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세계를 다룬 만화는 예전부터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거기에 열혈이라는 게 붙여진 것으로 대표적으론 [호에로펜]이 있었고, [코믹마스터J]는 그런 구도에 수퍼히어로적 성격을 덧붙인 만화입니다. 까놓고 밝히자면 데즈카 오사무의 [블랙잭]에 대한 오마주죠. 곧잘 실제하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을 모티브로 해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데, 그런 류에선 소위 말하는 불타오른다는 느낌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만화에 꼽힐만 했습니다. 그런 느낌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게 이 만화의 사고방식은 가차없기 때문이었죠. [코믹마스터J]는 만화는 재밌어야 한다는 명제에 도달하지 못하는 만화는 가차없이 뎅강, 이런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이건 한마디로 소년점프 시스템, 바로 그 자체인 겁니다.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이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팔리지 않는 만환 소용없는 만화냐. 그렇게 되물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가끔씩 소위 소수가 알아주지만 상업적으론 실패한 만화들의 이야기가 에피소드가 되서 나오긴 하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코믹마스터J의 시선은 좀 미묘하지만 결국은 법가적 결론으로 도달합니다. 아무리 만화가 좋아도 인기가 없으면 죽는 거야, 라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웃기는 게 이 [코믹마스터J]란 만화도 그리 짜임새가 좋은 만화는 아니라는 거였죠-_- 세계를 조종하는 조직 클럽에 대한 얘기와 J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그냥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오거든요. 그런데다 초반에 보면 그의 스승도 언급되는데 얼마 안 가서 아예 사라져버리고.... 그 스승이라는 양반, 작품의 두 축인 J와 디엔드를 잇는 가교였는데 나중엔 제대로 언급도 안되더라구요. 설정 대충대충 큰 전개도 대충대충. 이 만화의 큰줄기는 되는대로라서 도대체 파악 불가능입니다. 그리고 10권인가 즈음에 가면 [아쿠메츠]와의 동시연재 때문에 믿었던 작화 퀄리티도 하락. 아니, 이래놓고도 만화에 대해 얘기한다고?


그게 참 어불성성이고 코웃음 나오는 얘기긴 한데.... 큰줄기는 아예 떼버리고 그냥 단편적인 에피소드들만 보면 가슴을 치는 것들이 제법 있어서, 그리고 가끔씩 놀라울 정도로 빛나는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그냥 내버리기엔 또 힘든 만화입니다. G펜의 거친 선이 만들어내는 박력도 상당하고. 해서, 가끔씩 나오는 오버액션과 엉망인 설정을 참아낼 수 있고.... 일본만화계에 대해서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일단 시공사에서 10권까지 나왔지만 모두 알다시피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어디선가 다음권을 출판할지는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불투명. 뒤로 가면서 만화계와 관련된 사회비판물 성격이 강해져서 그전과는 다른 재미가 기대됐었는데.... 특히 11권에선 출판업자들과 총판, 도매상들을 씹을 예정이었다 하죠. 그런 점에서 보면 국내판 출간이 멈춘 시기가 꽤 절묘합니다 이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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