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외지사 1 -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조용헌은 요즘 내 탐구대상 중 한 사람이다. 몇년 전에 유홍준이나 강준만 같은 이들이 혜성처럼 등장해서 독서계를 들쑤셔 놓았듯이 조용헌도 요즘 거기에 버금가는 기세로 책을 써내고 있다. 기억나는 이름만 해도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고수기행>,<사주명리학 이야기>같은 것들이 있다. 우리 옛 전통과 특이한 인물들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루는데 그 솜씨와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 책 <방외지사>1,2권은 두 권을 모두 합쳐서 440여쪽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 왜 나누었는지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이 책에서는 모두 '방외'를 거니는 이들 13명을 다루고 있다. 1권에서는 '밥걱정을 뛰어넘은 귀거래사'와 '사바세계에서 도를 찾는다'를 주제로 하여 7명의 삶을 다루고 있다. 2권에서는 '정신의 길을 가는 탐험가'와 '우리 곁의 이단자'를 주제로 6명의 삶이 펼쳐져 있다.
공무원 생활 20년을 접고 은퇴하여 고향집에 돌아온사람 박태후,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강산을 떠도는 시인 이원규, 걱정없이 오로지 백수생활만 해온 처사 강기욱, 산중무술인 기천문의 2대 문주인 박사규, 차잎 냄새만 맡아도 원산지를 알아내는 차맛 품평가 손성구, 역술 하나만으로 가족을 꾸려오고 성공한 부산의 젊은 역술가 박종화, 내과의사이면서도 도를 구해 끊임없이 자신을 수련하는 의사 이동호, 제주도 한라산에서 '이뭣꼬' 화두만 붙들고 30년 세월을 홀로 살아온 대각심, 뗏목을 타고 동해와 서해를 누비는 탐험가이며 교수인 윤명철, 여자의 몸으로 중국의 도가 화산파 23대 장문인으로 등장한 여자 신선 곽종인, 전국의 산하를 오로지 발로만 걸어다닌 신정일, 지리산에서 태어난 뒤 실상사 앞에서 발우만 만드는 지리산의 지킴이 김을생, 나무를 다루는 소목장으로 폐교에서 민족전통의 솜씨를 이어가는 이정곤. 이렇게 열세명이다.
하나같이 특이한 사람들이다. 지은이 조용헌은 이들을 방외에서 노니는 이들이라 해서 '방외지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처럼 도시와 일터에 몸붙여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삶을 자유롭게 꾸리는 이들이라 이거지. 이 책은 그 자유에 대한 헌사이면서 방내에 사는 이들에 대하 죽비같기도 하다. 네 삶을 여기 한번 비추어 보아라 이거다.
방외지사들 모두가 결단의 순간이 있을 때 과감히 자르는 힘이 있다. 공무원 생활 20년 뒤 은퇴를 단행하는 이나, 깨달음을 위해 남편과 자식도 버린 이나, 항해를 위해 뗏목을 만들고 거친 바다 위에서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다는 사람이나 모두들 무엇인가에 미친 사람들이다. 물론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다. 그게 세상이치. 이들의 삶 뒤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희생과 뒷받침, 가슴저림이 있을 것이다. 허영호같은 등산가나 김근태같은 민주화운동가의 삶도 이들과 같은 방외의 자유를 추구한 삶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가까운 이들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자기의 길을 간다면 희열이 있을지? 그 희열의 정체는 무엇일지 궁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