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난무난. 정석적인 무난함.

현재 일본에서 청춘소설의 분명한 지표로 자리하고 있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원작이 가지고 있던 날 선 느낌은 싹 빠진, 쿠도 칸쿠로우의 트렌디한 감각이 드러나는 각본은 이 양반의 탈정치, 탈중심주의적 세계관이 작중의 스기하라의 소망, 어떤 것에도 구속받고 싶어하지 않는 정신과 맞닿아 증폭된 결과로 보인다. 늦게서야 봤는데, 그럭저럭 볼만했다.

솔직히, 1권을 봤을 때도.... 정말 재미없었다-_- 그때가 93년인가 94년인가 즈음이었는데 워낙 이 작품에 대한 명성이 사방천지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던 터라 잔뜩 기대하고 접한 것이었지만.... 뭐 이번엔 작심하고 19권 완결까지 끝을 봤는데. 허허.... 역시나 재미가 없었다-_- 우선 쌍팔년도 감각의 갭이란 것이 이렇게 처절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하드보일드한 범죄세계의 리얼함에 바탕을 두고 있는 '척'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어쩔 수 없이 [마스터키튼]을 제시할 수밖에 없겠다). 전혀-_- 현실적이지가 않고 얼치기로 빼 온 티가 너무 나서, 차라리 [바람과 나무의 시] 같은 것은 환타지의 영역에서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이 작품은 그 어설픈 리얼함이 되려 독이 되어 작용하고 있다. 작품 전체에 만연한 호모섹슈얼리티 코드는 빈번하게 작품의 흐름을 바꿔놓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반복되다 보니 지겨운 맛이 날 정도였고 제목의 바나나피쉬란 물건은 뒤로 가면서 별반 영향도 못 미치는 소재거리로 전락한다. 카미조 아츠시와 오토모 가츠히로를 반반씩 섞은 것 같은 작화와 연출은 뒤로 가면서 나아지지만 중반부까지 스토리의 어설픈 리얼함과 맞물려서 일으키는 화학반응 탓에 상당하게 거슬리는 편.

정석적인 소년만화. 그런데 문제는 그 재미의 키워드 중 상당 부분이 패러디라는 것. 그것도 꽤 매니악한 영역의 것들을 천연덕스럽게 건드린다. 카도카와쇼텐 출판이라는 뒷배경이 있기 때문에 건담과 반다이 관련 패러디를 마음껏 뿌리는 것이 가히 장관.


[도시로올시다]는 저 [오늘부터 우리는]의 작가의 신작이고, [조폭선생님]은 드라마 [고쿠센]의 원작이 된 만화. 둘 다 힘빼고 시간 때우기엔 최적인 만화들.

[올드보이]와 경제사회라는 주제로 발표를 준비하는 중이라 접하게 된 물건. [올드보이] 자체로는 끌어낼 건덕지가 별로 없는 터라 원작 [올드보이]의 배경이 된 버블붕괴와 영화 [올드보이]와의 시대적 일치점, 그리고 [복수는 나의 것]을 중심으로 잡은 박찬욱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이 [올드보이]에서 어떻게 승화되었는가를 분석하여 그 두가지 틀을 기초로 영화 [올드보이]의 표상적 기조를 잡아낸다.... 라는 것이 목표이나. 빡쎄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