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비시 드라마, 솔직히 요즘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론에 있어서가 아니라 편성과 기획에 있어서의 문제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이 방송사에서 나오는 드라마는 가끔씩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우선 [내 이름은 김삼순]이 보여줬던 매니아 드라마와 대중 드라마 사이에서의 줄타기가 그랬고 철저하게 작가 지향이었던 [아일랜드]가 그랬으며(그러나 이 건은 이후 엠비시 드라마 시청율 부재의 서막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을 것이리라) [떨리는 가슴] 또한 하나의 강렬한 지점을 남겼다. 문제는 삼순이를 빼고 죄다 시청율이 엉망이었다는 것이지만. 그런데 지금, 다시 그놈의 엉망인 시청율의 낙인을 안고 서서히 묻혀져 가고 있지만 더없이 빛나고 있는 드라마가 엠비시에서 방영되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태릉선수촌]이다.
무릇 스포츠 드라마는 승부와 감동이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주축이 된 일정한 공식을 타고 그에 대한 변주에 변주를 더함으로써 진화해 왔다. [태릉선수촌]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그리 땀내 물씬한 고색창연한 이야기가 아니다. 승리와 좌절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태릉선수촌]은 대단히 감각적으로 선수촌의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니까 이것은 금메달를 향한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아니라 운동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이들의 삶에 대한 드라마다.
가을 개편 특집으로 베스트극장의 4주 연속 방영 전 8화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유도, 양궁, 체조, 수영의 각 분야에서 자리한 네 명의 남녀를 보여주면서 각 화가 이야기적으로 완결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단히 트렌디한 감각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트렌디하다는 것은 현재 [달콤한 스파이]를 진행시키고 있는 LK사단의 드라마들처럼 지극히 가볍고 세태지향적이란 점에서가 아니라 청년층의 근원적인 정서를 그들의 호흡에 맞춰 절묘하게 잡아낸다는 의미에서 트렌디하다고 칭할 수 있다. 굳이 비슷한 성격을 찾아보자면 [GO]를 떠올릴 수 있겠으며(사실 편집이나 촬영 측면에서 상당히 흡사한 느낌을 받게 된다) 어떤 이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가 보다 리얼한 변주로서의 드라마로 훌륭하게 컨버전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