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 양반의 이름을 꺼낸다는 게 참 고역입니다.... 이 이후로 황우석 얘기는 아예 안 하거나, 정말 못 참을 것 같은 순간에도 되도록 자제하기로 하겠습니다.

황우석이란 사람이 일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랬겠지.... 하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기자회견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 확신범이라는 걸.

오늘 기자회견은 말그대로 두리뭉실한 진실과 말장난으로 화제를 고의적으로 돌리고 책임회피를 향해 전력질주한 쇼타임이었습니다. 황우석은 이 자리에서 스스로 2005 논문의 가치를 파기시켜버리고, 2004 논문의 기술력이 사실이라는 것에 생뚱맞게 촛점을 맞췄죠. 딱 한가지만 보겠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줄기세포가 하나든 세개든 만드는데 일년이 걸리든 무슨 상관이냐고. 이미 기술이 갖춰져 있는데, 라구요. 무슨 상관이라뇨. 누가 얼마나 잘 생긴 세포를 빼내는 걸 뭐라고 했답니까. 바로 성공확률, 2000개의 난자에서 2개를 뽑아내던 기술이 2005년에 와선 2000개의 난자에서 11개를 뽑아내는 기술로 진화했다는 걸 보고 장애인들과 불치병 환자들이 희망을 가졌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하나든 셋이든 일년 후든... 이라뇨. 이것은 아예 대놓고 2005년 논문의 가치를 파기시켜버린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 당당함은 뭡니까. 300억을 들여 만든 연구실에 침입해 들어온 수퍼 곰팡이 때문에 그간의 연구성과를 날렸다고 주장하고 고향집에 금송아지 한마리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로 지금까지 그 엄청난 소모전을 치루게 만든 사람이, 열흘 뒤에 하나든 세개든 세포를 보여주겠답니다. 어찌됐든 세포가 있으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세포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죠. 과학이 무슨 미수 끌어다가 돈놀이하는 주식시장도 아니고-_-

이 조작이 명쾌해짐에 따라 황우석이란 사람에 대한 세계 학계의 신뢰도는 땅에 추락했습니다. 네이쳐든 사이언스든 포토샵으로 꾸미고 5년 전에 나온 딴 논문 사진을 잘라다 붙여 만들었던 그의 논문을 실어 줄 곳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300억을 곰팡이 때문에 날려버린 사람에게 정부가 계속 지원을 해줄까요? 정부가 만약 바보집단이라면 가능한 얘기겠죠. 그럼 대기업은 어떻습니까. 삼성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우리는 왜 이 작업이 그토록 돈을 펑펑 쏟아내는 수익 사업이라면 기업체 스폰서가 없었을까 하고 반문할 수 있을 겁니다. 난자확보에서부터 그 빈약한 성공률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이 사업은 무지막지하게 돈벌이가 불투명합니다. 기업체 스폰서가 있었다면 벌써 있었죠. 자, 상황이 이러한데 황우석의 획기적인 다음 논문은 과연 어디에 올려진다는 걸까요. 사우디 아라비아 왕실 부속 프리메이슨 잡지에라도 싣겠다는 걸까요.

소위 황우석이란 브랜드는,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습니다. 논문에 대한 진실과 대국민 구라가 규명됐다는 이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얻어야겠죠. 그래서, 현재 이뤄지는 논쟁이 노성일과의 진실규명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좀 여유롭게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아귀다툼으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 양반에게 농락 당한 사람들과 시간들을 생각하면, 정말 정이 안 떨어질래야 안 떨어질 수가 없군요 이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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