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셀레스티나 을유세계문학전집 31
페르난도 데 로하스 지음, 안영옥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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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문학은 두어 편 읽어보았지만 사실 고전은 이 작품이 처음인 것 같다.  이 책 띠지에 ’스페인 중세 문학의 걸작으로, 『돈키호테』와 쌍벽을 이루는 작품!’ 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런데 사실 스페인 고전 중 잘 알려진 작품은 돈키호테밖에 없지 않나.  이 책을 읽음으로 한 작품을 더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현대문학은 좀 소개가 되는 것 같은데 그 수가 적은 편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스페인 소설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희곡이다.  그렇기에 전개가 빠르고 모든 장면, 장면이 작품에서 필요치 않은 부분이 없다.  비록 대화체로 기술되는 희곡이지만 화자의 감정이 그 대화들에 고스란히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또 희곡이라는 형태의 성격상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  칼리스토, 멜리베아, 셀레스티나, 파르메노, 셈프로니오, 아레우사, 엘리시아, 센투리오가 주된 인물들이다.  

  멜리베아를 사랑하게 된 칼리스토, 칼리스토의 하인 셈프로니오는 사랑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거라고 주인을 속이고 셀레스티나라는 뚜쟁이를 소개해준다.  칼리스토는 셀레스티나를 통해 멜리베아와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많은 보상을 주며 셀레스티나를 부린다.  셀레스티나와 셈프로니오는 주인에게서 한 몫 챙길 수 있기를 바라며 다른 충신인 파르메노까지 꼬득인다.  셈프로니오는 엘리시아를, 파르메노는 아레우사를 셀레스티나로부터 소개 받는다.  셈프로니오는 셀레스티나의 영악함과 교활함에 이익을 챙기기 위해 따르고 파르메노 역시 아레우사를 만나게 되며 눈이 멀어 셀레스티나에게 협조하게 된다.  멜리베아는 이들의 계략에 넘어가고 칼리스토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셈프로니오나 파르메노가 셀레스티나에게 칼리스토에게 받은 재산을 나눠달라고 하고 이를 거부하는 셀레스티나와 다툼 끝에 셀레스티나가 죽게 된다.  셈프로니오와 파르메노는 경찰에 잡혀 참수형에 처하고 아레우사와 엘리시아는 이들 연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고 아레우사의 원래 연인인 센투리오에게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된 칼리스토를 처단해 달라고 명하고 센투리오는 칼리스토를 처단하고 사랑을 증명하겠다고 하나 스스로 죽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칼리스토의 사다리에서 낙사한다.  멜리베아는 연인 칼리스토를 따라 자결함으로 모든 비극의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멜리베아의 죽음을 목도하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슬픔으로 마음이 아려왔다.   

  이들에게서는 서로서로 속이고 진정이 없는 관계를 볼 수 있다.  파르메노가 주인 칼리스토를 향한 충성은 안타깝기까지 하나 칼리스토는 파르메노를 믿지 않는다.  결국 그 역시 셀레스티나와 셈프로니오로 인해 주인을 저버리게 되는데 배신과 배반이 팽배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애인이 있는 아레우사도 파르메노와 즐기고 엘레시아 역시 셈프로니오 뿐 아니라 다른 연인이 있다.  그리고 셀레스티나는 많은 창녀와 처녀들의 처녀막 재생 수술을 시행할 만큼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  멜리베아 역시 처음에는 셀레스티나를 믿지 않는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고 의심으로 가득한 관계들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깊이 바라보아야 할 점이 이것이 아닌가 싶다.  의심과 배신과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 이들에게 결말은 죽음이다.

  이것을 현대화하여 드라마화했다면 한 편의 막장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계략과 음모와 여인의 복수는 드라마 황금시간에 딱일 듯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줄거리가 보여주는 것 이상의 것을 느끼게 된다.  진심과 진의가 통하지 않고 진정을 가려내지 못하는 분별력 없는 세상 이 안에 채워진 인물들을 가만히 보면 그 누구도 지탄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모두 가엾은 자들이다.  진심이 없이 자신의 이익과 탐욕에 눈이 멀어 누군가의 종노릇을 하며 행동하고 말하고 숨 쉬는 자들.  그 결말은 피 냄새가 진동하며 끝난다.  세상의 진의와 가치, 바른 삶, 충성, 변절 등 인간관계에서 생겨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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