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류의 통제된 미래 혹은 가상의 일본에 대한 우울한 전망서. 소재는 괜찮으나 첫 시작은 썩 루즈해서, 기대치보단 떨어진다.

 

[아즈망가대왕] 이후 비슷한 류의 일상물을 계승하지만 미묘한 부분에서 집중적인 '모에' 코드의 디테일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보다 더 '작가적인' 적극성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런 요소 따윈 몰라도 전체적으론 즐겁고 편안한 유머로 가득.

 

내용에서부터 스타일까지 유키 카오리의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고딕 취향의 만화. 다만 유키 카오리의 번갯불에 떡치는 듯한 급작스러운 전개나 감정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취향을 심하게 타는 장르 답게 매너리즘에 대한 비판과 그래도 볼만하네 사이에서 줄타기할 운명.

 

개그패턴이 매화마다 판으로 찍은 것처럼 똑같아서 1권을 채 끝내기도 전에 지겹게 만드는 신기한 체험을 두번째로 겪게 만들어 주다.

 

1권을 봤을 때, 토우메 케이가 또 별 준비 없이 적당히 상황만 짜놓고는 되는대로 그리는 거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니만....

2권 후기에서 자기도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겠다고 했으니 할 말 다 했지. 이 양반은 작가가 독자를 지치게 만드는 법 중에는 연재작을 생각날 때마다 불려놓고는 수습을 안 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태어나서 완독하기까지 이렇게 빨리 해치운 만환 처음인 듯. 전형성과 약속된 코드로 넘쳐나는 1권.

 

하도 주변 사방팔방에서 탓타라타타탁탁탁거리길래 맘 먹고 4부까지 논스톱으로 쫙 다 봤음. 자료 수집의 충실성은 알겠는데 그게 만화적으로 숙성됐다는 느낌은 썩 안 든다. 이 시궁창 인생들에 대한 이야기 패턴이 복잡한 척 하지만 전형적인 대본소 스타일의 원패턴이라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데다 속임수도 원패턴이라 솔직히 나중에 가면 속여먹는다는 게 신기해질 정도. 어쩔 수 없이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비교하게 되는데 [카이지]가 초반에 보여줬던 긴장감과 절박함, 신선한 게임 양식이 가져다주는 보편성, 그리고 고정된 연출 속에서도 흐름을 매끄럽게 변주하던 것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는 느낌이다. 뭐 [카이지]도 뒤로 가면서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서도.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여자 캐릭터의 역할이 상당할 수밖에 없음에도 정작 그녀들에게서 매력이 눈꼽만치도 안 느껴진다는 것도 문제. 아마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야심적으로 밀어부쳤던 게 원작의 여자들을 보다 살아있는 여자 답게 만드는 거였으리라고 생각.

뭐랄까, 보면 볼수록 소재 자체가 가지는 매력과 반비례하게 정말 각색해서 다듬고 뜯어고치고 싶은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영화화가 된 이유가 충분히 납득 가능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간접적인 자료들을 통해서 '범죄적 인간' 손창섭의 삶을 재구성한 부분. 그런데 이거 맞긴 맞을려나....

 

생각해보면 류승완 감독의 영화중 맘에 들었던 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주먹이 운다] 두 개. 나머진 언제나 컨셉에 비해 30% 부족한 느낌. 정작 한국영화에서 정말 괜찮은 액션씬들은 정통 액션 장르가 아닌 영화들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것은 만들어내기가 아닌 보여주기로서의 영화에 대한 이해도의 부족이 아닐런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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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겜보이 2006-10-1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짜 영화만 봤는데... 올드보이가 영화화된 것과 비슷하다는 말씀이죠? 그렇군요.

hallonin 2006-10-16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정작 저는 영화를 안 봐서 뭐라고 할 순 없습니다만.... 같은 듯 다른 물건이 나왔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배가본드 2007-05-14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키가미'.. 이왕보는거 3권까지 있길래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오히려 카이지를 모방한듯한 '라이어 게임'이 더 흥미진진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