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 고독 속에 피워낸 노란 해바라기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3
엔리카 크리스피노 지음, 정지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반 고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다.  고흐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초등학교때다.  어쩌다 그의 전기를 읽은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위인전이라는 책으로 그를 처음 만났다.  스스로 자기 귀를 자른 화가라니....  그 미치광이 화가의 광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해야하나?  아니, 어린 내게는 충격에 가까운 기분이었을게다.  아무튼 그것이 나의 뇌리 속에 선명하게 박힌 것만은 사실이다.  무언가 인상깊은 점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곧 관심이 되고 그 관심은 그것에 대한 애정으로 자라는게 아닌가 싶다.  우스개 소리가 아니고 한 때는, 커서 성이 '반'씨인 사람이랑 결혼해서 낳은 아이에게 고흐라고 이름을 지어주어야지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고흐는 내게 참 매력적인 화가다.  아마 이것은 나의 나중에라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아, 메로니에북스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미술관 시리즈에 이어 화가 시리즈도 내놓고 있는데 역시 훌륭하다.  내용면에서나 편집면에서나.  이 책은 고흐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그의 자해하게 된 날 밤 폴 고갱(1848~1903)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 부모와의 관계, 동생 테오와의 서신내용, 고흐家 집안 분위기, 그와 어울렸던 화가들, 그가 사랑한 여인들....  그리고 많은 데셍과 습작들까지도.  특히 '감자먹는 사람들(1885)'은 여러번 데셍을 거친 작품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은 똑같은 포즈와 색채를 사용한 인물화들이 여럿 있었다.  수차례 데셍 후에 마지막으로 내놓은 작품은 그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는 반드시 그것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말이 아닐까?  그것도 제대로, 아주 잘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의 표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1889)' 이다.  청푸른 밤하늘, 물결치는 듯한 별무리, 노랗고 따사로운 빛깔의 달, 조용해 보이는 집들....  책을 보며 안 사실은 나는 그 당시 고흐가 그린 작품들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고흐 그림이네' 정도만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시기별로 묶어 그의 작품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은 대개 1888, 1889년에 그가 그린 그림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때가 고흐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아, 아니지 아니지.  고흐는 전성기가 없었단다.  이 무슨 말이냐면, 살아 생전 인정받지 못한 화가라니까.  죽어서야 그의 이름과 그의 그림이 알려졌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화가로서 가졌던 열정과 그림에 대한 욕심, 또 그림을 팔고자 했던 열망에 비하자면 너무 외면당한 인생이었다.  겨우 후세에서야 그가 그로서 화가 반 고흐로 존재하게 되니 말이다. 

  유난히 노란빛을 좋아하는 화가.  고흐의 작품에 주로 사용되는 노란색들....  최근 학계에서는 그가 노란색을 식별하는 시각장애가 있었다는 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압생트때문에 시각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나는 고흐가 측은해 견딜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 이해받지 못하는 아들, 동생에게 부양되어야 했던 형,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남자, 친구 폴 고갱과의 극적인 결별, 그의 정신병....  이 모든 것들이 고흐의 괴팍에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건 고흐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한 마찰이건간에 외롭다는 것은 누구나에게든 큰 형별이 될 것이다.  여럿이 모인 곳에 내가 마음 붙여 앉을 자리가 없다는 소외감.  하물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고흐는 오죽 했을까 싶었다.  어쩌면 그것이 그의 병을 낳은 것은 아닐지....  유복한 집안도 아니었고 부모님 슬하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지도 못했으며 풍족한 물감으로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릴 수 없었던 화가였던 그.  고흐는 길지 않은 인생을 너무나도 아프고 외롭게 살아간 화가다.  그러나 그에 손에서 생명을 얻은 해바라기, 밤 하늘, 별빛들은 그의 화폭안에서 고스란히 살아 외면당한 삶을 살았던 자신들의 조물주를 찬양하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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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인간적인 외로움이 그의 그림으로 표출된 게 아니었을까요?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 꼭 넣고 싶은 반 고흐. 강추!!

매우맑음 2007-08-24 08:22   좋아요 0 | URL
개인의 정서가 창작물에 녹아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요. ^^
네, 반 고흐는 저의 연인이기도 합니다. 덧글 너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