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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흐테르 - 회고담과 음악수첩
브뤼노 몽생종 지음, 이세욱 옮김 / 정원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브뤼노 몽생종이 스비야토슬라프 리흐테르와의 인터뷰와 사적인 대화 등을 일인칭 기술로 구성한 <회고담>과 리흐테르가 수첩에 기록한 음반평과 공연평을 모은 <음악수첩>으로 구성된 이 책은, 리흐테르라는 위대한 피아니스트(*루빈스타인 : "나는 '위대한 리흐테르'의 연주를 듣고 싶었고 마침내 그의 연주회에 갔다. (...) 내 눈에 눈물이 맺혔다. 리흐테르는 위대한 지성을 지닌 어마어마한 음악가다.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면, 피아노가 그에게 화답한다. 그는 피아노로 노래를 부른다. *굴드 : 리흐테르의 연주를 듣는 순간 나는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망아지경에 빠져버렸다. (...) 나는 깨달았다. 내 앞에 있는 연주자가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음악 전달자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말이다)를 알고자 하는 욕망에 몇 조각 퍼즐을 채우며 그 바깥에 남겨진 빈 조각들을 채워야 할 리스너로서의 당위를 일깨운다. <회고담>을 다 읽고 <음악수첩>을 건너 읽으며 이 책을 옆에 두고 음악을 향취할 남은 내 인생에 작은 즐거움을 남겨둔다.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리흐테르의 음반을 다 듣고자 애쓴 역자, 그리고 전세계의 리흐테르의 연주 실황과 24권 짜리 음악 사전에서 책에서 언급된 인명 항목을 발취하여 작은 사전을 만든 편집자, 그리고 그 출판사가 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에 실린 두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
1. 말년에 리흐테르는 일본에서의 연주요청이 오자 고민 후 다음과 같은 조건을 걸었다. 일본에 가긴 가되 전신 마취 상태로 가겠다면서 그가 묵고 있는 파리의 호텔에서 마취를 시킨다 음 구급차로 공항에 데려가 비행기를 태우 주고 도쿄의 호텔에서 깨어나게 해달라고 했다(당연히도 의사의 반대에 의해 마취주사를 안 맞고 일본에 갔지만 공연은 하지 못했다).
2. "어느 날 그(길렐스)가 음악원 복도에 있을 때의 일이다. 마침 거기에 있던 한 부인이 길렐스를 알아보고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동행한 여자아이에게 말했다. "네 앞에 계신 이 분이 누군지 아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야." 그러자 아이가 소리쳤다. "아, 스비야토슬라프 리흐테르!" 아직 철이 없는 아이였다. 길렐스는 문을 꽝 닫고 가버렸다."(길렐스는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공연을 떠나 기전에 건강검진으로 받으러 갔다가 주사 한 대를 맞고 3분만에 죽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