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강상중
강상중 지음 / 삶과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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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런 사람이 있다.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막연히 흠모의 마음을 품게 되는 이. 물론 앎의 과정을 거치고 그것이 깨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마냥의 감정이란 앎과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닐까. 논리와는 대체로 무관한 것이다. 내 사람 사귐이 보통 그렇듯.
강상중도 내게는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이산에서 나오던 몇 권의 책을 서점에서 팔 때는 그저 이름만 기억하는 정도였다가 일본에서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왔었다.
이 책은 재일 2세로서 일본에서 살아가는 동아시아인 강상중의 자전문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 구마모토의 조선인 마을에서 태어나, '나가노 데츠오'로 살아가다 와세다 대학 재학 시절 '강상중'으로 이름을 바꾸며 한국국적을 지닌 재일이자 일본에서 살아가야 하는 동아시아인으로서 '강상중'의 삶이 시작, 현재까지 쉼없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강상중은 감정의 기복이 다소 격하고, 과하게 감상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그 감정의 굴곡이 이 책의 전체로서 묘한 온기를 띤다.

#거친 생짜 번역과 생뚱맞은 편집으로 이 책의 진가가 훼손되는 듯하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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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 눈뜰 때 장정일 문학선집 5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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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정일의 <아담이 눈 뜰 때>는 90년대를 기억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3년과 대학 4년, 몇 권의 책과, 몇 편의 영화, 얼터너티브, 몇 번의 연애, 첫 키스를 비롯한 몇 개의 첫경험들, 쓰라린 기억, 애매한 청춘, 이십대가 나에게 90년대였고 지금 돌이켜보면 아득할 정도로 먼 기억이다. 밀레니엄을 맞던 그 요란하던 호들갑이 기껏 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 아련한 기억을 BGM으로 깔고 <아담이 눈 뜰 때>가 보여주는 감수성은, 어쩌면 이제는 ‘형해화’된 감수성이고, 그것이 90년대였다라는 생각이 든다. 장정일 스스로가 하루키 문학의 특징을 문화적 할부라고 이야기했듯, <아담이 눈 뜰 때>에서 장정일이 나누는 문화적 할부들은 90년대 초반의 표피들, 그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구역질 나는 음악들이다. 거기엔 정신이 없다. 예전엔 ‘록 스피릿’이라고 불리던 저항과 인간애가” - 90년대를 달구었던 ‘록음악=저항의 음악’이라는 심각하고 진지한 오해들. “그녀는 자기만의 방을 원한다.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는 내면의 방과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혼자만의 방” - ‘자기만의 방’에 대한 좌절된 욕망이 그들을 ‘여관’으로 이끌었을까. 90년대 문학 속에서는 수돗물처럼 저렴한 섹스들이 여관에서 난무했다.
그렇게 채집된 90년대의 표상들은 이제 박제되어 멸종된 동물처럼 박물관에 전시되어 나를 관람자로 만든다. 어색하게 서 있는 그 동물에 대한 동정과 전시된 죽음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
장정일의 상상력을 버거워하며 그의 몸을 가뒀던 90년대는 그렇게 너무나 빨리 잊혀져갔고
살아남은 장정일 문학은 90년대를 추억하게 만든다, 쌉싸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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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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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판타지라는 장르의 규범을 넘는 빼어난 중단편 모음집.

개인적으로는 초반 4편의 단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성에 즐거움을 느끼고
후반의 중편과 소품들이 보여주는 메타픽션의 현학성에 다소 버거움을 느낀다(뒤에 나오는 역자 김상훈과 테드 창의 이메일 대담을 읽고서야 아주 조금의 이해의 힌트를 얻었다. <일흔 두 글자>의 경우 작가가 반영해놓(았으리라 짐작하는)은 산업혁명에 대한 대체역사 서술과, 천지창조 이야기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와 유태 카발라와 골렘의 신화들에 어지러웠다. 그런데 부록으로 실린 역자 김상훈과 테드 창의 대담에서 이 <일흔 두 글자>를 언급하며 보르헤스를 언급하지 않은 건, 현대 메타 픽션에서 보르헤스의 영향을 언급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일까?).

가장 재밌게 읽은 건 <이해>이고 슬프게 읽은 건 <지옥은 신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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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제국
그렉 크리처 지음, 노혜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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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찌하여 현재 성인 인구 64%가 비만인 ‘비만의 제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가.
저자 그렉 크리처는 정치적 의도와 산업적 고려, 사회적 경향, 이 모든 것이 연계되어 지금의 비만의 제국을 탄생시켰다고 주장한다.

첫번째, 닉슨 대통령 시절 농림부 장관으로 인명된 얼 버츠에 의해 미국 농업계의 생산 증대를 위해 팜유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면서 다양한 스낵류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두번째, 패스트푸드 업계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빅 메뉴와 세트 메뉴가 도입되었고 이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감자튀김의 경우 60년대 200칼로리였던 것이 현재는 610칼로리이며 맥도날드밀은 590칼로리에서 1550칼로리로 뛰어올랐다. 세트 메뉴를 패스트푸드 업계에 최초로 도입한 델 타코의 마초밀-이름부터 무시무시하다!!-의 무게는 1.8킬로그램이다).
세번째, 맞벌이 부부의 증대로 외식업이 발달하였고 유아 식욕에 대한 환상이 부채질되었다(아이가 먹고 싶어하면 먹고 싶어하는대로 냅두고, 먹여라). 또한 공교육 예산이 절감되면서 학교에 탄산음료 자판기가 설치되었고 패스트푸드 업계와 협력하여 학내 배달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이른바 황제 다이어트(앳킨스 다이어트) 류의 허무맹랑한 신화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라지 사이즈 의류의 생산이 증대되면서 자신의 비만 정도가 왜곡되었다(라틴계 최초로 플래티넘 앨범을 발표한 래퍼 빅 펀의 경우 뚱뚱함을 찬양하면서 자신의 몸을 비대화시켰다. 100킬로그램이었던 그의 몸무게는 죽기 전 317킬로그램이 되어 결국 29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의 가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래퍼들은 모두 총에 맞아 죽는 줄 알았는데 먹는 것 때문에 죽다니!!”)
네번째, 공공 교육이 붕괴되면서 교육 시스템 내에 체육 교육 시간이 적어졌다.
다섯번째, 계층별로 비만에 대한 환상들이 증대되면서 특히 흑인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비만 정도를 인지하는 수준이 현저히 낮았고, 흑인 남성들 역시 자신의 배우자에 선호치가 평균 이상의 체형의 여성들로 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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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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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라는 최상의 걸작이 있는 한, 청춘 소설이란, 거기에 '락밴드' 이야기가 나오는 이상 <69>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69년의 시세보와 65년의 시코쿠는 애초에 시대 차이도 있지만 일상적인 풍경 자체가 너무 다르다. 그 풍경의 차이, 분위기의 차이가 소설 속에 다루어지는 사건의 차이를 만들리라.


그럼에도 이 두 소설의 영화들은 '청춘'의 에너지가 바르르, 덴데케 데케데케 넘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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