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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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골든에이지" 가 과연 어떤 시기인지 정의를 먼저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는 단편 중심의 추리소설의 시대인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여명기를 지나 1913년 벤틀리가 "트렌트 마지막 사건" 을 발표하여 성공을 거둔 이후 이든 필포츠의"빨간머리 레드메인즈". 메이슨의 "독화살의 집", 버클리의 "독초콜릿 사건" 등 장편 추리소설 명작들이 속속 발표되고 곧바로 크리스티, 반다인, 엘러리 퀸, 딕슨 카, 크로포츠 등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들이 데뷰를 하기 시작한 시기, 즉 1차대전 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사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거장들의 데뷰가 이어지고 본격 추리소설 걸작들이 쏟아져 나왔기에 "황금시대 (골든에이지)" 라고 하는 것이죠.

때문에 1차대전 이전의 소설만 담고있는 이 책의 "골든에이지"라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책 소갯글을 보면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기를 연 대표작가 다섯 작가의 소설을 담은 책" 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소갯글에 이어지는 바로 다음 문장인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사이 개척기에 활동한..." 이라고 설명되는 것이 더욱 적당한, "개척기 (여명기) 미스터리 중편선" 이 더 합당한 표현입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못된 제목이라면 과장광고를 넘어서서 거의 사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제대로 목차나 내용을 살펴보지 않은 제가 죽일놈이긴 하지만요...

그래서인지 사실 책 내용은 기대와는 많이 달라서 실망이 컸습니다. 이 "골든에이지"라는 시기에 나온 작품들을 제가 워낙 좋아라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흥미진진한 본격추리물을 기대했는데 이 책에 실린 중편들은 실제 추리물로 보기에는 힘든, 추리물 성향을 띈 드라마들로 단지 오래되었다라는 가치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5편의 작품들 중 한작품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 을 다룬 것이 아닌 일종의 "창작극"이나 "자작극" 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몰입하기도 어렵고 지루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럴바에야 셜록 홈즈의 라이벌이나 번역해 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그나마 아노 탐정 중단편이 하나 실려있긴 하지만 많이 부족해요.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요.

물론 역사적인 의미는 크고 책 자체의 번역이나 장정, 디자인도 훌륭한 편이라 과장된 제목으로 현혹만 시키지 않았더라도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물론 그랬더라면 절대 구입하지 않았겠지만요. 별점은 2점입니다. (솔직히 1점 주려다 책 자체의 가치를 생각해서 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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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중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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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어보는 신간입니다. 어차피 고전작품이니 신간이라 하기도 좀 어렵지만... 어쨌건 올 4월에 읽었던 마쓰모토 세이초 선생 (이후 "선생" 생략) 의 계승자이자 애호가로도 유명한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 (이후 "여사" 생략) 가 직접 선정한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 컬렉션 중권입니다. 3개월만에 출간되었네요.

중권은 무려 4개의 큰 주제로 구성되어있던 상권과는 다르게 딱 2개의 주제로만 구분되어있습니다. 여자"와 "남자"라는 단순하면서도 쌍을 이루는 주제로 말이죠. 두 주제 모두 앞에 미야베 미유키의 해설이 붙어있다는 것은 상권과 동일한데 해설이 너무 멋드러지게, 감칠맛나게 쓰여있어서 작품 본편 내용보다도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짤막하게 작품별로 소개하자면
제 5장 "쓸쓸한 여인들의 초상" 에는 4편의 중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첫번째 작품인 "멀리서 부르는 소리"는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된 여성의 감정을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종의 순애보와 같은 가슴 먹먹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사건이 없이 단지 숨겨진 감정의 단편만을 엿보는 구조라 굉장히 의외였던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언니를 살해하는 전개로 진행될줄 알았거든요.^^

두번째 작품 "권두시를 쓰는 여자"는 일상계 + 본격 미스터리가 결합된 좋은 추리단편입니다. 하이쿠 동인지에 열성적으로 시를 보내던 한 동호인의 시가 몇달동안 오지 않게되자 동인지 관계자들이 그 이유를 탐문하다가 뒤에 숨겨진 살인사건을 밝혀낸다는 전개로 쉽게 지나칠법한 단순한 소재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이끌어내는 거장의 노련함이 느껴진 작품이죠. 하이쿠 동인들이 오지랍이 너무 넓다 싶기는 한데, 이 정도야 허용범위 이내일 테니까요^^ 어쨌건 시대를 떠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세번째 작품 "서예강습"은 중편이상 길이의, 이 책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기나긴 작품입니다. 그만큼 일단 길이로 다른 작품들을 압도하며 세부 묘사도 굉장히 치밀해서 디테일이 잘 살아있더군요. 그러나 치밀한 디테일 묘사를 제외하고는 중편으로서 기능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남자가 불륜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을 살해한다는 단순하면서도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정, 특히 "서예 강습" 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포장한 것은 좋았지만 지나치게 장황한 감이 있거든요.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가 뒷받침 되기는 하지만 "사체 유기"에 대한 이야기도 썩 설득력이 있다고 보이기는 좀 어렵기도 해서 재미는 있지만 전체적인 수준을 평가하자면 범작 정도로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남자이며 이야기도 여자에 대한 것 보다는 수렁에 빠지는 남자에 대한 내용이기에 왜 "쓸쓸한 여인들의 초상"에 속해야 하는지가 의문이었어요.

네번째 작품 "결혼식장의 미소"는 짤막한 소품입니다. 기모노 입히기 자격증 (별게 다 있네요)를 소재로 하여 인간사에 있음직한 에피소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한 작품으로 유사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사원 시마"의 한 에피소드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냥 드라마성 짙은 꽁트로 보는게 적합하겠네요. 그런데 이 작품 역시 주제와 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저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별로 쓸쓸하다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 6장 "불쾌한 남자들의 초상" 도 역시 5장과 대칭을 이루듯 4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첫번째 작품 "공범"은 아주 기발한 작품이더군요. 공범과 함께 은행을 턴 뒤 그 돈으로 사업에 성공한 사업가가 공범이 혹시나 생계가 어려워져 자신을 협박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는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노숙자로 전락한 공범자가 서서히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는 묘사는 미야베 미유키 말대로 "호러" 그 자체였고 말이죠. 그러나 후반부의 급반전이 너무나 깜짝쇼 수준이라 차라리 반전없이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 부분에서 끝내는 것이 더 좋았을것 같더군요. 대관절 알바와 같은 신세인 다카오카라는 친구가 왜 이 사건에 그리도 집착해서 진상을 밝혀내려고 하는 이유가 전혀 등장하고 있지 않기도 하고요. 때문에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뒷끝이 개운치는 못했습니다.

두번째 작품 "카르네아데스의 판자"는 대학교수 구무라의 치밀한 완전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대학교수의 심리 묘사를 제외하고는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제목의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즉 형법상의 긴급피난과 같은 항목이 적용되는 사건도 아니고 말이죠. 결국 주인공의 복수조차 자신의 파멸을 담보로 한 것인데 이것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작품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역사학계를 무대로 한 학자들의 출세욕에 대한 이야기이지 결코 범죄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아쉽더군요.

세번째 작품 "공백의 디자인"은 추리소설은 아니고 한 소규모 지방지의 광고부장의 눈물겨운 광고주 접대가 전편에 펼쳐지는 최루성 샐러리맨 드라마(?) 입니다. 직장인으로 정말이지 공감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더라고요. 저도 슈퍼갑이라 불리우는 업체들의 횡포를 잘 알기에...ㅠ.ㅠ 단, 여기의 우에키 부장처럼 최후의 순간이 닥치면 한번 뒤집어 엎을 것 같은데, 그러한 마무리 없이 끝나버려 허무했습니다. 샐러리맨의 고충만 그려졌을 뿐 거기서 표출할 수 있는 분노, 그리고 카타르시스가 없어서 드라마가 맥이 빠져버렸어요.

네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인 "산"은 굉장히 특이한 범죄 스릴러물입니다. 뭐가 특이하냐 하면 피해자, 즉 협박을 받는 당사자의 심리가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과 협박의 실질적인 과정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때문에 독자는 현재의 상황을 미루어 판단할 뿐입니다. 이색적일 뿐더러 탐정역을 맡고있는 작가 오카모토의 시선과 독자를 동일하게 위치시키는, 효과적이면서도 공들인 설정이라 생각되네요. 하지만 이외의 내용은 평이한 협박물 수준이며 탐정역이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고 우연 (피해자 동생의 편지)에 기대고 있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평작 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기대했던 추리적인 요소가 그닥 녹아있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추리적인 요소로 만족스러웠던 작품은 개인적인 베스트이기도 한 "권두시를 쓰는 여자"가 거의 유일했거든요. 다른 작품들은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탐탁지 않은 요소들이 많아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이 아니었다는 것이지 결코 재미없거나 수준 미달의 작품들이 아닙니다! 재미있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기에는 충분한, 거장의 노련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집임에는 분명하죠. 별점은 3점입니다.

아울러 부록 형식으로 미야베 미유키가 독자들에게 묻는 최고의 마츠모토 세이초 작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가 실려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점과 선", "모래그릇", "제로의 촛점" 순이더군요. 제 마음속 순위도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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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중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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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보다는 못하지만 본전이상 값어치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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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같은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3
토마 나르스작 외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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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볼릭"이라는 영화로 더 유명한 소설이죠. 이쪽 바닥에서는 유명한 작품인데 프랑스 쪽 소설은 뤼뺑 시리즈말고는 그닥 취향이 아니라서 스킵하고 지나가는 편이었는데 동서 추리문고의 꾸준한 할인행사 덕분에 결국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구입하고 보니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악마같은 여자" 보다 같이 실려있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쪽이 더 길고 비중있는 작품이라 황당했습니다. 제목이 바뀌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어쨌건, 일단 "악마같은 여자" 이야기부터 하자면, 이 작품은 낚시 전문 샐러리맨 라비넬이 정부 뤼세느와 공모하여 아내를 살해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받으려고 하는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라비넬은 결국 시체 유기까지 성공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 죽은 아내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라비넬은 폭주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유명한 작품이긴 한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이 큽니다.

제일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영화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이미 알고 있었던 탓이겠죠. 중반 이후부터는 결과가 빤히 보여서 도저히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 어차피 "제목" 이 가장 강력한 스포일러이기도 한 탓에 영화에 대한 내용을 몰랐다 하더라도 결국 눈치챘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또한 결국 범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될까라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좀 약하더군요. 라비넬이 소설과 같은 의도된 결말로 폭주할 것일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잖아요. 물론 라비넬의 1인칭 심리묘사를 통해 정상궤도를 벗어나는 심리 상태를 설명해 주고 있기는 합니다.그러나 독자는 알지만 범인은 모를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1인칭 시점의 이야기라서 썩 와닿지 않았으며 (중간에 뤼세느가 잠깐 라비넬을 만나긴 하는데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심리묘사 역시 너무 지나쳐서 읽는데 좀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참고로, 이러한 프랑스 소설 특유의 집요하리만치 디테일한 묘사는 제가 프랑스 추리 소설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납니다. 너무 장황해요. 도대체 라비넬의 "파리낚시" 이야기는 왜 나오는건지도 모르겠다니까요... 그리고 라비넬 심리묘사와 반대로 팜므 파탈에 대한 묘사가 애매하고 부족한 것 역시 감점 요소였고요.

한마디로 소심남이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대형 사고를 쳤다가 파멸하는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였습니다. 보다 유머스럽게 블랙코미디로 갔더라면 더 제 취향이었을 것 같은데, 뭐 시대가 너무 흐른 탓도 크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두번째 작품인 노엘 칼레프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역시 영화로 더욱 유명한 작품이죠. 사실 아주 오래전에 "하서 출판사" 판본으로 이미 읽은 작품이긴 합니다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줄거리는 반쯤은 사기꾼인 주인공 줄리앙 크르트와가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완전범죄를 꾸며 고리대금업자 볼그리를 살해하는데 성공하지만, 깜빡한 마지막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사무실로 되돌아가다가 엘리베이터에 갖히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사건은 여기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죠. 일단 줄리앙의 아내와 가족의 분란에서 시작해서 줄리앙의 차를 훔쳐탄 한 연인의 범죄행각 등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거든요.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가 소란스럽고 유쾌하다는 점, 그리고 전혀 다른 인물들이 얽히고 섥히는 관계 속에서 하나의 결말로 흘러간다는 점이 굉장히 현대적이고 영화적이라서 인상적입니다. 정말 "영화" 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또한 사람들의 심리묘사 등이 프랑스 소설이지만 어느정도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품에 딱 어울리는 수준이었어요. 단, 중간에 등장하는 두 연인 -프레드와 테레즈- 의 묘사가 "셸부르의 우산"류의 신파 멜로물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좀 별로였습니다. 두 연인의 존재가 작품의 결말에 필요 불가결했던 부분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겠지만요...

"악마같은 여자"와 비교하자면, 수렁에 빠진 남자의 원맨쇼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훨씬 제 취향이었달까요. 뭔가 타란티노 영화가 연상되는 것이 시대가 흘렀지만 현대적인 느낌도 전해주며, 지옥행 급행 (정말이지 초특급!) 열차를 타는 줄리앙의 모습이 통쾌하기도 해서 여러모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두 작품 평균한 이 책 전체의 별점은 3점으로, 점수가 높은 편은 아니며 두 작품 모두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범죄, 스릴러 물에 가깝긴 하지만 이 책 한권이면 1950년대 프랑스 추리소설의 진수이자 장, 단점을 맛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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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메리디어 호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9
하몬드 이네스 지음, 이태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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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작가 하몬드 이네스의 유명 고전 해양 모험 활극의 고전이죠. 이번 황금연휴기간동안 읽은 책입니다.

이 작품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주인공 존 샌스가 난파선 메리디어 호 구조를 위해 탑승했다가 되려 퇴선하지 못하고 조난당한 뒤 배에 남아있던 선정 기디언 패치와 함께 메리디어호를 움직여 폭풍우를 빠져나와 생명을 건지게 되는 이야기, 2부는 메리디어 호의 난파에 대한 법정 공방, 마지막 3부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기디언 패치를 도와 존 샌스가 다시 메리디어호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일단 주제에 걸맞게 바다와 항해, 폭풍우와 해난 사고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고 박진감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정말 뱃사람 출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부 묘사가 대단한 편이라 더욱 그러한데요. 배만 해도 거대한 화물선 메리디어호를 비롯하여 요트, 보트 등 엔진, 돛, 인력 (노?) 을 이용한 다양한 종류가 등장하고 조난의 종류 역시 난파선, 무인도 등 폭풍우 속 가혹한 바다를 무대로 생각나는 모든 곳을 건드리니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겠네요. 지독하다고 해도 무방한 폭풍우 묘사는 정말이지 읽다가 멀미가 날 정도였어요.

그리고 이른바 메리디어호에 관련된 음모 역시 설득력있게 잘 짜여져 있습니다. 워낙 바다에 대한 묘사가 많은 탓에 좀 묻히기는 하지만 한정된 지면 안에서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잘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쉬우며, 이 음모에 따른 주인공들의 절박한 행동 역시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주인공, 특히 우직하고 말없으면서도 신념에 목숨을 거는 기디언 패치 선장의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류의 작품에 등장하는 선장의 전형을 제시했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과묵하면서도 멋진 캐릭터로, 한마디로 바다사나이 간지가이~ 였습니다. 중간중간에 샌스에게 떼를 쓰는 장면이 없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러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이야기의 드라마는 좀 약한편입니다. 법정 장면이 주로 펼쳐지는 2부를 제외한 1부와 3부는 패치 선장과 샌스, 2명 중심의 이야기로 흘러갈 정도로 인물 관계에서 발생하는 드라마는 거의 없거든요. 나머지는 전부 바다에서 벌어지는 사투 뿐이니까요. 드라마적으로, 추리적으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법정 장면에서도 이른바 "음모"라는 것이 단순하게 주인공들에 의해 독자들에게 여과없이 전달되기 때문에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보다 긴박감 넘치게 음모를 숨겨가며 법정 드라마 식으로 처리해 나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기도 하네요. 아울러 2부에서 3부로 넘어가면서 끝내 메리디어 호의 조난 위치를 숨기고 샌스에게 난파된 메리디어 호로 데려가 줄 것을 요구했던 패치 선장의 행동이 드라마의 큰 키를 쥐고 있는데, 여러명이 목숨을 걸만한 비밀이어었냐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살인은 무거운 범죄이긴 하지만 어차피 12명이 넘는 사람이 죽은 대형 해난사고인데 비약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보여졌거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해양 모험 활극이라는 주제와 권선징악적인 전개 등에서 알리스테어 맥클린 (특히 꼽자면 "황금의 랑데뷰")의 작품이 연상될 정도로 경쾌하고 잘 쓰여진 작품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대했던 만큼의 추리적 요소는 없어서 별점은 3점입니다. 음모도 설득력있고 주인공들의 행동도 타당하긴 한데 세련됨이 좀 떨어졌달까요? 그래도 모험활극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동서추리문고 치고는 번역도 괜찮은 편이고 가격도 착하니까요.

덧붙여, 영화에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소재라 생각되어 잠깐 조사해보았더니 역시나 발표되었더군요. "The Wreck of the Mary Deare (1959) " 로 게리 쿠퍼와 찰톤 헤스톤을 투톱으로 내세운 작품인데 이름값에 비해 평점은 별로네요. 대충 보니 원작보다 권선징악적 이야기를 더욱 강조하는 쪽으로 각색한 모양인데 실수한 듯 싶군요. 선장 캐릭터를 더 강화하는 것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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