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번째더라? 한 다섯? 여섯번째? 암튼 많이 봤다. 왜?
글쎄-_-
처음 봤을 때 뭐 이렇게 심심한 영화가 있나 싶었다. 초반에 등장하는 압도적인 불릿타임의 여파가 강했던 탓인지 아니면 첫씬에서 보여주는 헐리웃 영화에 대한 가브리엘의 허세 탓인지 정말 심심했던 줄거리 탓인지 별 존재감이 없는 휴 잭맨 때문인지. 이 영화가 내 기억에 남은 이유는 단 두가지. 딱 한 번 나오는 불릿타임과 할 베리의 가슴 덕이었다. 도미닉 세나가 의외로 심심한 감독일 수 있다는 것은 전작인 식스티 세컨즈에서 미리 들통난 바였고.... 적당한 수준의 킬링타임용 액션스릴러로 보면 되겠지만 영화 자체가 가지는 자극도가 폴 오큰폴드가 맡은 사운드트랙보다도 낮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런 어울리지 않는 금욕적 태도가 나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이 워낙 심심하게 느껴졌던 탓인지 나 스스로가 영화의 재미를 찾아나선 경우라고나 할까....
여전히 그 수십초 정도 되는 불릿타임이 보여주는 박력은 매력적이고 시나리오는 나쁘지 않다. 존 트라볼타가 보여주는 연기는 훌륭하고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다운 화면의 때깔은 매혹적이다. 폴 오큰폴드의 사운드트랙 또한 발군이며 할 베리는 멋진 몸매와 가슴을 보여준다. 잘 찾아보면 쓸만한 데가 많은 영화다!
그런데 확실히 처음 볼 때는 심심하게 봤다 이거지-_- 요즘에야 그럭저럭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사실 잘 살펴보면 이 영화에 쓰인 재료들은 최상급을 달리는 것들이 있지만 그 재료들이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 좋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존 트라볼타가 영화 전체를 휘어잡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것은 그에 대립각인 캐릭터들이 너무 부실해서다. 휴 잭맨은 앞서 말한 것처럼 존재감이 없고 형사로 나오는 돈 치들 역시 무력하다. 할 베리도 한몫 하긴 하는데 솔직히 그녀가 그 멋진 몸매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FBI요원이란 걸 끝까지 잊어먹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뭐, 긴장감이 당최 안 생긴다 이거지. 이건 역시 감독의 역량 부족이라고 봐야 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