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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에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3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장영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에리히 케스트너의 고향은 독일의 작센 주 드레스덴이다. 그 곳에서 케스트너는 청소년시절까지 살았나보다. 케스트너의 어린시절이 끝나는 시점은 1914년이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행복한 어린시절을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이다. 케스트너가 그리는 드레스덴의 어린시절을 어쩌면 그의 동화 속 이야기들과 많이 닮아 있다. 어머니가 가정집을 개조해서 미용실을 운영했다는 이야긴는 <에밀과 탐정들>의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그의 집에 세들어 살았다고 하는 여러 선생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하늘을 나는 교실>의 선생들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어떻든 케스트너의 어린시절은 다양한 추억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의 아버지인 에밀 케스트너는 가죽제품을 만드는 마이스터였지만 공장제품에 밀려서 나중에는 일반 회사의 노동자로 입사해서 살아간다. 가죽제품을 만드는 것은 심심할 때 하는 소일거리로 전락한다. 작가의 어머니인 이다 케스트너는 도시에서 하녀로 살아가다가 결혼을 하지만 힘겨운 살림살이를 꾸려간다. 결혼한지 7년이 지나서나 처음으로 에리히를 낳게 된다. 에리히는 이 집안의 유일한 자식이 된다. 드레스덴에서 이 작은 가정은 어렵게 삶을 꾸려가는데, 그 과정에 에리히는 이 집안의 유일한 기쁨이 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에리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자 한다. 문제는 가난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 에리히는 사범학교를 들어가서 초등학교 선생이 되고자 한다. 그러다가 졸업을 앞둔 어느날에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길로 돌아서서 다시 대학을 간다. 그 결정을 어머니는 반대없이 지지해준다. 그렇게 해서 에리히는 글쓰는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1900년대 초이다. 그 시대는 수공업자인 마이스터들이 몰락하고 공장이 모든 산업을 장악해나가는 시대다. 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자동차가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른바 현대문명의 중추들이 등장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전화, 자동차, 라디오, 텔레비전. 케스트너의 이야기 속에는 이런 것들이 등장하기 전의 과도기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방학이 되면 에리히와 그의 엄마가 2주 동안 도보여행을 떠난 이야기며, 레만 선생과 암벽등반을 하던 이야기 같은 것들이 등장하는데, 사는 모습을 그다지 다르지 않지만 삶에는 좀 더 여유가 있어보인다.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는 이야기가 좀 어수선했다. 어쩐지 어린이용이라기보다는 청소년용이나 성인용 같았다. 린드그렌의 <사라진 나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오는 사건들이나 사회적인 배경들이 아이들이 읽어내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5,6학년 아이들에게 읽혀보아야지 알 수 있겠다. 그래도 케스트너의 작품을 즐겨 읽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어린시절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라서 참 귀중하게 느끼고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