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의 맛

입사, 혹은 구강사정. 뭐 그렇게 불리는 행위에 대한 사나이쪽에서 바라본 온전한 환상이 구현된 위 픽션-반논픽션에서도 고백하듯이, 그 문제의 행위는 수많은 포르노물에 빠짐없이 넣어지는 관례적 씬으로서의 익숙함만큼 남자에게 있어서 일종의 환상이자 강렬한 욕구라는 걸 부정할 순 없겠다.... 왜 그런 걸 꿈꾸냐고 되묻는 리플이 보이는데, 어쩌겠는가. 꿈꿔지는데-_-

입은 행위에 있어서 또하나의 통로-구멍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여성기의 대리체. 구멍에 대한 남자의 페티시적 욕구가 극단적으로 표현된 일례로는 장정일의 단편소설인 [제 7일]을 들 수가 있겠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형식적 측면에서의 전초전이자 일종의 포르노소설이었던 그 소설에서 남자는 여자의 모든 구멍에 사정을 하고 싶어한다. 그 소설은 타나토스-신화에서의 의미 그대로-적 욕구의 소산과 행위의 노골적인 면모가 추구하는 에로스의 결합을 추구함으로써 어둠-구멍-욕망의 인지관계를 구축해냈다. 더럽힘이라고 표현하든 점령이라고 표현하든, 아니면 접촉이라고 훨씬 순화해서 표현하든 남자는 자신의 '상징'을 영토화의 수단으로 써먹기 마련이다. 부카게란 단어가 여성에 대한 모욕적인 어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아무튼.

위에 링크된 이야기에서 남녀의 대등한 입장을 강조하는 분들이라면 분노할 수 있을 부분이 그 노골적인 표현수위와 유익할지도 모르는 정보에도 불구하고 정작 저 화자인 남자가 직접 경험한 부분은 없다는 점에서일 게다. 자신의 노골적인 욕구를 익명을 통해 분명하게 밝힌 화자는 차마 자신의 정액을 먹을 생각은 못한 모양이고, 또 글에서는 그 행위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의식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래에 달린 리플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선 알러지 반응마저 일으키는 것이 그 행위라고 한다. 말인즉슨 재수가 없으면 먹다가 목이 막혀서 저세상으로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섭고도 놀라운 얘기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포르노 여배우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생계를 버텨나가고 있는 것인가....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니라 잠깐 숙연해졌다. 69체위가 그 조형적 공평함에도 불구하고 무력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적어도 여자의 애액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남자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얘기로 돌아와서 구강사정을 허용하는 여자의 입장이라면 뭐,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한 숫컷에게 자신과 똑같은 경험을 겪게끔 만들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공지영의 저 뻔뻔스럽고도 유명했던 소설 탓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남자에게 있어서의 섹스라는 행위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것은 아닌가....

무슨 표현을 갖다써도 좋다. 사랑의 결실, 애정의 심정적 확인의 중요함 등등. 아무튼 섹스란 사람들에겐 일종의 승화이며 고상한 것이고 가치있는 행위로 여겨질 때가 많다. 배설이 아니라. 그렇게 여겨지는 게 강요되기도 한다.

그게 그렇게나 출중한 의미를 가지는 행위라는 교육에도 불구하고, 정액의 신성성은 저 바닥에 머무르고 있는것처럼 여겨진다. 장담컨데, 섹스의 숭고함을 주장하는 대부분의 남자들, 아니 남자들 대부분은 구강사정을 원하는 것만치로 자신의 정액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굳이 먹는다는 행위가 아니라 그것의 맛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뭐 그런 상황 자체를 거부하기 마련이다.

여자들은 알러지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남자들의 욕망을 채워주지만 남자가 자신의 정액을 맛보는 것, 그것과 비슷한 경험을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인에게 있어서의 골든과 같은 행위로 간주된다는 것은 여자 입장에선 확실히 거부감이지 않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기선 기본적인 평등의식을 느낄 수가 없다. 이러니까 자위를 통한 여성해방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도 나오고 그러는 거다.

하긴, 요가의 달인이 되어 셀프오랄이라도 가능하지 않는 한엔 필요에 따라서라도 남자들이 자신의 정액을 먹을 일은 흔치가 않다. 하지만 그 이전에 경험가능성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기본적으론 남자들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자신의 사출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여자들도 남자들이 가지는 거부감에 못잖을 것 아닌가.

신빙성이 없는 민간요법 중에는 오줌섭취를 통한 암의 치료 같은 안타깝기까지 한 요설도 있으니.... 정액의 고단백성에 대한 홍보가 널리 퍼지면 웰빙식품으로서 인기를 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일전에 익명게시판에서 봤던 리플, 자신은 펠라치오를 해준 여자가 사랑스러워서 끝나자마자 키스를 퍼붓는다고. 그녀의 입술가에 남은 시큼하고 떫은 맛을 맛보게 될지라도. 뭐 굳이 유사보복적 차원이 아니더라도 사랑이 남근적 영토화를 극복한다는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결말이 가장 무난할 듯. 윤리란 이런 순간에 비로소 필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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