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몇 폭발할 것 같은 센스와 몇몇 진부한 센스의 대조는 [제멋대로 카이조]의 중후반부 즈음이 생각나게 만든다. 작가가 어느 서점에서 1권이 [은혼]의 코스프레 자료로 쓰이는 것을 목도하는 절망적인 상황은 역시나 창작의 힘을 불어넣을테지만 말이다.
추가 : 각 장의 제목은 주로 문학작품들에서 뽑아온 패러디인데 그중 야오이 동인만화가의 이야기가 담긴 에피소드의 제목은 '가명의 고백'. 미시마 유키오가 소년 시절에 겪었던 내밀한 동성애적 감정을 풀어놓은 [가면의 고백]의 패러디. 숨겨진 재미는 여전히 만만치가 않다.

암튼 팔리니까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졌겠지.... 이거....

4쇄 이상 찍어냈다는 점에서, 한국만화의 절망을 느끼게 만든다.

'오우삼이 아니라 타란티노'라는 내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5권을 보면서 깨닫게 된 이 작품의 문제점 중 하나는 매컷마다 썩은 미소를 보여주는 레비. 그녀의 캐릭터가 주연인데도 불구하고 그와 맞먹는 조연급인 다른 캐릭터들의 썩은 미소에 밀리는 인상을 주는 것은 그녀의 썩은 미소가 너무 남발되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레비라는 캐릭터에게선 썩은 미소의 품위 보다는 썩은 미소의 경박함만이 느껴진다. 바로 이것이 이 작품 전체를 그 오버스러운 수다질과 더불어 경박한 인상으로 꾸준하게 밀고 온 약점이다. 그외엔, 예정된 파멸로 향하는 그 소위 일본적인 미학이 여실히 드러났던, 그럭저럭 볼만했던 에피소드의 끝. 마지막 부분이 자꾸 어디선가 봤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무한의 주인]에서 일도류 몰락 에피소드의 중후반부인 심형당류 아가씨의 최후와 대사와 씬이 일치한다. 꽤 맘에 들었기에 나도 언젠가 써먹을려고 했었건만-_-
추가 : 정말 부담스러웠던 스타카토 강조점의 남발-_- 어떻게 원본이 그렇다 해도 편집쪽에서 좀 손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시미즈 아키와 사키 오쿠세라는 걸출한 두 작가가 힘을 합쳐서 알바 삼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는 물건-_-

기술적 측면이 아닌 의식과 철학의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비춰 본 미의 흐름에 대한 개괄서이자 서유럽이라는 국지적인 환경에서의 미의 역사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의 결과물. 각 장의 아이콘을 대변하는 시원시원하고 깔끔한 도판들을 배경 삼아 움베르토 에코와 지롤라모 데 미켈레의 압축적인 문장들이 당대의 사상과 미학을 드러내는 텍스트들과 반반씩 어울려 독자들에게 파생 가능한 모든 뇌내 화학효과를 향해 달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