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1disc)
앤드류 아담슨 감독, 조지 헨리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지난 해 성탄절 때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큰 딸에게 선물한 것이다. DVD 타이틀이었다. 마침 나도 보고 싶었던 영화라서 산타할아버지의 감식안에 나도 경탄을 했더랬다. 성탄절 때 아이들이 보는 것을 옆에서 드문드문 보았는데, 그렇게 재미있어보이진 않았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와 비슷한 판타지 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확인해주는 정도였다. 어제 아이들이 보는 것을 옆에서 같이 보게 되었는데, 꼼꼼하게 보니 그런대로 볼 만했다. '월트디즈니' 프로덕션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보니 역시 디즈니 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험과 사랑, 우정, 희망이 섞여있으면서 온 가족이 다함께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나찌의 런던대공습이 행해지던 1940년대이다. 공습을 피하기 위해서 네명의 형제자매들은 시골의 어느 늙은 교수의 집으로 옮겨진다. 거기서 아이들은 환상의 나라인 나니아로 가는 길을 발견한다. 우습게도 그곳은 옷장 속이다. 옷장 속에 거대한 세계가 들어있었던 셈이다. 옷장 속 나니아 나라는 얼음마녀와 아슬란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전쟁을 피해서 시골로 갔는데, 오히려 그곳에서 그들은 또다른 전쟁의 한복판에  내던져진다. 거기서 아이들은 아슬란의 편에 선 전투부대의 지휘관으로, 전사로 참여한다. 아이러니다. 결국 정의는 승리하고 아이들은 다시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정의의 마법사인 아슬란은 숫사자다. 나쁜 마법사인 얼음마녀는 대단한 미모를 지닌 존재다. 안데르센의 '얼음여왕'에 나오는 그런 마녀의 이미지와 닮았다.  아슬란의 편에 선 동물들은 아프리카와 유럽계 동물들이 많다. 비버를 비롯하여 코뿔소, 치타, 하마 같은 동물들이 그렇다. 얼음마녀의 편에 선 동물들은 늑대를 필두로 하여 박쥐, 북극곰, 호랑이, 흑소 같은 것들이 있다. 그외 켄타우루스 같은 반신들은 아슬란 편이다. 난장이들은 얼음마녀편이다. 이런 것들에서 나는 괜히 백인들의 편견 같은 것을 느꼈다. 사자는 대영제국의 상징이다. 얼음과 북극곰은 러시아의 상징이다. 어쩐지 영국 대 러시아, 혹은 유럽 대 아시아의 대리전 같은 느낌도 들었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본 작품의 분위기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어쩐지 그런 분위기를 풍겼다.

 작품의 기본 구조가 현실-환상-현실이라는 판타지 동화의 일반적인 틀에 충실하다. <해리포터>가 '마법학교'라는 틀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해리포터'가 별로 재미없더라. 학교라는 틀은 적당한 재미밖에는 주지 못하는 법이다. 그것은 진짜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반지의 제왕>은 인간의 세상도 다른 존재들의 세계 중의 하나로 상정하고 전개해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반지의 제왕>이 재미있다. 어디로 뻗어갈지 알 수 없는 광활한 이야기의 공간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나니아 연대기>는 '나니아'라는 나라가 단지 옷장 속에 존재하는 현실일 뿐이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물론 옷장 속에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왠일인지 속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한개의 세계가 아니라 수십수천 개의 세계가 펼쳐지는 그런 환상의 기운을 이야기 속에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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