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인간적인 아이로 키워라 - 내 아이가 기적처럼 달라지는 인성양육 지침서
조 웨일 지음, 김설아 옮김 / 지식채널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으로서 최고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고 싶은가?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가장 많이 나온 답 열 가지를 나열해보면 1. 선택과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 2. 친절, 3. 동정심, 4. 정직과 신뢰, 5. 넉넉한 마음, 6. 용기, 7. 인내와 자기 수양과 자제, 8. 유머와 농담, 9. 지혜, 10. 성실함을 꼽았단다.  나는 마음속으로 '사랑'이라고 답했다.  가장 많은 답변 열 가지를 보니 내 대답은 너무 포괄적이긴 하다.  하지만 '사랑'이야 말로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신의 답은 어떠한가?    

  <무엇보다 인간적인 아이로 키워라> 이 책의 표제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 아이 최고로 키우기', '영리한 아이 만들기' 이런 것들이 아니라 참으로 반가웠다.  정말 그렇다.  왜 요즘 부모들은 조기유학을 보내면서까지 영어를 가르치고, 문화센터를 보내면서 특기적성 교육을, 방과 후 학원을 보내고 하물며 그림책을 놓고도 독서논술지도를 하면서 '인성'에 대해서는 왜 이토록 등한시하는 것일까?  이 책이 이런 부모들의 치마에 바람을 일으킬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는 반가웠다.  이 조용한 외침이 참으로 감사했다.  이렇듯 이 책 표제에 홀딱 반해서 읽게 된 책이다. 

  오늘날 가장 대두되는 교육의 가치는 바로 창의성과 인성이다.  학부모에게는 몰라도 적어도 교육자들(반드시 교사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교사는 제외해야 할는지도 모른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창의와 인성, 이것이다.  창의적이면서도 인성이 바로 선 아이, 21세기가 바라는 이상향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인성을 중요시 여기고 있음에도 학교와 교사가 그리고 부모가 그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이가 동그라미 하나를 보고 눈사람, 돋보기, 수박, 안경, 공 따위를 생각해내면 눈을 반짝이며 흐뭇해하면서 방금 파리채에 때려 잡힌 파리를 동정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무런 감흥도 받지 못한다.  '세 살 버릇 여든간다'는 속담을 모르는 이가 없음에도 우리의 아이들에게 지적인 발전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너무 지나친 억측이라고? 

  "요즘은 져서는 안 돼요.  맞고 오면 저는 그래요.  '너도 한 대 때려'라고요."  나는 유치원 원감으로 근무하던 때 많은 학부모에게서 이 같은 말을 들었다.  이들은 기껏해야 5, 6, 7세 아이들의 부모들이다.  한 번은 놀이터에서 이런 장면을 보았다.  한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었고 그 옆에는 그 그네를 타고 싶은지 그 그네 옆에서 알짱대는 아이가 있었다.  그네를 타는 아이는 지켜서 있는 그 아이가 신경이 쓰였던지 그네는 이전보다 좁은 폭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아이는 옆에 선 아이를 자꾸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보하지 마.  신경 쓰지 말고 타.  너 더 타고 싶잖아"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 아빠의 목소리다.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이처럼 책에서는 용서와 양보를 가르치지만 부모들은(어쩌면 교사들도) 내 아이가 그것들을 모르길 바란다.  남보다 앞서면 되고 남보다 잘하면 된다.  그런 부모들(또 교사들)에게 소신껏 외치는 목소리가 바로 '무엇보다 인간적인 아이로 키워라'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비인간적으로 자라는 것이 모두 성인의 탓인것만 같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 역시 더이상 인간적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집단에 소속되어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 힘 있는 아이가 미워하는 아이를 덩달아 미워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생명을 장난감처럼 여기기도 한다.  학교 앞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병아리, 소라게 등은 그들에게 생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장난감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교사로서 내 교육철학은(이제는 부모로서의 내 양육철학이 되기도 한) '자연을 사랑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를 기르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교사가 된 이후부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가장 우선시 되는 가치다.  자연과 생명은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것인데 이것들을 소중히 귀히 여긴다면 절대 악한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가치를 더불어 귀히 여기게 하는 것이 내 사명이기도 하다.   

  그럼 책을 들여다보자.  이 책은 인간적인 아이로 키우는 네 가지 지침을 소개하고 있는데 '1. 정보 제공하기, 2. 비판적 사고 가르치지, 3. 경외심, 존중, 책임감 가르치기, 4. 긍정적인 선택 제시하기' 이다.  이 지침들을 활용하여 아이 스스로 인간적인 방법(앞서 말한 열 가지를 모두 준하는)으로 문제 해결을 하는 예화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리고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로 나누어 발달에 맞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유아기 아이들과 해 볼 수 있는 활동들은 유치원으로 돌아가면 교육 활동으로 해보고 싶기도 했다.  이 책은 '인간적으로 키워야지.  그렇지만 방법은 잘 모르겠네' 하는 맹랑한 책이 아니다.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은 '인간적'이라는 개념을 아주 폭넓게 다루고 있다.  환경보호, 자연보호(동식물 사랑을 포함하여)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기업이나 과대포장을 하지 않는 기업,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부록을 붙였고 이런 것들을 지키려는 노력까지도 '인간적'이라는 개념 안에 포함하고 있었다.  단순히 예의 바르고 도덕적이며 착한 것 이상의 의미도 소개함으로 독자로 하여금 '인간적'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하기'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쉐마가 아닌가 싶다.     

  반면 환경과 자연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너무나도 완강하여 다소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육식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렇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개인이 소신껏 선택하고 판단하고 실천할 문제이지, 육식을 올바르지 않은 식습관으로 표현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그에 상응하는 설득이 따라야지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이 조금 완화되고 순화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위와 같이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나도 선하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인간적이다.  또 일명 '착한 기업' 리스트가 담긴 부록 역시 유익했다.  잘난 아이?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른 아이, 인간적인 아이로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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