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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즐거움 -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지적 노동자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현 외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지적 즐거움' 이라는 표제 때문이었다. 이 다섯 글자는 내가 지향하는 삶이다. 앎에 대한 욕구, 호기심, 배우고자 하는 열망.... 이것들이 없는 삶은 참으로 무미건조하리라. 끊임없이 알고 배우는 것이 고된 일이 아니라 그로 더불어 즐거울 수 있다면 이보다 즐거운 인생이 또 있을까?
이 책의 목차들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어서 한 장 한 장 읽고 싶었다. 그런데 뭐랄까? 왠지 진부하다 생각되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발상 혹은 저자만의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드는 chapter가 많았다. 급기야 이 사람이 현시대 사람인가 확인하기에 이르렀는데 불행하게도(?) 짐작처럼 저자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 전 사람이었다. 1834~1894.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아주 옛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는 없었다. 결코 세월에 묻히지 않는 정신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이 책은 참으로 묘했다. 조근조근한 어투는 따스한 어머니같았고 저자의 단호함은 마치 아버지 같았다. 한 편의 탈무드같은 느낌으로 읽히는가 싶다가 이내 무시무시한 충고로 들리기도 했다. 주로 문학과 저술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나 역시 글쓰는 일을 열망했던 때도 있었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밤낮없이 읽고 습작하며 지냈던 적도 있었기에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건강을 해친 많은 저술가들의 이름을 오물거리며 그 당시 내가 얼마나 내 정신에게 가혹했던지 말이다.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읽고 쓰는 나의 생활에 대해 조언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밤낮을 아끼지 않고 매진하는 난 자타가 공인하는 열정을 소유자였다. 그로 우쭐한 기분까지 느끼며 그 짓을 즐겼으니 말이다. 이 책이 건강한 삶과 지적인 생활, 이 둘 모두를 균형있게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의 그런 생활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그렇게 생활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마치 편지 같았다. 한 세기 전으로부터 바에게 날아온 편지였다. 한없이 지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내게, 지적인 채로 이 땅에 머물고 싶어하는 내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또 충고와 조언도 아끼지 않은 책이다. 물론 내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진정으로 배우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다른 이의 생각이나 방식도 수용해야 지당한게 아닐까? (물론 이 부분이 나에게 참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진정한 딜레탕트가 되기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철저히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삶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리도 행복한 기분으로 누릴 수 있는 지적인 즐거움들을 영유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