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드디어 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 같다. '드디어' 타지마 쇼우+오오츠카 에이지의 문제작 [다중인격탐정 사이코]가 정식출간됐다. 번역기로 갈아낸 듯한 번역을 사인펜으로 직직 그은 것 같은 식자로 써서는 형편없는 인쇄로 박아내어진 이메일판을 꼬박꼬박 사둔 이들은 또 피눈물을 흘려야 할 듯.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된 카미조 아츠시-타지마 쇼우로 이어지는 강렬한 모노톤 스타일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중인격탐정 사이코]는 일찍부터 미학적인 하드고어씬들로 유명했다. 그러나 얼핏 보면 폭력에 대한 천착만이 중심이 된 것 같은 이 길고 복잡한 이야기는 오타쿠 1세대인 오오츠카 에이지가 바라보는 현대 일본에 대한 현학적이고도 노골적인 이죽거림이다.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으로 대변되는 오타쿠 1세대의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오오츠카 에이지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병리적 사건을 연속적으로 늘어놓으면서 미디어와 폭력에 중독되어가는 인간군상들을 신랄하게 비웃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타지마 쇼우의 스타일리쉬한 작화가 이 작품의 독자 및 예비만화가들로 하여금 그 스타일에 매혹되고, 결국은 신나게 베끼게 만들었다는 결과였다. 그래서 오오츠카 에이지의 독설의 계승자는 사라지고 건들거리면서 똥폼 잡는 모노톤의 싸구려 히어로들과 의미 없는 피가 넘쳐나는 만화들이 양산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아마도 독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플롯과 냉소적 스타일에 과도하게 신경 쓴 이 작품이 가지는 위치는 처음 나왔을 때 작품이 불러일으킨 센세이션과 비교하면 이제는 그에 대한 반작용과 비판도 겪어낸 터라 많이 하락한 편이다. [케로로 중사], [신세기 에반게리온], [NHK에 어서오세요]와 더불어 소년에이스란 잡지의 종잡을 수 없는 포지션을 확립시킨 작품. 아마 이 작품을 그립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아직도 저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단어에의 매혹을 가지고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리라.

 

1. 이번에 나온 정식 국내판본은 작화에서 절단면과 체모부분에 모자이크 처리가 이뤄져 있다.

2. 종이질이 별로다. 우리나라 만화책과 일본 원판의 종이질의 차이야 그 전부터 노골적인 차이가 있긴 했었지만 [다중인격탐정 사이코]의 종이질은 원판이 가진 종이퀄리티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작화의 스타일과 비교해 볼 때 그 격차가 더 커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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