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애와 관능의 탐험가 도미시마 다께오
섹스를 파는 소설가 도미시마 다께오(富島健夫)

“제가 다에꼬 18살 이예요”
넘길수록 진해지는 본격성애소설.
‘여인추억’시리즈의 여인들이 달아오른 여체의 비밀스런 몸짓을 당신에게만 은밀히 보여드립니다.

이것은 ‘어떤 소설’의 광고다. 1990년 ‘풀빛출판사’에서 펴낸 『소설 창작의 길잡이』(우리소설모임 지음)는 이 광고문구를 소개하면서, 이 소설이 ‘무엇을 ‘팔고 있는가’를 질문 한다. 『소설 창작의 길잡이』는 “소스라쳐 깨어나면서 팥알만한 유두가 손가락을 마중 나왔다. 오랜 비바람에 풍화된 무덤같이 유방이 그 아래 누워 있었다. 도엽은 발작적으로 그것에 입술을 찍었다. 혓바닥이 껍질을 벗고 늑대처럼 달려 나왔다. 그는 바람을 빨아들이듯 거칠게 유방을 한입 베어 물었다”라는 ‘다른 어떤 소설’의 대목을 인용하며 이런 류의 소설은 ‘무엇을 팔고 있는 지’를 다시 묻고 있다. 『소설 창작의 길잡이』는 제목과 작가를 언급하는 것조차 무가치하다고 여겼는지 더 이상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류의 소설은 섹스를 팔고 있다. 그런데 섹스를 판다고 찍힌 책들의 정체는 뭘까.

광고 문구의 소설은 일본의 성애소설가 ‘도미시마 다께오’의 것이다. 다른 것은 1980년대 이름을 날리던 국내대중작가 ‘박범신’의 최초의 신문연재소설 『풀잎처럼 눕다』다. 섹스를 판다는 혐의는 박범신으로서는 좀 억울할 듯 싶다. 박범신의 소설은 섹스를 양념으로 가져갔을 뿐이다. 그렇게 많지도 않다. 이런 저런 섹스 양념을 걷어내면, 80년대 고향을 떠나 도시로 진입한 젊은이의 고단한 생과 절망이 꽤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다. 우리시대 최고지성의 산실이라는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문순태’의 『걸어서 하늘까지』와도 비슷한 울림을 담고 있다. 읽고 나면 짠한 느낌과 함께, 일그러진 사회에 살던 당시 젊은이들의 욕망과 아픔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대중문학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고급스런 정서적 체험을 준다.

반면 『여인추억(女人追憶)』은 첫 권 첫 장부터 7권 마지막 장까지 내내 섹스만을 이야기, 아니 ‘묘사’한다. 다양한 여인들과 맺는 대학생 마사오의 섹스 체험담으로 가득 차 있다. 고급스런 정서적 체험은 고사하고, 줄기차게 나오는 섹스장면과 노골적인 성적 대화로 읽고 있다는 것을 숨겨야 할 법하다. 이 책은 몸의 체험, 즉 사타구니에 기생하는 ‘형이하학’적 환상을 충족시키고 있다.

『소설창작의 길잡이』가 다그쳐 물었듯이 『여인추억』은 분명히 섹스와 환상을 파는 소설이다. 작가 도미시마 다께오는 섹스와 환상을 빚어 파는 장사꾼이다. 사타구니가 가려웠던 10대 시절 이 장사꾼에게 홀린 사람들은 그 마법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있어 “고등학교때 몰래 읽던 책인데 나이먹고 읽어볼라구 했더니 도저히 찾기가 힘드네요.... 보유하고 계신분은 연락좀^^”이라며 헌책방 사이트를 헤메고 다니거나, 아래와 같은 체험담을 남긴다.

당시 야소설이 유행했다. 내가 기억하는 작가로는 ‘도미시마 다께오’.. 멜로와 야설의 환상적인 결합이라고나 할까, 아주 훌륭한 일본의 야설 작가다. 이 사람의 책을 보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안통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저 작가 이름 기억했다가 한번 찾아서 읽어보면은 좋을 것이다. -_-, 동정 1.2’ 추억 4부작’ 이 책들은 꼭 권하고 싶다. 강추다. 이 작가가 쓴 작품으로 여인들의 방이란 책이 있었다. 이 책을 걸렸다. 물론 책 주인은 나였고, 친구들 사이에서 돌고 돌다가 창열이 차례가 돼서 책을 건네줬는데 아 글쎄 이놈이 책을 받으면은 얼른 가방에 다가 집어 넣을 것이지, 그 책을 높이 들더니, 자랑을 하는게 아닌가…-_- 그때 폭력선생이 타이밍이 좋게 들어왔고, 책 주인인 나는 디지게 맞고 부모님이 학교에 나오셔야 했다

성애와 관능의 탐구가 도미시마 다께오

도미시마 다께오는 80년대 후반 『여인추억』 시리즈를 통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지금은 폐간 된 [선데이서울]을 통해 광고 되었고, 일반서점보다는 동네 작은 서점이나 문구점, 터미날 가판서점 등에서 주로 판매되었다. 처음 한동안 이 책은 ‘풋내기’로 불렸다. 시리즈 연작의 첫번째 권의 제목이 ‘풋내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출판사를 바꿔가며 출판되다, 원작제목을 따라 결국 『여인추억』이란 이름으로 굳어졌다. 현재는 전자책 서점 와이즈북에서 시리즈 각 권마다 ‘여인의 향기’, ‘더 깊은 만남’ 등으로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누군가가 일일이 타이핑을 했는지, 야설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인추억』이 거둔 짭짤한 성공 이후 군소 출판사들이 앞 다투어 『초야』,『동정』,『여인의 마을』, 『야희』, 『밀회』, 『사랑보다 깊은 유혹』, 『벌거벗은 여인』 등 10여 종이 넘는 작품을 번역출판 출판하였다. 연작인 경우 시리즈가 완결되지 않거나 동일한 책인데 출판사가 다른 경우도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10여 종이 넘게 번역되었지만, 정작 작가에 대한 소개는 책 표지 뒷면에 소개된 겨우 200자 내외 작가 약력일 뿐이다. 굳이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소화되는 성애소설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도미시마 다께오’라는 브랜드가 성애소설 마니아들에게 형성되어 있음에도 그렇다는 것은 출판사와 번역자의 정성 부족이다.

도미시마 다께오는 쇼화 6년, 1931년에 한국에서 태어났다. 패전 후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와세다 대학 불문과 재학 중에 「상가의 개」를 <신초오(新潮)>에 발표 ‘아쿠타가와(芥川)’상 후보가 된다. 처녀출판 한 『검은 강』은 영화화 되어 제법 화제를 불렀다. 졸업 후 1955년부터 출판사에 근무를 했고, 그때부터 전업 작가 생활에 들어가 청춘소설과 관능소설(일본에서는 ‘관능소설’로 분류된다)을 썼다. 주요작품은 『검은 강』, 『어린 아내』, 『초야』, 『청춘야망』 등이 있다. 98년 2월에 폐암으로 죽었다.

그의 소설은 꽤 많이 영화(그 중 많은 것은 로망포르노로 제작되었다)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도미시마 다께오가 처음부터 성애소설을 쓴 것은 아니다. 성애소설의 주인공들이 주로 20대 전후의 청년이듯, 그는 청춘을 테마로 한 소설을 많이 썼다. 한국에서 ‘초야’로 번역된 1977년 작 『초야의 바다(初夜の海)』는 단행본으로 발매된 동시에 발행금지 처분을 받은 ‘문제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84년에 <토쿠마(德間) 문고>에서 복간되었다. 당시의 일본사회에서 조차 그가 묘사하는 성애와 관능의 세계는 용납하기 힘들었던 같다.

국내에 소개된 것만을 한정해서 그의 작품을 한눈에 꿰뚫고 싶다면, 『여인의 마을(女神の里)』 과 『여인추억』, 『초야』를 읽으면 된다. 10대 초반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여인의 마을』과 20대의 『여인추억』, 30대의 『초야』를 통해 각 연령대별 성적 환상과 비밀스런 놀이를 추적할 수 있다.

『여인의 마을』은 1890년대 일본사회를 배경으로 10대의 소년이 동년배 및 연상의 여성들과 맺는 성적체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갓 중학교에 입학한 소년, 엔타로는 19세의 처녀 아레에 의해 처음으로 성에 대해 눈을 뜬다. 여자친구 기꾸와의 비밀스런 성 놀이를 축으로 10대 소년들의 성적 환상과 주변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이어진다.

『여인추억』은 50년대 중후반의 일본사회를 배경으로 20대의 대학 초년생 마사오의 여체탐험을 다루고 있다. 『여인추억』에는 많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여자친구 다에꼬 외에 대학동기 묘우미가 주요한 여성 캐릭터지만, 그 외 고등학교 여선생 바쯔, 하숙집 미망인과 그 딸, 매춘녀, 대학동기 등이 등장하여 다양한 성적욕망과 육체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마사오와 수년에 걸쳐 관계를 갖는 고향의 연인인 다에꼬의 육체적 성장과 점점 대담해져가는 성적 표현을 추적해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30대 독신주의자 이시이가 세 명의 여성과 엮는 섹스를 묘사하고 있는 『초야』는 앞서의 것들보다 훨씬 더 섹스의 묘사에 있어 강도가 높고 현대적이다. 결혼 후에도 이시이와의 섹스를 잊지 못해 불륜의 관계를 맺는 에이코, 섹스 파트너 에이코의 결혼식에서 만난 아키코, 에이코의 여동생인 17세의 여고생 준코가 이시이의 섹스 상대다. 『여인추억』이 넓게 펼쳐진 파노라마라면, 『초야』는 깊게 파고 들어가는 현미경이다. 에이코와 아키코는 질투와 협력을 병행하면서 이시이와의 성적 환상을 이어가고, 준코는 이시이에게 17세 소녀의 처녀를 바친다.

피학과 가학이 없는 성애소설

10여 종이 넘게 번역되었음에도 겨우 200자 내외의 작가 소개만을 가지고 있는 도미시마 다께오는 국내 대중문학 연구자들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어 왔다. 성애문학 자체가 소위 대중문학에서 조차 찬밥 신세인 C급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가에 대한 유일한 언급은 박성봉 교수가 2002년에 쓴 「느낌표의 예술」에서다. 그 자신 포르노에 대해 여전히 현기증을 느낀다고 어디에선가 고백하지만, 도미시마 다께오의 소설이 다른 포르노 소설과 달리 “여자와 여자 몸에 대해 부드럽고 섬세하게 풀어간다”며 일독을 권하는 적극적인 평가를 내린다.

무협소설이나 서부소설이나 외설문학 등은 남성 독자 중심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동굴초나 꿀딴지 등에서 시작하는 외설문학에도 격이 있는데, 전형적인 뽕 기운의 외설문학이라면 도시시마 다께오의 활홀한 만남을 포함해 네 권인가 만남시리즈는 대학생 정도의 독자에게 일독을 권할 만 하다. 아니면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한번 다루어보던가. 이 시리즈는 흔히 그렇듯이 남자 주인공의 성적 편력을 다루고 있는데 다른 비슷한 소설들과 구별되는 것은 남자 주인공의 여자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부드럽다는 점이다. 여성 몸의 반응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상당히 섬세하게 상황을 풀어간다

박교수의 평가대로, 도미시마 다께오의 성애소설의 특징은 단순한 성행위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여자의 몸과 표현, 심리에 대해 ‘나름대로’ 집요하게 묘사하고 추구해간다. 『초야』에서 17세 여고생 준코가 주인공 이시이와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장면이 장장 100여 페이지에 걸쳐 묘사된다. 첫 체험 이전에도 소위 ‘작업(스킨십)’의 과정이 몇 차례에 걸쳐 묘사되고 있고, 그 과정마다 어린 소녀의 두려움과 반응을 적절하게 삽입하고 있다. 『여인추억』에서는 마사오와 다에꼬, 혹은 마사오와 대학동기 묘우미 등은 끊임없이 서로의 의사를 물어가는 에로틱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감정과 욕망을 확인하고, ‘마침내’ 관계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히 보여주고 있다.

당황해선 안돼. 다에꼬 자신은 승낙했어도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할 수 있어, 부드럽고 차분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비참한 기분이 들게 해선 안돼..(중략) 첫번째 시도에 다에꼬는 마사오 밑에서 낮게 신음하며 몸을 뒤척였다. 피하려는 의도였다. 마사오는 다에꼬를 탓하기 보다도 자신의 초조함을 부끄러워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계속되었다. 다에꼬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마사오의 몸놀림에 따라가기는 하면서도 본증적으로 문을 열지 않았다.(『여인추억』)

이것이 서양의 성애소설을 비롯한 다른 소설들과의 차이를 보여주며, 도미시마 다께오 마니아를 형성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포르노 영화에 밝은 사람이라면 이미 꿰뚫고 있듯이 ‘행위’와 ‘테크닉’, ‘강도’를 중시하는 서양포르노와 달리 ‘분위기’와 ‘상황’을 중시하는 일본포르노의 일정한 반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포르노 영화에서 분위기와 상황은 ‘영상’의 직접성이 주는 수치심과 표현의 변태성에서 기인하는 폭력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도미시마 다께오 성애소설은 일본 포르노 영화와는 달리 수치심과 변태성을 ‘적절한 대화’와 ‘순화된 표현’을 통해 일정부분 벗겨내는 차이가 있다. 섹스를 하는 남녀의 분위기와 상황에 ‘일상적인 느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도미시마 다께오가 소설에 불어넣는 일상적인 느낌은, 남녀간 섹스에 대한 대중들의 상식을 그대로 녹여내는데 있다. 앞서의 인용에서 보이듯, 여타의 다른 소설과 달리 남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유도되는 섹스가 없다. 그것은 도미시마 다께오가 다른 소설들이 내비치는 폭력성을 일부러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섹스를 앞둔 남녀간의 상황에 대해 대중들이 알고 있는 상식을 그대로 인정한다. 여기서 자신의 소설을 읽는 독자의 성적쾌감이 자칫 소홀해질 수 있지만, 적절한 대화를 삽입하여 성적쾌감을 이끌어 낸다.

혹시 이것이… 마사오는 그것을 살짝 눌러보았다. 그러자 다에꼬가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싫어?” 마사오는 다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 그만해.” 괴로와 하면서 다에꼬가 호소했다. “싫어?” “아니, 그렇지만 아파” (중략) “다에꼬도 해볼래?” 다에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무서워” “무서울 건 없어” 드디어 다에꼬의 한 손이 마사오의 등에서 떨어져 몸 앞으로 왔다. (중략) 손바닥이 바지 위에 머문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이것이 도미시마 다께오 성애소설이 편하게 읽히는 이유다. 일방적이거나, 피학과 가학의 극단적인 성행위 묘사에 담긴 폭력성을 거부하여 대중을 편하게 이끌고 있다. 그렇다고 도미시다 다께오의 성애소설이 성의 본질이나 성적 욕망에 대한 진지한 사색으로 우리를 유도하는 새로움을 담고 있진 않다. 대중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 오락성이듯, 도미시마 다께오의 성애소설도 남성의 성적환상을 적절한 방식으로 충족시키고 있을 뿐이다. 다만 잘된 대중문학이 흔히 자신의 소설이 처한 장르의 상투성을 적절하게 벗어나 있듯이 도미시마 다께오의 성애소설도 그러하다. 적절히 삽입되어 독자의 성적 긴장감을 높여 내는 대사나 순화된 표현으로 집요하게 여체의 반응을 이끌어내어 사실감을 높여내면서 상투성을 살짝 비켜서서 독자를 유인한다.

도미시마 다께오의 여인들

성애문학은 ‘외설문학’, ‘포르노소설’, ‘관능소설’, ‘성인소설’, 요즘은 ‘야설’로도 불린다. 학생들 사이에는 ‘빨간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류의 소설은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를 특징으로 한다. 물론 무협, 추리 등 대중문학이나 소위 순수문학에서도 꽤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찾아볼 수 있다. 성애문학은, 그러나 오로지 독자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뚜렷한 줄거리도 없이 노골적으로 성행위와 성적표현으로만 내용을 채우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소재를 차용한다. 아마추어 아설 작가들의 소설을 서비스하는 인터넷 야설사이트에서는 소재에 근거해서 강간, 근친, 레즈비언, 변태, 여학생, 연애인, 유부녀, 캐리어 우먼 등으로 나누고 있다. 포르노 영화와 다른 성애소설의 특성에 따라 세부장르를 나누자면 대략, 남녀간 정상섹스, 근친상간(incest taboo), 강간, 로리타(lolita), 본디지(bondage), 사디즘(sadism), 마조키즘(masochism), 그룹섹스, 동성간 섹스, 기타 이상성애(異常性愛)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도미시마 다께오는 번역본 만을 한정하여 보자면, 남녀간의 일대일 섹스를 주요하게 다루면서 약간의 그룹 섹스적 요소를 담고 있다. 동성간의 섹스는 없다기 보다는 남자주인공 주변의 여자들이 가끔씩 남자주인공과 함께 섹스를 하는 장면을 통해 간간히 여자들간의 섹스가 묘사된다. 그가 소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즐겨 차용하는 소재는 어린 소녀와의 섹스다. 학생복 차림을 연상시키는 어린 소녀와의 섹스는 ‘판타드림(fanta dream) 시리즈’ 등 일본 포르노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다. 번역된 그의 모든 작품엔 어린 소녀와의 섹스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어린 소녀가 자신의 첫경험을 바치기 위해 남자주인공을 유혹 하는 설정이다. 이 중 『초야』에서 17세의 준꼬가 이시이를 유혹해서 성관계를 맺기까지의 과정은 도미시마 다께오의 소녀 섹스의 압권이다.

소녀 외에 그가 자주 작품에 등장시키는 소재는 여선생인데, 가끔씩은 혼혈이거나 이국적 취향을 가진 여성으로 묘사된다. 『동정』에 등장하는 여선생이 그러한 경우다. 하숙집 미망인도 그의 어린 딸과 함께 자주 등장한다. 수년간에 걸쳐 억눌린 욕망을 주인공을 통해 서서히 터뜨리는 장면이 묘사된다. 『동정』, 『여인의 마을』, 『여인추억』 등에 등장한 연상의 친척 여인도 도미시마 다께오의 여인이다. 주인공 남자의 어린시절 성을 깨우쳐 주는 역할을 한다. 자전적인 체험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연상의 친척여인은 순화된 근친상간적 코드로 소설에 긴장감을 더한다.

도미시마 다께오의 여인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가 순종적이며, 성을 배우는데 적극적이다. “낮에는 요조숙녀이고 밤엔 창녀”라는 남성들의 속된 믿음을 저버리진 않는다. 『여인추억』의 다에꼬와 묘우미가 그렇고, 『초야』의 아키꼬가 특히 그렇다. 성애소설을 비롯한 포르노 장르는 남성을 위한 섹스 판타지다. 남성적 시각과 판타지에서 파생되는 여성의 대상화는 포르노에서 당연하게 여겨진다. 도미시마 다께오는 여체와 여성의 욕망에 대해 비교적 폭력성을 벗어나 있다 하지만, 숙녀와 창녀를 오가는 여성캐릭터는 장르적 특성에서 어쩔 수 없는 설정이다.

도미시마 다께오가 빗어낸 남자 주인공은 성에 있어서 대단한 능력을 겸비하고 있진 않다. 다만 절정을 앞둔 순간에 임신의 위험이 없는지 묻고, 콘돔을 챙기는 사려 깊음과 상대와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여러 차례 사정을 참는 꽤 괜찮은 능력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남자에게서 장난스러운 짓?음은 있지만 강간충동이나, 피학과 가학의 폭력성은 없다.

이처럼 자주 반복되어 등장하는 여인과 그들의 캐릭터는 도미시마 다께오 소설의 특징을 형성하는 상투적 장치로 기능 한다. 설득력과 치밀함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고정 캐릭터의 형성은 독자들에게 특정한 즐거움을 기대하게 한다. 도미시마 다께오 성애소설이 스스로의 취향에 맞다고 여기는 독자들은 계속해서 그의 책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미시마 다께오의 소설을 서점이나 헌 책방, 혹은 여전히 터미날 가판에서 찾아 낸 열혈 독자는, 이들 캐릭터들이 한껏 충족시켜줄 성적쾌감을 기대하며 조심스럽게 가방 안에 집어넣게 되는 것이다.

출처 : 만화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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