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1disc)
앤드류 아담슨 감독, 조지 헨리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지난 해 성탄절 때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큰 딸에게 선물한 것이다. DVD 타이틀이었다. 마침 나도 보고 싶었던 영화라서 산타할아버지의 감식안에 나도 경탄을 했더랬다. 성탄절 때 아이들이 보는 것을 옆에서 드문드문 보았는데, 그렇게 재미있어보이진 않았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와 비슷한 판타지 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확인해주는 정도였다. 어제 아이들이 보는 것을 옆에서 같이 보게 되었는데, 꼼꼼하게 보니 그런대로 볼 만했다. '월트디즈니' 프로덕션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보니 역시 디즈니 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험과 사랑, 우정, 희망이 섞여있으면서 온 가족이 다함께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나찌의 런던대공습이 행해지던 1940년대이다. 공습을 피하기 위해서 네명의 형제자매들은 시골의 어느 늙은 교수의 집으로 옮겨진다. 거기서 아이들은 환상의 나라인 나니아로 가는 길을 발견한다. 우습게도 그곳은 옷장 속이다. 옷장 속에 거대한 세계가 들어있었던 셈이다. 옷장 속 나니아 나라는 얼음마녀와 아슬란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전쟁을 피해서 시골로 갔는데, 오히려 그곳에서 그들은 또다른 전쟁의 한복판에  내던져진다. 거기서 아이들은 아슬란의 편에 선 전투부대의 지휘관으로, 전사로 참여한다. 아이러니다. 결국 정의는 승리하고 아이들은 다시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정의의 마법사인 아슬란은 숫사자다. 나쁜 마법사인 얼음마녀는 대단한 미모를 지닌 존재다. 안데르센의 '얼음여왕'에 나오는 그런 마녀의 이미지와 닮았다.  아슬란의 편에 선 동물들은 아프리카와 유럽계 동물들이 많다. 비버를 비롯하여 코뿔소, 치타, 하마 같은 동물들이 그렇다. 얼음마녀의 편에 선 동물들은 늑대를 필두로 하여 박쥐, 북극곰, 호랑이, 흑소 같은 것들이 있다. 그외 켄타우루스 같은 반신들은 아슬란 편이다. 난장이들은 얼음마녀편이다. 이런 것들에서 나는 괜히 백인들의 편견 같은 것을 느꼈다. 사자는 대영제국의 상징이다. 얼음과 북극곰은 러시아의 상징이다. 어쩐지 영국 대 러시아, 혹은 유럽 대 아시아의 대리전 같은 느낌도 들었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본 작품의 분위기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어쩐지 그런 분위기를 풍겼다.

 작품의 기본 구조가 현실-환상-현실이라는 판타지 동화의 일반적인 틀에 충실하다. <해리포터>가 '마법학교'라는 틀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해리포터'가 별로 재미없더라. 학교라는 틀은 적당한 재미밖에는 주지 못하는 법이다. 그것은 진짜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반지의 제왕>은 인간의 세상도 다른 존재들의 세계 중의 하나로 상정하고 전개해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반지의 제왕>이 재미있다. 어디로 뻗어갈지 알 수 없는 광활한 이야기의 공간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나니아 연대기>는 '나니아'라는 나라가 단지 옷장 속에 존재하는 현실일 뿐이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물론 옷장 속에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왠일인지 속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한개의 세계가 아니라 수십수천 개의 세계가 펼쳐지는 그런 환상의 기운을 이야기 속에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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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1.실크로드 스케치 기행/ 박재동/ 한겨레
2.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까치
3.나의 아버지 김순남/ 김세원/ 나남
4.화술 오딧세이/ 최병학/ 아침기획
5.공부의 비결/ 세바스티안 라이트너/ 들녘
6.정찬용, 이 땅의 영어에 딴지 걸다/ 정찬용
7.글쓰기의 전략/ 정희모/들녘
8.윤동주 평전/ 송우혜/ 푸른 역사
9.경제저격수의 고백/ 존 퍼킨스/ 황금가지
10. 약산 김원봉/ 이원규/ 실천문학사
11.방외지사/ 조용헌/ 정신세계원
12.ABS 프로그램/ 숀 필립스/ 한언
13. 바디포 라이프(Body for Life)/ 빌 필립스/ 한언
14.걷기혁명 530/ 성기홍/ 한국경제신문
15.황영조의 마라톤 스쿨/ 황영조/ 한언
16.운동회에서 1등하는 법/ 후카시로 센시/ 미토스
17.김원봉 연구/ 염인호/ 창작과비평
18.연필/ 헨리 페트로스키/ 지호
19.부모와 아이사이/ 하임 기너트/ 양철북
20. 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눌와
21.축구 아는만큼 보인다/ 소크라테스/ 아이세움
22.노신평전/ 임현치/ 실천문학사
23.수첩이 인생을 바꾼다/ 한국성과향상센터/ 김영사
24.내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 제인 블루스틴/ 푸른숲
25.장정일의 공부/ 장정일/ 랜덤하우스 코리아
26.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최은희/ 우리교육
27.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한길사
28.대학생 글쓰기 특강/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29.천천히 달려라/ 존 빙햄/ 지식공작소
30.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녹색평론사

 <문학>
1.눈과 귀와 소리와/ 하이타니 겐지로/ 양철북
2.슬픔의 뿌리/ 도종환 시집/ 실천문학사
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작가정신
4.다빈치 코드/ 댄 브라운/ 대교베텔스만

<만화>
1.조선왕조실록2(태조,정종편)/ 박시백/휴머니스트
2.조선왕조실록3(태종편)/ 박시백/ 휴머니스트
3.조선왕조실록4(세종,문종편)/ 박시백/ 휴머니스트
4.조선왕조실록5(단종편)/ 박시백/ 휴머니스트
5.조선왕조실록6(예종,성종편)/ 박시백/ 휴머니스트
6.조선왕조실록7(연산군편)/ 박시백/ 휴머니스트
7.조선왕조실록8(인종,명종편)/ 박시백/ 휴머니스트
8.반쪽이, 세계 오지를 가다/ 최정현/ 한겨레출판

 <어린이책>
1.거미 아난시/ 제럴드 맥더멋/ 열린어린이


<영화>
1.태풍/곽경택 감독/장동건,이정재,이미연 출연
2.황산벌/이준익 감독/ 박중훈,정진영,김선아 출연
3.헐크/리안 감독/닉 놀테, 에릭 바나, 제니퍼 코넬리 출연 
4.가족연애사/
5.결혼은 미친 짓이다/유하 감독/ 감우성, 엄정화 출연
6.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이재용 감독/ 배용준,이미숙, 전도연 출연 
7.애비에이터/ 마틴 스코시즈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출연
8.러브 오브 시베리아/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 울렉 멘쉬코프, 줄리아 오몬드 출연
9.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 감우성, 이준기, 정진영 출연 
10.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감독/ 신하균, 백윤식 출연
11.몬테크리스토/케빈 레이놀즈 감독/ 가이 피어스, 제임스 카비젤 출연
12.구세주/ 김정우 감독/ 김성국, 신지 출연
13.레비-흑백영화/더스틴 호프만 출연
14.깊은 밤 눈보라치는 밤에-어린이용 만화영화/
15.공공의 적2/ 강우석 감독/ 설경구, 이성재 출연
16.귀신이 산다/ 김상진 감독/ 차승원, 장서희 출연
17.오션스 일레븐/ 스티븐 소더버그/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출연
18.달콤, 살벌한 연인/ 손재곤 감독/ 박용우, 최강희, 조은지 출연
19.칼라 퍼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우피 골드버그, 대니 글로버  출연
20.공공의 적1/ 강우석 감독/ 설경구, 정준호 출연
21.역도산/ 송해성 감독/ 설경구 출연
22.개구리 중사 케로로-극장용/
23.레인맨/ 배리 레빈슨 감독/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 출연
24.럭키 넘버 슬레븐/ 폴 맥기건 감독/ 브루스 윌리스, 조쉬 하트넷 출연
25.얼음왕국-북극의 여름이야기/ 띠에리 피아따니다 감독/ 북극곰,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극제비, 오리, 
              순록, 들소, 일각돌고래,, 혹등고래, 플랑크톤, 거대문어, 북극 모기, 북극여우, 잿빛늑대 출연
26.오만과 편견/ 조 라이트 감독/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맥파든, 도날드 서덜랜드 출연
27.캐러비안의 해적1/ 고어 버빈스키 감독/ 조니 뎁, 키이라 나이틀리, 올란도 블룸 출연
28.바다의 왕자 마나피-포켓 몬스터 극장판/
29.라디오 스타/ 이준익 감독/ 안성기, 박중훈 출연
30.식스 센스/ 나이트 샤말란 감독/ 브루스 윌리스, 할리 조엘 오스멘트 출연
31.와이키키 브라더스/ 임순례 감독/ 이얼, 오지혜, 황정민 출연
32.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 메릴 스트립, 앤 해더웨이 출연
33.사마리아/ 김기덕 감독/ 이얼, 서정민 출연
34.트로이/ 볼프강 피터슨 감독/ 브레드 피트, 에릭 바나, 올란도 블룸, 피터 오툴 출연
35.말죽거리 잔혹사/ 유하 감독/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 출연
36.미녀는 괴로워/ 김용화 감독/ 주진모, 김아중 출연
37.언페이스풀 Unfaithful / 애드리안 라인 감독/ 리차드 기어, 다이안 레인 출연
38.테스/ 로만 폴란스키 감독/ 나스타샤 킨스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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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군이 자기 병졸 가운데 공처가가 얼마나 많은지 보려고
“아내가 무서운 자는 붉은 기 아래, 그렇지 않은 자는 푸른 기 아래 서라”고 하자, 10만 대군 가운데 단 한 사내가 푸른 기를 지켰는데, 하도 기특해서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병사가 하는 말이
“마누라가 사람 많은 곳엔 가지 말라 했기 때문입니다.”하고 했단다.

<어우야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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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글샘 > [펌]최장집 교수의 위기 진단

[진보개혁의 위기] 최장집 교수 “민주주의 실천이 진보 출발점”
입력: 2006년 12월 21일 18:31:48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진보세력의 과제’를 묻는 경향신문의 설문에 최근 자신의 ‘민주주의론’ 강의에서 한 학생의 이메일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작성했던 글로 답변을 대신했다. ▲민주노동당에 기대를 걸 수 있는가 ▲북핵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민주화 이후 ‘운동’은 어디로 갔는가 등의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최교수의 글을 요약한다.

▶최장집 교수의 ‘위기 진단’ 인터뷰 전문


◇ 민주노동당, 기대할 수 있나요

“ “난 민노당을 생각하면, 딜레마 같은 걸 느끼네. 민노당이 한국정치와 사회의 민주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오늘의 당 구조와 성격 갖고는 어렵지. 지금 당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제도적 실천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경제·사회적 삶에 심각하게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네. 그게 어렵다면, 민노당 밖에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겠지.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둘 다 어렵다는 게 민노당에 대한 기대를 어둡게 하지. 당을 이끄는 사람들이 변화하는 것은, 민주화운동 시기에 가졌던 추상적 이념을 벗어 던지고 정당으로서 투표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고, 선거경쟁에서 표를 많이 획득할 수 있는 인물, 당의 이념과 강령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지.

민노당 지도부가 보통사람들의 삶과 직접 관련된 정치경제적 이슈는 미뤄둔 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묘소를 참배한다든가, 통일문제의 사명을 갖고 무비판적으로 북 지도부와 회담하는 모습을 볼 때, 민노당은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져 스스로 자기정당화를 위한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네. 민주주의의 제도적 실천이란 어떻게 일반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이를 통해 표를 동원할 수 있는가 하는 것, 투표자들이 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지, 당 지도부가 그들 이념에 부합하는 행위를 하면서 자족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민노당이 아닌 다른 그룹, 또는 그룹의 형성으로부터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 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 모르지. 오늘날 진보, 개혁, 민중적인 것에 대한 환멸의 시대에 그들 아닌 누가 보통사람들을 대변할 정당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려 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민노당이 발전하는 문제는, 곧 현재 당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변하는 것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을 것 같네.

FTA를 반대하는 것, 그것이 노무현 정부의 의도대로 관철되느냐 아니냐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이를 반대하는 힘이 정치세력화되고 대안을 조직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네. FTA는 단순히 미국과 협정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기보다 기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나는 정책적 표현이라는 점이 중요하네. 이 거대한 힘을 운동만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또 막아낼 수 있다고 할 때 어떻게? 막았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은? 온 사회의 가치관, 비전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어떻게? 지금은 운동이 문제를 제기하고 힘으로 맞서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조직된 다수를 갖지 않을 때 결국 국가의 힘, 여론의 힘, 정책의 힘은 다른 형태로 관철될 것이기 때문이지.”

◇ 북핵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한국현대사는 양분법적으로 이해돼 왔다. 한편에선 ‘김일성은 국제공산주의 세력 앞잡이이므로 남한만 정당성을 갖는다’(가)고 하고 다른 한편에선 ‘남한은 친일지주와 식민지 부르주아의 보수적 민족주의 체제이고 북한은 민족자주의 구현’(나)으로 이해하지. 이 양자택일의 역사관을 화해불능으로 만드는 게 바로 민족주의네. 그런데 한국의 많은 식자들은, (가)를 말할 때 무언가 떳떳치 못한 느낌을 갖는 경우가 많고 (나)에 대해 말할 때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일세. 보수파 인사들 사이에 이런 심리적인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아니면 보수적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부정하고, 발전주의로 대체하는 것이 역사 재해석의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음을 최근 들어 자주 보게 되지. 또 혹자는 민족주의를 재강조하거나, 탈근대 이론을 들고 나오거나, 동아시아 공동체론을 들고 나와 이러한 분열의 역사를 봉합하고 무언가 합리성을 부여하려고 시도하는 것 같네.

여기서 이상한 건 아무도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현대사를 분석하려 시도하지 않는다는 거지. 민족주의가 민주주의를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일까. 내가 이해하는 민족주의는 일정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념이고 운동이지만, 지금은 이념으로나 가치로나 유효하다고 보지 않네. 오히려 한국사회 민중들의 사회경제적 삶의 현실을 민주주의의 제도적 실천을 통해 해결하는데 장애로 기능하고 있네.

이 점에서 대안은 분명해지네. ‘민족주의-통일’을 다시 추구할 게 아니라, ‘민주주의-공존’으로 가야 한다고 믿고 있네. 여기서 강조할 점은 평화공존이 통일의 중간단계라고 설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네. 평화공존은 평화공존 그 자체가 목표요 가치일 뿐. 남북한 각각이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발전하게 될 때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 안정적 유지가 가능하다고 믿네. 평화공존의 이념적 기초 위에 북한 핵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일세.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토록 하는 것이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하네. 북한 인권문제 역시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어떤 틈새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조건에서, 그리고 그것이 북한주민들의 기본권을 지원하는 데 효과가 있기를 기대할 수 있다면 정당하다고 생각하네. 나는 한국사회가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로 양분되고 힘을 가진 집단들이 모두 제어할 수 없는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과거보다 더 많이 허용되는 이 불안정한 민주주의 사회, 극단적 갈등과 이익 충돌을 제어하고 이를 민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체제가 어떻게 전혀 다른 사회를 민족의 이름으로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솔직히 이해할 수 없네.”

◇ 민주화운동은 어디로 갔습니까

“나는 민주화의 궤적을 들여다 보며 민주화 이후 민중주의적 요소가 왜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사라져 버렸는가 하는 문제에 큰 관심을 갖네. 온 사회를 혁명에 가깝게 뒤흔들어 놓은 그 운동은 어디로 사라졌나. 그 요란함, 그 영웅주의, 그 많은 민중주의적 담론들, 그 많은 변혁을 향한 외침들은 다 어디로 갔나.

참여적이고 개혁적이고 자주적이라며 큰소리 쳤던 민주정부가 왜 그 외침과는 정반대로 노동자·농민 같은 생산자 집단을 소외시키고, 삶의 희망을 상실한 사회저변층이 살인·자살·가정해체 등을 겪도록 허용하는지, 왜 권위주의 시절보다 더 재벌중심-노동배제를 축으로 하는 성장일변도 정책을 추구하는지 설명돼야 한다고 보네. 이 시점에서 운동이 만들어낸 민주주의의 결과를 되돌아 보자는 걸세.

운동이 어떤 비전이나 가치를 구체화해 헤게모니에 대항하고, 시민사회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취약한 게 입증된 셈이지.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은 헤게모니의 한 주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부에 참여한 그룹,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에서 새로운 엘리트로 등장한 민주화세대의 역할은 때론 헤게모니에 충실하고, 때론 어설픈 전달자가 되고, 때론 개혁의 이름으로 더 빨리 더 유능하게 헤게모니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네.

한가지 예를 들 수 있네. 서구의 ‘68혁명’에서 추구된 목표는 ‘개인자유’와 ‘사회정의’였네. 이 두 가치는 지양되면서 하나로 통일되기보다 긴장과 함께 좌파운동의 결과를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었네. 좌파운동은 두 가치가 내장하는 긴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면하는데 실패했어. 파리, 버클리, 베를린 등에서 학생들이 추구했던 운동의 가치는 가족·기업·국가 등의 권위로부터의 더 많은 개인자유와 동시에 사회정의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지. 그러나 자유와 정의는 언제나 공존 가능하진 않다는 데 문제가 있지. 68혁명 때 불안정하게나마 결합된 두 가치는 이후 운동의 과정에서 해체됐지. 그 중 개인자유는 신자유주의 레토릭과 교묘하게 결합했고. 반권력, 시장자유, 정체성의 정치, 다문화주의, 나르시즘적 소비주의 등의 요소를 국가권력의 획득을 통해 사회정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세력으로부터 분리해내는 효과를 발휘했지.

서구 사례가 한국 경험과 꼭 같진 않지만,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이후 시민운동들이 도시의 교육 받은 중산층 중심 운동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중산층적 비전과 가치가 그들의 경험세계와 동떨어진 노동문제, 사회저변층, 소외계층의 삶의 문제를 절박하게 인식하고, 그에 정치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관심과 의지를 강하게 하는데 얼마나 기여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늘날 운동이 가진 성격이나 문제점이 쉽게 이해될 것이라 보네.”

〈정리|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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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주강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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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자면 그간 나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독도문제를 가지고 신나게 떠들어댈 때도 연례행사거니 했다. 내가 세상사에 눈뜬 이후부터 지금까지 30여년을 그렇게 독도는 문제시되어왔던 것이었으니 새삼스레 나도 덩달아 열내기가 뭐했던 것이다.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보다는 한돌의 <홀로 아리랑>이 더 예술성이 있는 노래라서 독도 공식노래는 한돌의 것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정도가 내 의견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다 무지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독도문제의 역사성과 미래적 가치를 내가 몰랐던 것이다. 최근에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에게 제안했었다는 '동해를 평화의바다로 부르자'는 구상도 어찌보면 그가 독도문제에 얽힌 복잡한 속내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지도자나 민중이나 똑같이  너무 우리 주변의 바다에 대해서 모른다. 이 책은 어쩌면 동해와 서해에 얽힌 역사적인 의미를 짚어주는 거의 최초의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은 1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독도와 울릉도 문제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모두 네 장으로 앞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왜구문제, 일본과 서양의 교류, 근대일본의 메이지유신과 한반도침략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 네 장으로 중간을 차지한다. 이어서 일본의 동남아시아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장과 임진왜란과 왜성을 다루고 있는 장, 거문도를 무단점거한 영국해군 이야기, 대마도와 이키 섬 이야기가 나온다. 맨 끝에 동해와 일본해에 얽힌 역사적인 기록들을 다루고 있는 장이 마지막 장으로 나온다. 이 정도면 바다를 소재로 한 동아시아의 역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일본은 섬에 대한 욕심이 많은 나라다. 현재 중국과 센가쿠 열도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른바 북방 5개섬 문제로 러시아와 오랜 설전을 벌여왔다. 우리 나라와는 독도문제로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왜 일본이 무인도나 다름없는 작은 섬들에 이토록 신경을 쓰고 있는가. 그것은 바다가 가진 가치를 일본이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자원의 보물창고이며, 물류가 움직이는 고속도로다. 일본은 자신들이 가진 땅보다 세배가 넘는 바다를 자국령으로 가지고 있다. 이른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200해리 영해조항으로 인하여 엄청난 양의 바다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그렇게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는 것은 바다를 땅과 다름없이 보고 있는 일본의 시각때문이다. 우리는 그에 비해서 바다의 가치에 대하여 일본만큼의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조선건국 이후 700여년 가까운 역사동안 우리는 바다에 대하여 덜 의식하고 살아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주강현은 여말선초에 동아시아 바다에서 기승을 부린 왜구 때문이라고 말한다. 왜구는 일본의 지배세력과는 약간 거리를 두고있는 독자적인 해양세력이라고 한다. 14세기무렵부터 동아시아 바다를 지배하면서 명나라와 고려, 조선을 노략질해왔다. 그 때문에 조선정부는 섬을 비우는 ‘공도정책’을 실시해왔다. 울릉도와 완도, 진도 같은 섬도 비웠다고 한다. 그만큼 왜구의 노략질이 극심했던 모양이다. 공도정책의 결과로 우리는 섬과 바다에 대해 무지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울릉도는 조선조 내내 공도정책이 유지되는 동안에 고통받는 민중들에게는 이상향으로 인식되어 ‘동해의 이상향 삼봉도’라고 불렸던 모양이다.


이렇게 조선조정이 공도정책을 실시하는 동안에 우리에게 울릉도와 독도는 사실상 잊혀진 섬이 되어있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대마도 사람들이었다. 수시로 울릉도를 자기네 영토로 지배하려는 야욕을 보였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사람이 있었으니 숙종 때 동래의 어부인 안용복이었다. 안용복 사건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올 정도로 당대의 조일간 왜교분쟁을 야기시켰다. 주강현은 안용복을 하늘이 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안용복은 울릉도와 독도의 영토문제를 제기해서 외교적 매듭을 지은 사람이다. 평범한 어부가 그런 일을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조선의 지배세력은 그를 외교문제에 개입했다하여 유배를 보냈다고 하니 봉건지배세력의 통치란 참 어이가 없다. 주강현은 동아시아 바다에서 독도는 바둑으로 치면 화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만큼 독도를 우리 영토로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도가 가진 경제적, 생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그것을 우리가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서 신흥 강대국으로 떠올랐다. 이 메이지 유신을 이룬 중추세력은 이른바 ‘삿초동맹’이라는 인물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삿초동맹이란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동맹이라는 것이다. 사쓰마번과 조슈번은 모두 변방의 바닷가에 위치한 곳이다. 그런데 그 두 곳에서 일본을 새로운 나라로 변화시킨 혁명세력이 길러지고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그들이 단순히 일본을 근대화시키는 데 머물지 않고, 일본의 대륙침략의 선구가 되었다는 점이다. 1866년에 타결된 삿초동맹은 사카모토 료마의 중재로 기도 다카요시, 사이고 다카모리 등이 당대의 봉건권력인 바쿠후 타도를 위하여 극적으로 밀약한 것이다. 기도 다카요시는 조슈번 출신, 사이고 다카모리는 사쓰마번 출신, 사카모토 료마는 도사번 출신이다. 이 동맹이 바로 메이지 유신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 사람의 후진들이 모두 이토오 히로부미를 비롯한 침략세력들이었다. 모두 육군이나 해군대장들이 되고 식민지총독이 되었던 사람들이었다. 명성황후를 살해한 사람들도 모두 이 출신들이었다. 냉혹한 정신으로 일본의 근대화를 밀어붙이고 조선침략과 중국침략,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 바로 이들의 후예들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유신과 침략의 역사를 너무 모른다.


김교신과 함석헌의 스승으로 유명한 우치무라 간조는 1894년에 발간한 영문판 <일본과 일본인>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일본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두 명을 고르라 한다면, 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사이고 다카모리를 들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의 중세를 통일한 인물이라면, 사이고 다카모리는 메이지유신의 상징이 된 인물이다. 둘다 조선정벌을 적극 주장하고 행동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알아도 사이고 다카모리는 모른다. 그만큼 우리가 일본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소리다. 지금 일본의 지배세력은 사실상 2차대전 전범들의 후신이다. 마치 독일에서 나치당의 후예들이 집권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본은 전후에 식민지와 침략전쟁에 대해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도 전범세력을 청산하지 못했다. 이것은 미국이 아시아의 반공기지 구축을 위해서 일본내의 우익세력에 손을 내민 것이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일본은 그나마 일본의 전쟁본능을 제어해주고 있던 평화헌법을 바꿀려고 하는 중이다. 일본의 평화와 민주주의 세력은 이미 지리멸렬한 상태다. 이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한겨레>에 기고하는 서경식의 걱정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유럽은 대통합과 평화, 번영의 시대로 가고 있다. 그에 비해서 동아시아는 각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해서 대립하고 불신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과연 공동의 번영은 가능할 것인가? 또 한번 동아시아의 바다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인가? 굳이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격화된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대로 정확히 알고 있어야 된다. 무지는 힘이 될 수 없다. 올해는 을사늑약 102주년, 해방 62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또다시 침략의 세기를 보내선 안 될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바다를 무시하고 국가를 경영한 나라치고 번영한 나라가 드물다. 우리는 어찌보면 그간 삼면이 바다인 나라인데도 바다를 내륙의 중심지만큼 대우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운의 역사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육지와 해양의 역사를 함께 아우르는 자세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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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자누스 2008-12-2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유럽은 대통합과 평화, 번영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사실과 다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