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이 눈뜰 때 장정일 문학선집 5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장정일의 <아담이 눈 뜰 때>는 90년대를 기억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3년과 대학 4년, 몇 권의 책과, 몇 편의 영화, 얼터너티브, 몇 번의 연애, 첫 키스를 비롯한 몇 개의 첫경험들, 쓰라린 기억, 애매한 청춘, 이십대가 나에게 90년대였고 지금 돌이켜보면 아득할 정도로 먼 기억이다. 밀레니엄을 맞던 그 요란하던 호들갑이 기껏 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 아련한 기억을 BGM으로 깔고 <아담이 눈 뜰 때>가 보여주는 감수성은, 어쩌면 이제는 ‘형해화’된 감수성이고, 그것이 90년대였다라는 생각이 든다. 장정일 스스로가 하루키 문학의 특징을 문화적 할부라고 이야기했듯, <아담이 눈 뜰 때>에서 장정일이 나누는 문화적 할부들은 90년대 초반의 표피들, 그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구역질 나는 음악들이다. 거기엔 정신이 없다. 예전엔 ‘록 스피릿’이라고 불리던 저항과 인간애가” - 90년대를 달구었던 ‘록음악=저항의 음악’이라는 심각하고 진지한 오해들. “그녀는 자기만의 방을 원한다.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는 내면의 방과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혼자만의 방” - ‘자기만의 방’에 대한 좌절된 욕망이 그들을 ‘여관’으로 이끌었을까. 90년대 문학 속에서는 수돗물처럼 저렴한 섹스들이 여관에서 난무했다.
그렇게 채집된 90년대의 표상들은 이제 박제되어 멸종된 동물처럼 박물관에 전시되어 나를 관람자로 만든다. 어색하게 서 있는 그 동물에 대한 동정과 전시된 죽음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
장정일의 상상력을 버거워하며 그의 몸을 가뒀던 90년대는 그렇게 너무나 빨리 잊혀져갔고
살아남은 장정일 문학은 90년대를 추억하게 만든다, 쌉싸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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