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주류 순문학 업계와는 삐딱선을 타는 한겨레 문학상의 선택 답다는 생각.
서술에의 방법론, 전쟁터의 치열함을 묘사하기 위한 형용사와 부사의 일관된 억제는 훌륭한 선택이었으나 전쟁의 슬픈 풍경을 담는 이야기 전반과 충돌한다는 느낌을 가끔씩 받았다. 작가의 의도에 더 충실했더라면 이보다는 더 건조해야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게 하면 그저 역사서이지 소설이 아니잖느냐, 라는 반론이 있다고 한다면 작품 전체적으로 감출 수가 없는 센티멘탈한 감수성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가 문제.
만화로 만든다면 사무라 히로아키가 딱일 듯. [무한의 주인]에서의 관문통과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221P '일본에 도착한 후... 사창가로 팔려갈 것이다.' 이 부분에서 '사창가'보다는 '유곽'을 쓰는 편이 더 나을 듯.
묘사의 간결성이 두드러지는 만큼 시원시원하게 읽히는 편. [엄지손가락의 기적] 때보다 조금 늦은 시간 내에 완독.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