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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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부제는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입니다. 부제 그대로 10개의 위대한 심리실험과 그 결과에 대한 내용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10개의 실험 모두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으며, 저자인 로렌 슬레이터의 쉽고 편하면서도 정보 제공을 소홀해 하지 않는 문체 역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실험이 인상적이었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많은 부분에 응용될 수 있는, 저 자신도 많은 영향을 받은 내용들로 충격적인 실험 결과와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여 줍니다.

뭔가 창조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고 생각이 드는데, 10개의 연구 중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를 예로 들자면, 결론적으로 "기억은 조작될 수 있다. 아주 쉽게"라는 연구 결과를 싣고 있습니다. 딸이 이십년 전 아버지가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를 강간, 살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주장했던 사건에서 비롯된 실험과 그 결과로 억압된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죠. 이 실험과 결과에서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괴로워하고 그 사실에 발목이 잡혀있는 대표적인 인물인 "브루스 웨인"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실제로 브루스 웨인의 부모는 그의 눈 앞에서 악당에게 저격당해 살해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죽었다면? 그리고 부모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암시하는 다른 어른이 그에게 이러한 왜곡된 이야기를 주지시켜 기억을 조작했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주위에 있었던 유일한 어른이자 조언자인 집사 알프레드에게 혐의가 실리겠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악에 대한 증오를 품게 된 알프레드가 자신에게 없는 젊음과 기회, 재력을 가진 어린 브루스 웨인에게 실제로는 다른 이유로 사망한 (뭐, 교통사고라고 하죠) 부모님의 죽음을 전해 주며 지속적인 암시로 그의 눈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 당했다고 기억을 심어 버린거죠. 때문에 브루스 웨인은 알프레드의 조작대로 조종되어 배트맨이 되어 버린 것이고요. 결말은 진실을 알게된 배트맨이 알프레드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어쨌건 요렇게 바라보니 심리학이라는 것도 정말 재미있네요.^^

이외에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윤리적인 부담을 이겨내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숙제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해당 연구에 대한 반대파의 의견도 충실히 조사하여 서술하고 있어서 균형을 잃지 않았다는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줄 만 합니다. 별점은 4개 얻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여간 다양한 심리학 서적을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심리학이라는 것이 정말 범위도 넓지만 충격적인 사실도 많아서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 뿐더러 창조적인 작업에도 많은 부분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전부 이 책 처럼 재미있진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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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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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16건의 사건을 통해 조선시대의 법의학, 수사기관 및 그 제도와 형벌제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살인사건"에 따른 수사방법과 범인 색출이 등장하는 사건은 그다지 많지 않고, 권력형 비리 등이 더욱 많아서 좀 아쉽더군요. 사실 권력층이 노비를 살해한 것, 그리고 권력층 내부의 살인사건과 범죄는 당연하게도 별로 수사같은 것이 등장할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고 사건도 "상소" 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와 닿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또한 3부의 반군 소탕작전 챕터와 4부의 조선시대 강압수사 챕터는 제목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부분이라 왜 이 책에 포함됐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임꺽정 체포 작전이나 조선시대 검계 소탕작전은 살인사건으로 보기는 좀 무리잖아요? 강압수사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목에 혹해서 산 저같은 독자는 완전히 낚였다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이었다고 생각되네요.

그나마 제대로 된 사건 수사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정조때 있었다는 "평산 박소사 살인사건" 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이 사건은 자살로 위장된 사체를 무원록에 기반을 둔 세번의 검시 (삼검)을 통해 살인사건임을 밝히고 심문 등을 통해 증거 수집 및 동기를 확인한 사건으로 디테일한 시체의 검시 방법의 등장은 물론이고 수사 및 형벌에 대한 내용 및 당시 사회상 등도 잘 드러나 있으며 사건의 전개 자체도 굉장히 드라마틱 한 등 여러모로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16개의 토막 중 딱 하나가 마음에 들었을 뿐, 제목에서 기대한 것에 비하면 실망이 더 큰 책이었습니다. 아울러 추리작가이기도한 이수광씨가 저술하였는데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지나치게 문어체적인 느낌이 강하고 너무 설명이 부족해서 읽기도 힘들었고요. 빈말이라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좀 어려네요.  별점은 2점만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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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전의 전설
칼 하인츠 프리저 지음, 진중근 옮김 / 일조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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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은 전쟁관련 독서군요.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술로 유명해진 전격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특히 전격전의 시작과 그 확립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전 초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는 이른바 서부전선의 "지헬슈니트 작전" 에 대해 각종 도표와 그래프, 지도 등으로 상세하게 다루면서 전격전이라는 전술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거의 600페이지나 되는 책 내용의 대부분을 이 작전 하나에 할애하였다는 점에서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더군요.

두께는 제법 되지만 전격전의 실체와 알려진 것과 사뭇 다른 서부전선의 양상,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장군들에 대한 묘사와 손에 잡힐 듯한 전장에서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군인 롬멜의 서부전선에서의 활약상을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한 책은 정말이지 처음이네요. 프랑스 군에서도 드골 등 이름만 알고 있던 장군의 실제 활약이라던가 프랑스 부대의 일부 활약상과 용맹성을 묘사하고 있는 등 균형을 잘 맞추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예전에 읽었던 이대영씨의 "알기 쉬운 세계 제 2차 대전사" 에서 후루룩 지나간 서부전선 이야기에 대한 실상을 알게되어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 전쟁이 원래는 히틀러의 침략 야욕으로 불거진 전쟁이 아니라는 점 (미리 선전포고를 받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 과 실제로 전술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뛰어난 독일군 장군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진 전술이었다는 점, 그리고 프랑스 군이 무능했다기 보다는 모든 병력과 병기에서 앞서는 상황이었지만 프랑스군을 지배했던 구세대적 마인드에 의해 패배한 전쟁이었다는 점, 아울러 독일군 승리에는 정말로 많은 행운이 작용했다는 점 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거든요.

아울러 지헬슈니트 작전과 1차 세계 대전때의 슐리펜 계획과의 자세한 비교 및 전격전이 확립된 서부전선의 결말과 그 역사적 의의 -거의 성공할 뻔 했지만 히틀러 때문에 실패한, 성공한 전쟁이 아닌 작전술의 승리였을 뿐이라는 결론- 등을 설명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워낙 자세하게 설명을 해 놓아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긴 하지만 전쟁사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전격전의 실체를 파헤치는 학술서에 가깝기 때문에, 정말 두껍고도 무거운 엄청난 책이라 읽는데 고생이 좀 되기도 했습니다. 양장본이라 더욱 무겁기도 했고요. 무게와 두께가 흉기에 가까운 것은 정말 이 책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었습니다. (책 가격이 4만원에 육박하는 것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두께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가격이겠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2차 대전에 대해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번역도 딱딱하지만 정확한 편이고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3점 반을 주고 싶지만 조금 지루한 점과 두께는 아무래도 좀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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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 가문 - 여섯 차례 노벨상을 수상한 명문가의 위대한 정신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전대호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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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각주 및 주석을 제외하더라도 7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퀴리 가문 -마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 이렌 퀴리와 졸리오 부부를 중심으로-의 약 4대, 100년에 걸친 역사를 다룬 그린 평전이죠.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퀴리 가문이 발견하고 발전시킨 물리학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당대의 실제 역사와 맞물려 치밀하게 묘사되는 것은 물론 마리와 피에르의 둘째 딸이었던 이브 퀴리의 언론인으로서의 활동 등 숨겨진 퀴리 가문의 이야기, 거기에 마리와 랑쥬벵의 불륜으로 의심되었던 우정이라던가, 졸리오의 레지스탕스 경력과 공산주의자로 활동한 이력 등 가쉽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으며 여러 자료들 역시 충실하게 삽입되어 있어 이해를 돕습니다. 그 외에도 라듐에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 (방사능이 위험을 몰랐던 때 벌어진 치명적인 사건들) 도 재미있었고요.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어렸을 때 "세계의 위인들" 류의 책에서 짤막하게 접했던 퀴리 부인의 이야기가 전부였던 저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것들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장모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위 졸리오가 실질적으로 현대 핵 물리학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라는 것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단지 천재 장모와 아내 덕을 본 인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외려 장모와 아내보다도 실질적으로 현대 과학에 기여한 인물이더군요.

어쨌건 천재 가문의 역사를 자세하게, 재미있게 다루고 있으며, 공평한 시각의 평전이라는 점에서 길고 방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리학, 특히 핵물리학이나 19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유럽 역사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별점은 3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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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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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캘리포니아" 이후 긴 공백기간 끝에 새롭게 출간된 김진태의 신작입니다. 김진태 작가의 팬을 자처하는 저로서는 안살 수가 없는 책이었죠. 오랫만에 접한 신작이지만 유쾌한 난장판이 펼쳐지는 김진태월드는 여전하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김진태 특유의 지적이며 현학적인 설정이 빛나는 점이죠. 외국인 로빈슨 크로스와 그의 노예 짐, 신비주의 학자 오베르마스가 조선에 표류하며 겪는 여러가지 이야기에서 실존인물 하멜과 벨테브레의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라던가 퓨전사찰 "육탄사"에 대한 표현. 짐이 소박맞은 여자와 살림을 꾸리는 이야기나 오베르마스와 한국 무당의 점보기에서 시작된 판타지(?) 대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름의 상식적 기반에서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교묘하게 결합되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역시 김진태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일종의 데즈카 식 올스타 캐스팅같은 전작들과 연계되는 다양한 캐릭터들(황가두-바티스투타-스님 / 한호색-뺀-로빈슨 등) 을 보는 재미도 컸고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과장된 상황에 의존하는 슬랩스틱이 불필요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정상적인 이야기 진행을 방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민쾌걸"의 풍자나 "호텔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패러디와 같은 핵심 요소가 없이 설정에 의존하여 캐릭터들이 마음대로 날뛰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항상 진화나 새로움을 보여주었던 전작들에 비한다면 약간은 부족한, 산만한 내용으로 보였거든요. 예로 든 작품들보다 각 에피소들의 길이가 긴 편인데 긴 이야기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진행되는 부분에서는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기도 합니다. 좀더 개개의 에피소드를 짧게, 주요 이야기에만 내용을 집중적으로 할애했더라면 하나하나의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았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풀컬러로 인쇄된 책 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지만 덕분에 가격도 비쌀 뿐더러 책의 장정과 디자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지나치게 싼티가 난달까요. 김진태의 작품은 대상연령이 조금 높기 때문에 보다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훨씬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되거든요. 물론 표지를 너무 못 그리는 김진태 탓도 없잖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워낙 설정이 좋기에 나름의 재미는 분명한, 김진태 팬으로서는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책 가격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만 사실 오랜 팬으로서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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