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캔 댄스의 음악은 종종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레고리안, 고딕, 켈틱, 아라비안, 에스닉의 거의 모든 요소들을 흡수하여 싸이키델릭적 방법론으로 빚어낸 그들의 음악은 악몽과 환희, 지옥과 천국을 가르는 그 어느 지점에 모호하게 위치해 있다. 그래서 광야에서 외치고 있는 짐 모리슨 같은 브랜단 페리나 제령을 펼치는 듯한 리사 제라드의 귀기 서린 목소리들은 청자로 하여금 그들이 만들어낸 꿈속으로 들어오길 끊임없이 유혹한다. 그 경계 없는 세계가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것은, 그들이 구조한 그 어둡고 내밀한 세계가 지금껏 들어왔던 그 어느 것보다도 화려하고 다채롭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푸른 연옥의 한복판, 어슴푸레한 새벽 안개 속에서의 침묵. 느릿하게 떨어져내리는 차가운 빗방울의 한 순간. 혹은, 광막한 사막 한복판에서 열망하게 되는 고독에의 자유. 검푸르고 뜨거우며 활활 타오르는 것 같으면서도 굳게 정제된 순간들. 그럴 때면 가만히, 대기에 귀 기울여 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