의 교과서'라고 인정받는 작품이자, 스릴러 작가들마저 인정했던

베스트셀러 <양들의 침묵>입니다. 30주년 기념으로 다시 만나게 된 고전이에요.

결말이 궁금하면서도 책장을 넘기기가 아까울 만큼 흥미진진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까지 나왔으며 객관적으로 봐도 재미는 보장된 작품이에요.

아직 드라마는 못 봤는데, '한니발 렉터'박사의 카리스마에 겁나 반해갖고!

이번 주에 꼭 볼 거예요 ㅎㅎ 영화에서 봤던 앤서니 홉킨스 배우가 아니라는 점은 아쉽지만

드라마 후기를 보니 다른 배우도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고 하니 기대 중입니다~


 

9명을 살해하고 요리해서 먹은 남자 '한니발 렉터'가 수감된 곳으로 젊은 여성 수사관이 찾아갑니다.

그녀는 FBI 연수생 '클라리스 스탈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며 아름답기까지 해요.



"렉터는 구속복과 마우스피스까지 전부 장착하지 않고서는 감방 밖으로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를 말해드리죠. 이곳에 들어온 첫해에 그는 상당히 협조적이었어요. 그래서 그에 대한

안전 조치가 약간 느슨해졌죠. 제가 여기 오기 전의 일이었다는 걸 감안하고 들어주기 바랍니다.

1976년 7월 8일, 가슴 통증을 호소한 렉터는 진료소로 옮겨졌습니다. 심전도 검사를 위해

구속복을 벗겨야 했죠. 간호사가 가까이 몸을 기울이자 그는 그 간호사에게 이런 짓을 했습니다."


칠턴은 모서리가 접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의사들이 간신히 한쪽 안구는 살렸습니다. 진료소 직원들이 줄곧 지켜보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렉터는 간호사의 턱을 부수고 혀를 잘라냈습니다. 그 혀를 먹는 동안 그의 혈압은 85를 넘지 않았죠."


                                                                                  -p29



한니발은 유명한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에 관한

중요한 단서 또는 진범을 알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물로 거론됩니다.

잔인하고 광기 어린 눈빛에 비해, 격조 높은 매너와 예의 바른 행동을 보이죠.

잘생긴 외모지만 오랜 수감 생활로 인해 피부는 창백합니다.


살가죽이 벗겨진 채 처참하게 버려진 여성의 시신들이 연속해서 발견되는 가운데 끔찍한 범죄의

단서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한니발 박사는 좀처럼 자신이 아는 것을 내놓지 않습니다.

여기서 스탈링과 한니발 박사의 심리전이 나오는데, 심쫄+긴장 터져요.ㅋㅋ



"박사님이 왜 여기 들어와 있는지, 박사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호기심이죠."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야, 스탈링 수사관. 내가 그 일을 일어나게 만든 거지.

나를 외부 조건에 이런저런 영향을 받은 존재로 평가 절하할 생각 마. 당신은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포기하고 행동주의자들의 학설을 따르기로 한 것 같군. 스탈링 수사관.

당신은 도덕적 존엄성이라는 잣대로 모든 이를 평가하지만, 사람이 악생을 저지르는 이유는

도덕적 존엄성의 결여 때문만은 아니야. 날 봐, 스탈링 수사관.

나를 악하다고 말할 수 있나? 내가 악한가, 스탈링 수사관?"

                                                                      - p46


한니발의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독보적입니다.

말 몇 마디로 스토리 전체를 이끌 만큼 카리스마 쩔고요 ㅎㅎ

연쇄 살인범의 상황도 중반쯤부터 나와서 교차되기 시작하면서 눈을 떼기 힘들었어요.


희대의 살인마이자 역대급 소시오패스지만 정중한 매너를 가진 한니발은 제 취향입니다

어설픔은 1도 없어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각기 개성이 뚜렷하고 세밀한 표정이나

행동 하나까지도 묘사되지만 절대 지루하거나 늘어짐이 없어서 좋았어요. 고구마 따위 없다.

그로테스크함에 군더더기는 없고, 고급스러운 서스펜스 소설입니다. #개존잼



"클라리스, 양들은 울음을 그쳤나?


ㅡ하지만 클라리스, 당신이 보게 될 지하 감옥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탄탄한 스토리와 호기심을 일으키는 범죄의 구성 그리고 전율이 느껴지는 심리 변화의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절대 잊지 못할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양들의 침묵'에 대한

언급은 생략했습니다. 중요한 스포이자 포인트라고 생각했거든요. ㅎㅎ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이야기 중심이 렉터 박사에게 넘어가는 결말도 정말 맘에 들어요.


아낌없이 추천 날립니다. 꼭 보세요. 후회 없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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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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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자극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제목입니다. '책 제목이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만큼요.

그런데 정말 어이없고 믿기 힘든 강간 사건이 등장합니다. 바로, 피해자가 없는 성폭력 범죄입니다.


'여자의 상상이다, 여자가 원했다, 여자의 거짓말이다......'


성폭력 사건을 접하다 보면, 성별을 가리지 않습니다. 물론 비율은 여성이 더 많겠지만요.

주인공 '마리'는 여성입니다. 범인으로부터 총으로 위협 당하고 강간과 협박용 사진을 찍힙니다.

우리나라는 총기 소지 자유화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ㅠ

수사관의 행동은 관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일방통행이라 얼마나 화가 나던지!


"스타워즈를 보고 다섯 살짜리가 수갑에 매혹되었어.

그런 아이가 결국 어떻게 되겠어?"



이 책을 공동 집필한 저자는 모두 기자 출신입니다. 퓰리처상까지 받은 이 작품은

실제 피해자 '마리'와 지인들의 인터뷰 그리고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쓰였다고 합니다.

수많은 전문가의 조언과 FBI의 서류도 받았다고 해요. 법원 재판 사본도 나와요.

그저 말이 안 나옵니다. 피해자의 심리를 아주 세밀하게 표현해냈는데요,

보통 우리가 생각했던 기존 관념을 한 방에 뒤집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성폭행 당한 여성 피해자의 경우 신고 단계부터 강간 당했던 시점으로 몇 번이고

돌아가서 끔찍했던 그때를 기억하고 진술해야 하는데, 큰 충격으로 인해 부분 기억상실이라던가

진술의 오류나 번복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범인의 인상착의를 떠올릴 때도 피해자의 극심한

심적 괴로움은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왜 기억을 못하는지 의아해하는 수사관도 나와요.


강간 당했던 상황을 설명해보라는 말에 피해자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말을 해야 신고를

할 거 아니냐며 매우 답답해했던 담당자도 있었구요.

당신이야말로 최근 애인과 잠자리했던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보라고 하자

그제서야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장면에서는 통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궁금해졌다. 만약 내가 내 욕망대로 행동한다면? 여기서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내가 만약 딱 한 번만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린다면 그다음부터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지 않을까?

"딱 한 번만 저지르고 나면 마치 가려운 곳을 긁은 것처럼 해결될 것이라고 나 자신을 설득했습니다.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고 다시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그에게 필요한 것, 그 괴물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였다. 진짜 현실의 공포.


ㅡ그는 공격을 감행해보기로 했다.


                                                 - 5. 이길 수 없는 싸움 _93



강압적인 수사관의 태도에, 스스로 자신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잃어가다가

결국 꿈이었다던가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고 거짓말을 해버린 소설 속

피해자 '마리'의 모습은 숨겨져 있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가진

두 여성 형사에 의해 바로 잡혀갑니다 ㅠ


믿을 수 없는 사례들을 보며 멘붕이 오기도 했고, 소름 끼치도록 무섭더라고요.

몇 가지 소개하고 싶어도 차마 글로도 표현하기조차 화가 나고 힘들어서 접었습니다.


거짓말쟁이라고 매도된 마리에게 귀를 귀울 여주고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던 여형사들은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져도 결코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한 믿음과

피해자의 심정을 이해하는 수사 과정에 진범이 밝혀지고 결국 법정에 세우고 맙니다. (박수!!



우리는 강간 피해자가 자주 마주치는 의심의 역사를 따라가보고 싶었고

형사들을 잘못된 수사로 빠지게 하는 편견과 가정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싶었다.

우리는 마크 오리어리의 인적 사항을 밝히고 그가 체포되기까지 법 집행기관의

수사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마리의 사건을 개인이 아닌 전국적인 차원으로 보면서 그녀가 겪은 시련이

얼마나 극심한지 보여주고, 같은 고통을 겪었을 다른 피해자들도 조망해보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이 탄생했다.


                                                 - 작가들의 말 _366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는 사건으로 인해, 두려움 속에서 현실을 덮으려는 피해자와

멈출 수 없는 범죄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범죄자의 심리가 잘 나와있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물었다.

너 강간당한 거 맞니?


'피해자라면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나?', '피해자의 행동이 아니다.' 일명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많은 보호 조치와

강간 피해자를 위한 심리 전문 인력이 생기길 바라봅니다.

수사관이 바뀔 때마다 당시의 상황을 반복해서 진술하는 건 너무 끔찍하지 않나요?ㅠ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처 방법과 예방 차원의 행동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범인의 충동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_덧 1

최근 화성 연쇄살인범의 유력한 용의자가 부산교도소에서 1급 모범수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비록 33년 만이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사실에는 화가 나지만

하루빨리 그날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습니다.


_덧 2

조두순 사건을 보면 사형제도의 부활을 외치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밉니다.

이 파렴치한 놈이 교도소에서 하는 행동들은 너무 뻔뻔해서 역겨울 지경이에요.

조두순이야말로 이 책에서 나온 범인의 형량 보다 몇 배는 더 받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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