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남아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 게임도 끝을 봤습니다. 친절하게 표시되는 시간소비량에 근거하자면 이 게임 하는데 25시간을 퍼부었더군요.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명백히 [페이트]의 팬디스크인 만큼, 어떤 내용상의 전개나 그 비슷한 것은 없는, 말그대로 캐릭터 유희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스 키노코라는 작가의 딜레마가 현상적으로 드러난 모양새라고나 할까요.
소위 나스체라고 이죽거려지는 표현들, 화면 가득 채워지는 죽어죽어죽어 등등의 명령구의 반복과 명사를 어필하는 식으로 끝나는 문단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이미 예전의 비주얼노블들, 다크물들에서도 활용됐던 부분이기에 그의 독자적인 문체라기보단 에로게임에서의 문체라는 부분에서 장르적 법칙으로 수용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 질릴 정도의 장광설은 그만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그러나 팬디스크의 속성, 즉 팬에게의 서비스란 차원에서 모든 캐릭터를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를 플롯으로 만들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승화시킨 것은 신선했습니다. 어디서 가져온 설정이 아니라면 말이죠. 저로선 그 장광설 덕에 마치 영겁의 세월을 지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해준 것 빼곤 그럭저럭 만족했습니다.

어째 1호 때도 그랬건만 이번에도 나오자마자 품절상태로 올라가버린 파우스트 2호입니다. 판매량은 좋았지만 낯선 감수성 때문에 호응도는 높지 못했던 1호에 대한 반동으로 생각보다 일찍 세일즈 메이커인 나스 키노코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2004년 7월에 시작된 나스 키노코의 DDD시리즈 첫번째 이야기인 [DDD J the E]가 실렸군요. 이에 대한 전반적인 비평은 옐로싸인님의 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외엔 듀나와 타키모토 타츠히코의 단편에 대한 평가가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