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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일본 작가들에 슬슬 관심이 가기 시작한 찰나 눈에 띈 책이었다. 그래서 냉큼~! 책을 다 읽고나서 안 일이지만, 이 작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라는 영화의 원작소설을 썼고 최근에는 <세상의 끝에 머물다> 라는 책을 출판한 바로 그 작가였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라는 영화는 보았었다. 물론 내게는 영화 음악과 몇 몇 영상만 기억날 뿐이지만. 그리고 <세상의 끝에 머물다>는 읽고 싶은 책 중 하나고.
뭐랄까?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일본 작가들에게는 그들만의 색채가 있는 것 같다. 번역본으로 읽으니 실제 그들의 문체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수 없겠지만 비교적 단순한 문장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단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문장의 깊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달랐다. 문장이 너무 아름다웠다. 한 편의 수채화 같이 투명하기도 하면서 은은한 향이 나는 듯했다. 읽는 내내 '아, 참 괜찮은 일본작가 한 명을 알게 되는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3편의 단편소설집이다. 삶에 대한 태도나 고찰. 그리고 철학적인 의문을 끈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이야기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segment는 '새는 죽음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이다. 그 외 표제로 사용된 제목과 동일한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과 '9월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위해서는' 이 있다.
이 이야기들을 나름 3가지로 모티브를 잡아본다면....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은 사랑이다. 죽은 어머니의 옛애인과 딸의 만남을 통해 어머니에게 있었던 또 다른 사랑이야기, 낯선 그녀의 모습을 알아가는 이야기이다. 이루어질 수는 없었지만 당신에게도 그런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딸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새는 죽음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는 죽음이다. 죽음 앞에 투병중인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하며 그와 나누는 삶의 대화를 담았다. 그 환자가 끝내 죽어버렸을 때에는 (이미 그의 죽음은 예측하고 있었지만) 뭐랄까? 공허함과 슬픔이 밀려왔다. 동시에 삶이라는 것.... 참으로 무겁고 복잡한 이야기를 담은 연약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월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위해서는' 은 삶이다. 몇 번의 추락을 하고도 기어이 그 곳을 또 오르는 등반같은 것. 이것이 우리네 삶이다. 산이 거기 있기에 올랐다는 한 등반가의 말처럼 우리의 삶은 우리 앞에 주어져 있기에 우리는 그것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등반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했다.
이 세 이야기 모두가 참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독특한 화두를 꺼낸 것도 아니요, 우리의 일상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듯 했다. 카타야마 쿄이치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