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타깝지만 영원히 안 나올 것 같은 모양새인 [지오브리더스]가 아니라 저 [와일더니스]의 한국판 [런어웨이] 4권입니다. 오랜만에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오랜만이군요. 3권이 2004년에 나온 걸로 되어 있으니 어언 2년여만입니다.
시대정신을 오우삼의 미학에 맞추고 있는 이토 아키히로의 고전적인 취향이 돋보이는 [런어웨이] 4권은 대두 캐릭터로도 멋진 액션씬을 연출할 수 있다는 걸 과시한 전작들과는 달리 총격전이나 액션씬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번 4권에서의 주제는 죄의식. 사건은 크게 진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람을 죽인 이들과 임무를 방관한 이가 죽음 앞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인물들의 신경증적인 표정이 많이 쓰이더군요. 다만 이야기 자체는 정체되어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희대의 쾌작 [지오브리더스]가 시공사로 판권이 넘어가서는 만화부서가 집안사정의 희생양이 되어 망한 이후 수년이 지난 현재 아무데서도 출판하지 않는 상황에서 [런어웨이]는 그 자체로 소중한 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런어웨이]의 방향성 자체가 [지오브리더스]보다는 하드보일드함을 지향하는 바, 이 이야기의 둔중한 흐름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바라고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