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 2: 더 골든 아미 - Hellboy 2: The Golden Arm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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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제가 너무나 좋아라 하는 만화 원작의 슈퍼히어로 (?) 무비! 감상한지는 좀 됐지만 포스팅꺼리도 없던 차라 몇자 적어 봅니다.

일단 전편과 비교한다면 스케일도 더욱 커졌으며 재미난 신 캐릭터의 등장도 있고 영원히 죽지 않는 무적의 군단 골든아미의 묘사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더욱 많은 작품이기도 한데, 우선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헬보이의 매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헬보이 특유의 유머나 위트가 제대로 살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에이브와의 술판과 고성방가 정도는 재미있었지만 영화의 극히 일부분이었을 뿐이고요. 영화에서는 차라리 에이브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데 이래서야 헬보이가 아니잖아요. 무슨 외전도 아니고.... 별것도 아닌 이유로 리즈와 티격태격하는 모습 역시 실망스럽습니다. 대인배 헬보이가 찌질한 아저씨가 된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헬보이는 진정한 마쵸여야 하는데... 역시 여자가 영웅을 약하게 만드는걸까요?

또한 악당들도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름만 멋진 비련의 공주와 사악한 왕자라는 구태의연한 설정은 둘째치고서라도 레벨 설정이 엉망이라 결말이 어처구니가 없었던 점은 정말이지 납득하기 어렵네요. 차라리 중간에 등장했던 중간보스들이 훨~씬 강해 보였습니다. 게다 후편을 암시하는 듯한 복선은 너무 쓰잘데 없었고 말이죠.

이야기 전개도 이상하게 맥이 풀리는 것이 배급사에서 무지막지한 가위질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까지 합니다. 기에르모 델 토로 감독이 직접 각본까지 손댄것에 비하면 영화가 너무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 것이 영 미심쩍네요. 뭔가 손발이 안맞아 보이는 것이 델 토로 감독이 상업성과 자신의 가치관 사이에서의 줄타기를 실패한 듯한 느낌도 강하게 들고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영화의 문제도 좀 있겠지만 워낙 전작을 재미있게 봤기에 기대가 컸던 탓이 크겠죠. 그래도 별점은 2점. 저는 관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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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보우 미스터리 - Goledn Age Mystery 02
이스라엘 장윌 지음, 한동훈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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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즉 19세기 후반에 발표된 밀실 미스터리의 고전인 "빅 보우 미스터리"를 이제야 완독했습니다. 중편 길이의 표제작 이외에도 "유별난 교수형" 이라는 단편까지 2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내에 출간된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뒤늦은 감이 있긴 하네요. 추리 애호가를 자칭하는 저로서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죠... 

어쨌건 일단 평하자면, "빅 보우 미스터리"는 추리사에 이름을 남긴 고전답게 밀실 트릭물로서 충분히 뛰어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상당히 기발하고 참신한 일종의 밀실 + 심리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지금 읽어도 무릎을 칠 만한 기발한 선구자적 아이디어가 빛나거든요. 지금 읽기에는 좀 낡아 보일 수 있고 우연에 기대는 부분이 아주 약간 있긴 하지만 작품에 흠집을 낼 수준은 아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뛰어난 점은 전편을 관통하는 유머와 풍자라 생각됩니다. 유머와 풍자는 지금도 먹힐만큼 독특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가 잘 살아 있거든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마크 트웨인이 썼음직한 정통 추리물이랄까요? 그만큼 유머러스함이 전편에 묻어나서 읽는 내내 즐겁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단지 유머러스한 부분뿐 아니라 앞서 이야기했듯이 추리적으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기에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읽어도 가치있는 "고전" 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겠죠. 마지막의 반전도 19세기 후반 작품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점이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웠고요.

덧붙이자면 부록처럼 실려있는 "유별난 교수형" 이라는 작품은 트릭은 지금 보기에는 너무 뻔해보이긴 하지만 역시나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넘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재미와 가치 모두 기대 이상이라 4점 주겠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추리소설 애호가시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될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아울러 이 작품이 소개된 것 자체가 상당히 놀라운 일로 생각되는데 앞으로도 계속 다른 고전 명작들이 번역,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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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난감 기업의 조건 - IBM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까지, 초우량 기업을 망친 최악의 마케팅 AcornLoft
릭 채프먼 지음, 이해영.박재호 옮김 / 에이콘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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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80년대, 즉 PC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을 때 부터 한때 잘나갔지만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삽집을 반복하며 제풀에 스러져간 IT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물론 스러지지 않고 아직도 건재한 기업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그리고 기업과 관계없이 닷컴 열풍으로 어마어마한 거품을 양산한 투자자를 조롱하는 챕터도 있긴 하지만 내용의 일부일 뿐이죠. 

제가 이쪽 바닥에 워낙 무지한 탓에 제가 잘 모르는 기업과 솔루션이 많아서 얼마나 대단한 회사들이 스스로 자멸했는지에 대한 감이 떨어지긴 했다는게 약간 단점이긴 했지만 (디베이스? 화이트베이스는 아는데...^^) 그래도 잘 아는 기업인 IBM,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 넷스케이프, 구글 등의 기업의 사례도 충실한 덕분에 아주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 스스로 볼랜드나 마이크로프로와 같은 초난감 기업에 실제로 근무했었던 엔지니어 겸 마케팅, 홍보 전문가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한 이야기도 많아서 더 와닿는 부분도 많았고, 과연 이렇게 멍청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너무나 웃겼습니다. 사실 당황스럽기까지 한 수준이었으니까요. 웃자고 쓴 건 아니겠지만 정말 웃겨요. 삽질의 사례와 관련된 도판, 주석 등도 방대하고 자세해서 웃음의 수준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느낌까지 들고 말이죠.

아울러, 읽다가 좀 놀랐던 사실은 그간의 상식 -마이크로소프트가 "악의 축" 이다- 라는 것을 상당히 뒤집는 발언이 책 전체에 깔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우리가 익히 알 듯 일종의 사기와 배짱 덕분이 아니라 품질의 우수성과 더불어 경쟁사들의 초난감한 삽질이 겹쳐진 운빨이었다는 것을 아주 자세하게 풀어놓고 있거든요. 물론 책의 후반부에서는 넷스케이프를 박살내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초난감한 마케팅 전략이 등장하긴 하지만 망해버린 다른 기업들의 사례에 비추어본다면 그나마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겠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 재미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웃기다는 점에서 별 4개를 줄 만큼 유익한 독서였다고 생각됩니다. 개발자와 엔지니어 사이드에 치우친 내용이 많긴 하지만 IT 업종에 종사한다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저같은 쓰라린 이직의 경험이 있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강추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당당하게 비웃고 떠벌일 수 있는 기회가 공적으로 마련된 것 같아 속이 후련하기까지 하네요. 가격이 좀 쎄긴 한데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잘나가던 누가 망했다는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즐거운 법이니까요.^^ (지옥에나 가버려~!!!!)

덧붙이자면, 저도 DJ시절 벤처 열풍때 묻지마 투자를 받았던 소규모 벤처 근무 경험에다가 잘나가던 코스닥 기업에서 망하려고 발버둥치며 삽질을 연발한 회사에 다닌 경험이 물론 있기에 좀 감개무량(?)하기도 합니다. 소규모 벤처는 월급도 못주는 상황으로 내몰린 끝에 결국 망해버렸고 잘나가던 코스닥 기업에서는 결국 저를 짤랐죠.

잘나가던 코스닥 기업은 결과적으로 엎어질 것이 뻔했던 돈먹는 하마같은 프로젝트를 잽싸게 중지하고 인원감축할 생각을 한 덕분에 아직까지 버티고 있고, 지금은 내부사정은 잘 모르지만 나오는 물건들 보면 포인트는 잘 잡고 있는 것 같아 현재 규모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먹고는 살겠더라고요. 예전 회사 덩치를 생각하면 이 회사 역시 이 책 국내판에 당당히 등장할만한 대표 사례로 손꼽히겠지만요. 뭐 그게 다 인생 아니겠습니까. 그러고보니 나도 이런 책을 쓸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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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은 위험 Medusa Collection 6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지음, 이진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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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대표작입니다. 국내 출간이 너무 늦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죠. 뭐 이땅의 쟝르문학 홀대가 한두해 있었던 일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요. 어쨌건 동서의 "제제벨의 죽음" 밖에 소개되지 않았었지만 "제제벨의 죽음" 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 이 "녹색은 위험"이 더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져있기에 기대가 무척 컸었는데 이렇게 읽게 되니 정말 감개무량하더군요.

그러나... 솔직히 작품 자체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게 아닌가 싶네요. 일단은 전개가 굉장히 고풍스러운 것이 약간 거슬리는 부분이었습니다. 반세기 이전 작품이긴 하지만 글쎄요... 크리스티 여사님 작품을 읽을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작풍인지는 모르겠지만 심리묘사와 개인적이고도 사변적인 대사가 지나칠정도로 장황하게 난무하는 점도 고풍스러운 느낌에 한몫 거들면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고요. 이렇게 장황한 묘사와 대사는 그 사이사이에 중요 단서를 살짝 살짝 끼워넣기 위한 장치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도가 좀 심했습니다. 번역의 문제가 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매끄럽지도 않고 말이죠. 게다가 커크릴 경감 (콕크릴 경감) 은 이 작품에서는 정말이지 하는게 너무 없어요! 되려 애꿎은 희생자만 늘려버리고 추리보다는 자백에 의존하는 등 명탐정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제벨의 죽음" 에서 접했던 인물과는 전혀 다른사람 같더라고요.

또한 동기 부분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오버스러운 것 같았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혐의를 두기 위해서 다양한 동기를 등장인물들에게 가져다 붙이는건 고전 추리물로는 당연한 전개인데 문제는 이 동기들이 거의 다 평이한 수준이라 "살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좀 어려워 보였거든요. 심지어는 남동생과 누나의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어거지(?) 까지 가져다 붙이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

하지만 실망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제가 10년도 더 전에 이 작품의 영화버젼을 이미 감상했다는 것이 크겠죠. 영화가 무척 재미있었기에 기대가 컸던 것도 한 원인이고요. 영화쪽이 더 깔끔하고 간결하게 각본을 구성해서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거든요. 사건도 잘 축약하고 내용을 많이 쳐 냈지만 추리적인 맛은 충분히 잘 살려냈었기 때문에 보기가 훨씬 편했어요. 덧붙이자면, 이 작품의 가장 큰 트릭은 바로 "제목" 과 동일한데 영화는 "흑백영화"라서 색깔을 전혀 구분할 수 없었던 탓에 마지막 트릭 공개가 좀 황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여간 주요 트릭과 범인을 이미 알고 있는 추리소설을 다시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지루한 일인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물론 영화에 비해서 훨씬 중첩되어 쌓여있는 복선들, 다양한 단서들, 용의자와 범인을 특정하게 만드는 시간의 굴레에 대한 설정, 특히 "가운" 에 대한 추리적인 발상은 무척 좋았고 곳곳에 숨어있는 영국적인 묘사와 유머들 역시 마음에 들긴 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거장의 대표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겠죠. 영화와는 다른 책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심리묘사와 디테일은 확실히 잘 살아 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구하기 힘들어도 영화쪽이 외려 더 나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낯선 승객" 역시 히치콕 감독의 영화버젼이 훨~씬 뛰어나듯이 가끔은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도 존재하는 법이겠죠. 개인적으로 별점을 주자면 3점.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점수가 좀 더 높았을까요? 어쨌건 아직 크리스티아나 브랜드를 접하지 않으신 추리 애호가분들이 계시다면 일단은 "제제벨의 죽음" 이 제 생각에는 더 나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이 고전 명작을 출간해 주신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리지만 책 표지 디자인과 본문의 구성은 별로였습니다. 표지 디자인은 "병원이 무대인 소설에 제목은 "녹색은 위험" 이니 이렇게 가야겠다!" 라고 떠오른 첫 생각을 그대로 비쥬얼로 옮겨놓은 듯한, 녹색 바탕에 의사로 보이는 인물이 전면에 배치된 디자인인데 너무 뻔하고 안이해보였습니다. 90년대 로빈 쿡 소설이 생각날 정도로 올드하기도 하고요. 가격도 착하고 책도 괜찮았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신경써 주신다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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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경첩
존 딕슨 카 지음, 이정임 옮김, 장경현 감수 / 고려원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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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딕슨 카의 미번역된 최대 대표작인 "구부러진 경첩" 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고전 명작들을 다시 읽고 있는데 이렇게 새롭게 소개되는 고전 명작들을 볼때마다 정말이지 기분이 좋네요. 기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타이타닉호 침몰이라는 대형 사건, 그리고 그에 따르는 인물 바꿔치기에 대한 이야기는 흡사 "마틴 기어의 귀향"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전에 읽었던 "녹색은 위험" 처럼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읽기 전부터, 추리소설을 알고 접해온 20여년 동안 가져온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일단 딕슨 카 특유의 오컬트 적인 요소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이야기를 오컬트쪽인 방향으로 너무 끌고가기 위해서 쓸데없는 사건 - 마녀 숭배 의식과 관련된 살인 사건 - 을 가져다 붙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실제 본편의 중심 사건과는 별로 연관되는 것이 없을 뿐더러 이 마녀 숭배 의식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전개는 그다지 무리가 없이 수정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작가의 욕심이 너무 지나친게 아니었나 싶어요.

또한 본편에 등장하는 메인 사건의 불가능한 설정, 즉 주위에 아무도 없는,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한 인물이 눈깜짝할 사이에 살해당한다라는 불가능 범죄에 대한 설정은 불가능범죄의 대가라 할 수 있는 딕슨 카 다운 아주 좋은 설정이긴 한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트릭은 좀 애매한 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기디온 펠 박사가 밝혀내는 가설 (혹은 진상일지도?) 쪽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이 소설의 자칭 범인이 주장하는 트릭에 대한 설정이 그만큼 너무나도 현실성이 떨어지거든요. 범행에 대한 현실성은 물론 작품 내부에서 별 필요는 없지만 이상하게 자주 등장하는 "자동인형" 조작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했고 말이죠. 이러한 부분에서는 정통 추리물로 독자와 공정한 승부를 진행하는 작가의 배려가 조금 아쉽더군요. 아주 약간의 복선만 등장해 주었더라도 좀 더 수긍이 갔을텐데요.

아울러 기디온 펠 박사도 마지막의 추리쇼 이외에는 별로 활약이 눈에 뜨이지 않았으며, 뭔가 있어보이는 제목 역시 "작품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라는 점, 빅토리아 데일리 사건의 진상은 대관절 뭐냐라는 문제, 사건의 동기가 너무 약한게 아닌가 하는 문제 (가짜라면 오히려 당당하게 이혼을 주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마녀 집회 문제가 그렇게 큰 이슈였을까요 ?), 그리고 너무 빡빡하게 자동인형 조작에 대한 설정을 적용한 것이 아닌가 (사실 C.M.B 에 등장한 설정이 더 합리적이겠죠) 하는 등의 문제점이 눈에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그동안 추리 애호가로 지내오면서 너무나 읽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임에는 분명했고, 고전 명작으로 이름이 높은 작품이라 구입해서 읽은 것에는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한 10년 전에만 읽었더라도 더 좋은 평을 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소개가 늦게 된 것이 아쉬울 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영국을 소란스럽게 했다는 이 작품의 원전격 사건인 "틱본 사건 (아서 오턴 준남작 사칭 사건)"과 보다 연관시켜 존 판리의 진위를 따지는 부분만 좀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좀 더 짧게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타이타닉 침몰 사건까지 등장하는 등 인물 바꿔치기에 대한 내용이 충분히 드라마틱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고집한 탓에, 사족이 많은 탓에 쓸데없이 길어진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쨌건 이로써 딕슨 카 작품은 현재까지 국내 출간된 책은 전 작품 구입-완독이라는 재패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덧붙여, 고려원북스에서 이 책을 출간해 주신 것에는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만, 이 책은 제가 최근 몇년간 본 책 중 최악의 표지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꼭 지적해 드리고 싶습니다. 작품과는 별 상관없는 여성의 일러스트를 아동용 동화책에나 나올듯한 스타일로 전면 배치한 과감함도 경악 그 자체지만 그에 더하여 책날개를 뒤집은 듯한 앞표지는 보관과 독서, 양쪽 모두 불편할 뿐이었습니다. 제발 원서 표지를 참고라도 해 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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