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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기괴한 그림만으로도 눈을 사로잡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박범신'이라는 이름이 더욱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작가의 외등을 읽고 서술의 힘이라는 것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의 신작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읽으면서는 더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술적 리얼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다. 라고 말한 작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야기의 소재를 어디에서 얻고 그 소재를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힘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너무도 궁금했습니다.
작가로서의 39년의 삶에서 39번째 책을 내면 모두가 다 이런 필력을 갖게 되는 것인지 그저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개백정새끼인 주인공의 손바닥에서 어느 순간부터 기생하던 말굽은 살인을 부르고 그 살인은 과거의 모든것을 집어삼키고 끝내는 본인의 몸도 내어줍니다. 모든 게 사라져도 말굽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말굽자체가 독립된 유기체로서 처음이고 마지막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탄생 이전부터의 슬픔이라는 것은 탄생 이전부터의 눈물이라는 것은 어떤것인지 책을 덮고 나서 줄곧 생각을 해보지만 흐릿한 영상처럼 머리속을 유영만 할 뿐 정확한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아직은 소위 인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라고 제 자신을 위로해줬습니다.
손바닥이 가렵습니다. 긁으면서 생각합니다. 안쪽에 박힌 말굽이 튀어나올 준비를 하는 것인가 라고 말입니다.
사랑, 행복,기쁨,소망,희망같은 아름다운 감정만이 아니더라도 슬픔이든 고독이든 외로움이든 쓸쓸함같은 마음 아픈 감정이라도 마음에 담고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감정이라도 그것이 모두 소멸될 때 손바닥안에 언제라도 튀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말굽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