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트럴]은 어떻게 보면 톰 크루즈 때문에 손해를 본 부분이 있습니다. 포스터와 홍보에서부터 톰 크루즈의 거대한 얼굴이 팍팍 나오다 보니까 사람들은 이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을 잇는 그의 돈 들인 액션영화의 연속이라고 생각을 했겠죠. 그래서 포털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 영화에서 액션이 안 나온다고 불평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퀵타임 트레일러로 폴 오큰폴드의 음악과 함께 먼저 접한 저로선 그런 반응이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요.

그러나 저도 영화를 보기 전에 지레짐작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톰 크루즈일 것이라는 예상이었죠. 그러나 정작 영화는 불가해하며 모순적인 존재인 살인청부업자 빈센트보다는 리무진 운전사가 꿈인 소박한 택시운전수 맥스의 내면에 더 동화가 되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그 맥스조차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영화의 제목, [Collateral]은 평행한 이란 뜻이죠. 마이클 만은 그런 관계를 꾸준하게 다뤄왔습니다. 그런데 그 긴장감이 이 영화에선 사뭇 다릅니다. 허문영의 지적대로 영화에서 스펙터클은 의식적으로 자제되고(이건 마이클 만의 습성과도 가까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대화는 끝간 데 없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하룻밤 동안 일어나는 이 단순한 플롯의 이야기는 두시간을 훌쩍 넘기는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콜레트럴]은 풍광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로스앤젤레스죠. 여기서 LA는 평행선을 달리는 두 남성 주인공의 대립각을 위한 장소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자체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그 네온과 조명으로 싸인 몸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히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고 차기작인 [마이애미 바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겠지만 고도화된 도시의 밤의 모습, 그 복잡다단함과 생기와 함께 어우러지는 쓸쓸함과 공허함을 잡아내는데 있어서 [콜레트럴]은 가히 독보적인 경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김지운의 질투 섞인 찬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콜레트럴]에선 마이클 만의 영화들이 가지는 숙명적인 내러티브의 힘이 푸른색 LA와 함께 뿜어져 나옵니다.

사실 배 아픈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이 바로 서울이라고 하는 도시의 모습, 특히 그 밤의 모습을 어떤 매체로든 담아내는 일이거든요. 예전에 목동에서 차가 끊겨서, 겨우 시청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는 밤새도록 걸어다녔던 일이 있습니다(사실 자주 그런 식으로 밤을 걸어다닙니다-_-).  텅 빈 고가도로 위를 걸어다니면서, 다리 밑에 나란히 서있는 쓰레기차들을 보면서, 아무도 살지 않는 지저분해진 빌딩식 여관들을 보면서, 네온이 드문드문 빛을 비추는 축축한 골목 안을 들여다보면서, 앨리샤 키스와 언더월드, 언니네 이발관, 폴 오큰폴드(!)를 사운드트랙으로 삼아 돌아다니며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콜레트럴]은 매혹이며 동시에 일종의 이상이자 좌절입니다.

 

 



초반에 빈센트와 가방 교환을 위해 일부러 몸을 부딪히는 '배달부'가 이 분이시더군요. 이분이 누구시냐면....

 

 

 

바로 이분입니다-_- 이로써 마이클 만의 유머솜씨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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