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사리 요시토오~!

루쿠루쿠 Lucu Lucu 1
요시토 아사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3년 8월

우주가족 갈빈손과 와하맨 등으로 아는사람은 다 아는 매니아지향 개그 만화가 아사리 요시토오의 신작입니다. 아버지는 금기를 범한 죄로 천사에게 응징당한 소년 로쿠몬은 마계의 공주 루쿠와 같이 살게 됩니다. 줄거리가 워낙 요약하기가 황당한 이야기들이라 정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천사와 악마를 등장시키지만 악마가 '지옥이 너무 꽉차서' 오히려 선행을 베풀고 천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전작 '와하맨'에서 보여준 세기말적 개그를 선보입니다. 개그만화이긴 하지만 비극이라고 할까요? 개그만화를 너무 오래 그리면 정신이 돌아버린다는 이시카와 준의 말도 있지만 어느정도 일리는 있는듯 하고요. 그래서인지 웃으면서도 가슴 한구석은 조금 서늘한 그런 여운을 주네요.

그래도 아사리 요시토오 특유의 귀여운 캐릭터와 재미있는 디자인의 악마와 여러 설정들은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대표작이자 가장 무난한 우주가족 갈빈손은 국내에 정식 번역되진 않았지만 이 작품도 아사리 요시토오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듯 하네요. 아사리 요시토오같은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도 않은 초 매니아성 만화가의 작품을 또 읽게 되다니 고마울 뿐입니다. 제발 중간에 끊기지 말고 제대로만 완간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