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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랑 먼저 놀 거야! - 코숙이 선생님의 시공책
강승숙 지음 / 낮은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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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모두 32편의 시가 실려있다.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만한 참 좋은 시들이다. 시인이 쓴 시도 있고, 어린이가 쓴 시도 있다. 강승숙 선생님이 직접 그린 그림도 같이 곁들여져있어서 한 권의 그림책을 읽듯이,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를 읽듯이 그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발견한 시들도 여럿이다. 구일초등학교 2학년 박철순이 쓴 시 '바람소리'가 좋았다. 나무 밑에 있으니/바람 소리가/파라파라거린다/그 소리가 좋다/바람이 피리를 분다. 9살 어린이의 감성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시였다. '뻔하지 않아/뻔뻔하지도 않아'라는 시구가 들어간 정유경의 '번데기'도 좋다. 어린시절 고소하게 먹던 번데기 생각이 절로 났다. '나는 개밥주는 시간이 좋다'는 망상초등학교 5학년 김파란의 '개밥주기'를 읽으면서는 정호승의 시(개밥그릇인가?)가 얼핏 생각났다. 개가 밥그릇을 밑바닥까지 핥아먹는다는 그 시가 문득 생각났다. 이렇듯 좋은 시와 글은 잊혀졌던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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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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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문장의 아버지는 필사쟁이다. 인쇄술이 발달했다지만 조선에서 인쇄를 한다는 것은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엄청난 사업이었다. 국가나 큰절, 서원이 아니면 책을 인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한자를 조판하거나 목판에 새긴다는 것은 보통의 노력으로는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책이 필요한 사람은 책을 베꼈다. 영정조 연간에는 필사를 해서 만든 책을 빌려주는 사업이 성행했다. 이른바 세책(貰冊)업이다. 특히 언문소설이 유행하면서 세책업은 한양을 중심으로 해서 상당히 성행했던 것 같다.

 

이 시대는 또한 서학(西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천주교도 유행했다. 서울의 양반가, 특히 야당이었던 남인의 집안 자제들 사이에 서학이 유행했다. 그러나 윤지충이 부모의 신주를 불사른 사건 이후에 서학은 사회적인 배척의 대상이 된다. 당시 가장 유명한 서학관련 책은 마테오 리치가 저술한 <천주실의>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매를 맞고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도 <천주실의>와 연관되어 있다. <천주실의>를 필사하고 돌려보는 과정에서 발각된 서학신봉자들은 봉변을 당한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잃고 난 후에 아버지의 친구인 세책가 주인 최서쾌의 집에서 책을 배달하는 일을 맡으며 삶을 유지하게 된다. 불과 10대 초반의 나이다.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가보면 당대의 세책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벼슬을 하면서도 기존의 성리학적 신분질서에 회의를 느끼는 홍문관 교리 같은 사람, 기생, 양반가의 부녀등이 책을 주로 빌린다. 한문책을 빌려주기도 하지만 대세는 언문소설이다. 심청전, 광문자전, 삼국지 같은 소설들이 한양이라는 도성에서 세책가를 중심으로 해서 유통된다.

 

이야기 속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라는 직업도 나온다. 전기수가 기생들의 모임에서 놀부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마치 판소리 한마당을 하는 것같은 모양새다. 보통 전기수(이야기꾼)는 시장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책의 내용을 실감나게 들려주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는 기생과 양반집 부녀들을 모아놓고 들려주는 것으로 나온다. 박경리선생의 유고시집에 보면 선생의 어머니께서 젊은 시절에 부녀들의 모임에 불려가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박경리 선생의 어머니는 대단한 소설애독자였던 모양이다. 기억력이 좋아서 소설의 세부적인 면들을 실감나게 들려주었단다. 박경리 선생은 아마도 그런 면을 닮아서 유명한 소설가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세기 중반에 남부지방에서 그런 유행이 있었다면 아마도 19세기 초중반에는 서울에서 그런 유행이 있었음직도 하다. 아는 게 없어서 더 이야기는 못하겠다. 전기수 이야기를 다룬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라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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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세상에서 제일 크고 신기한 우유니 소금호수의 나라 - 꿈소담이의 세계여행 3
박후기 글, 조성철 사진 / 꿈소담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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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니 소금 호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소금호수가 있는 곳이 바로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다. 옛날에는 그곳이 바다였다고 한다. 이제는 바다는 아니고 소금을 생산하는 소금호수가 되어버렸다. 그곳에는 소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지구상에 단 하나 있다는 소금호텔도 있다. 또한 소금호수 주변에 사는 유일한 식물인 선인장이 있다. 다 자라면 10미터도 넘는단다. 나이는 몇 백살이나 된다고 하니, 무슨 신화 속에 나올 법한 이야기인 것 같다. 소금을 져다 나르는 라마는 내가 그곳에 가 본다면 꼭 만져보고 싶다. 

볼리비아는 남아메리카를 지나가는 안데스 산맥의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나라이다. 수도인 라파스와 포토시 같은 도시들은 알고 보면 유럽인들의 착취의 흔적이다. 엄청난 매장량을 자랑하는 은광을 개발하기 위해 지었던 도시가 볼리비아의 수도도 되고 관광도시도 되었던 것이다. 가짜 돈과 물건을 교환하는 알루시따 축제는 거꾸로 그들이 얼마나 가난하고 궁핍한가를 증명해주는 슬픈 축제 같은 느낌을 준다. 지구상에는 아직도 절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과 착취당하는 인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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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 - 여행하며 읽는 우리 고전 5 여행하며 읽는 우리고전 5
박천홍 지음, 이상규 그림 / 서울문화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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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진주니어에서 나온 이차원의 <대동여지도>를 보고 난 뒤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박천홍의 ‘여행하며 읽는 우리 고전’시리즈 중의 한 책이다. 전에 박천홍이 쓴 <자산어보>편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기대가 많았다. 이차원의 <대동여지도>에서도 박천홍이 쓴 이 책을 훌륭하다고 칭찬을 해 놓았다. 이런 저런 기대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 내용이 괜찮았다. 초등학교 사학년 정도면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한 분량이고 내용이다. 김정호 이야기가 초등학교 오학년 교과서에 나오니 오학년이 읽어도 괜찮겠다. 김정호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이 워낙 간략하다보니 김정호에 관해서 특별히 내용을 많이 늘어놓을 것이 없다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  이차원의 책이 좀 더 길고 자세하기 때문에 중학생 정도에서 보아도 괜찮을 만한 수준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에게 딱 알맞은 내용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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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 - 126 목판에 새긴 우리 땅 이야기 책 읽는 고래 : 고전 1
이차원 지음, 강경선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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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는 김홍도를 단군이래 최고의 화가라고 어느 강연에서 말했다. 나는 김정호를 묘사하는 데도 그 말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호는 단군이래 최고의 지리학자다. 김정호가 만들어낸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는 기계의 도움없이 그린 가장 정밀한 지도였다. 오늘날 우리가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근거로 하여 만들어낸 지도와 견주어보아도 그 정확도는 떨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김정호는 황해도 출신으로 양반은 아니었다고 한다. 혜강 최한기는 김정호를 그의 글에서 "나의 친구 김정호"라고 호칭했지만 김정호는 아마 서울의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인쇄업자 비슷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정하고 있다. 김정호를 후원한 사람들이 주로 무관 출신인점에 비추어보아서 김정호도 아마 군사계통에서 지도를 제작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나 하고 추측하고 있다. 말 그대로 추측이다. 김정호 개인에 관한 당대의 기록을 한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김정호는 오로지 그가 남긴 지도와 지리지를 통해서만 우리에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김정호는 30세에 최초로 <청구도>라는 지도를 펴냈다. 이것이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던 모양이다. 이후에 김정호는 청구도를 더 발전시킨 지도들을 선보였다. 가장 세밀한 한반도 지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동여도>다. 이것은 붓으로 그린 것인데, <대동여지도>보다 더 상세하다. <대동여지도>는 <동여도>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도를 판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목판에 새기다보니 <동여도>만큼 상세하게 나타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동여지도>는 조선시대 지리학의 성과를 최대치로 나타낸 작품이다. <대동여지도>는 전체를 펼치면 가로4미터, 세로 7미터난 되는 거대한 크기의 지도다. 목판에 이것을 판각했는데, 한판의 크기가 20*30센티미터다. 가로는 19칸, 세로는 22단이 된다. 모두 더하면 126개의 목판이 된다고 한다. 인쇄한 지도는 '분첩절첩식'이라고 하는데, '첩으로 나누고, 절로 합치다'라는 뜻이다. 커다란 지도를 한권의 책으로 접어서 들고 다닐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마치 요즘 전국지도를 책으로 만들어서 파는 것같이 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로 기억되는데, 사실 그간 우리가 대동여지도에 대해서 아는 사실은 보잘 것 없었다. 그것이 정확하게 밝혀지고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이우형이라는 지리학자의 몇십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우형을 현대의 김정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우형은 신경준의 <산경표>를 재발견했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현장답사를 통해서 그 과학성을 입증했던 사람이다. 백두대간이라는 전통적인 우리의 산천개념을 발견해서 대중적으로 알린 것도 이우형의 공로다. 이분은 2001년에 돌아가셨다. angangi.com 이라는 사이트에 가면 이우형과 백두대간, 대동여지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판각을 하는데 드는 비용을 대 준 사람들은 당대의 무신들이었다고 한다. 대원군 시절의 대표적인 무관이면서 나중에 병조판서까지 지낸 신헌장군, 궁중수호무관이며 부호였던 최성환 같은 이들이 김정호의 지도편찬작업을 후원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김정호의 지도는 군사적으로 쓰일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각종 산성과 주둔지, 봉수, 역참 따위가 명시되어 있고, 거리와 방위도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조선에서 만든 가장 정밀한 군사지도라는 평을 들을만했던 것이다. 그런데 통탄할 만한 사실은 <대동여지도>가 나중에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 때 청군이나 러시안군, 일본군의 작전지도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일본국회도서관에는 지금도 당시 일본 육군에서 군사용 지도로 사용했던 <대동여지도>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 전통지리학의 성과가 집약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우리를 침략하는 외세가 더욱 잘 이용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김정호가 평생을 걸고 만든 지도가 결국 그렇게 이용될 것을 김정호는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일이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나. 새삼 우리 민족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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