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보길 미루고 미루던 [써전 아이즈]를 결국 완결 40권까지 읽고야 말았다.... 음.

아이큐점프의 [드래곤볼]이 대박을 치면서부터 후속주자로 나온 소년챔프에서 그에 대한 대항마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가며 지면에 연재를 깔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이 [써전 아이즈]였다. 요마물이라는, 당시 우리나라 환경에서 더없이 낯설었던 장르와 인도신화를 바탕으로 깐 흡입력 있는 설정들, 간간이 엿보이는 [우로츠키 동자]와의 이미지적 일치점,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귀여웠던 히로인 파이 덕에 상당한 매니아층을 만들어내는 덴 성공하지만 만화의 단계를 넘어선 만화였던 [드래곤볼]에는 역부족이었던지라 결국 대원에선 2부 정도까지 연재를 하고는 후속 판권계약 및 연재에 있어서 지지부진한 입장을 보이고 있었고 그 도중에 퀄리티가 제법이었던 '무삭제' 해적판이 한 차례 나왔으며 그로 인해 인기를 다시 얻게 되자 서울문화사에서 판권을 인수하여 재출간했다.

소년챔프 별책으로 출간 연재되었던 [써전 아이즈]의 2부는 무지막지한 가위질 및 화이트질의 생생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 중후반 즈음이 되면 파이가 속옷 차림으로 내내 왔다갔다 하게 되는데 그걸 일일히 화이트칠과 엉터리 사인펜질을 통해 억지로 슈즈를 입힌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아주 개판이었는데, 그 무지막지한 가위질을 본 다카다 유조가 밥맛이 떨어져서 더이상의 출판계약을 허락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써전 아이즈]는 요마물의 능숙한 변용이었다. 기쿠치 히데유키의 소설이나 마에다 토시오의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는 요마물의 성적인 표현들을 청년지 수준으로 줄이는 동시에 초반에 보여줬던 소소한 퇴마 에피소드에 이어서 힌두신화에서의 적극적인 차용을 통한 큰 줄기로의 전개로 이어지는 서사구조에서의 단단한 설정과 장치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펼치는 로맨틱한 이야기는 잘 빠진 만화의 완성을 기대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전 아이즈]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길을 잃었다. 15년이란 긴 연재기간 탓이었을려나. 사건을 벌리다 보니 수습이 안되는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 작품은 초기에 보여줬던 신선함은 거세되고 [드래곤볼] 풍 이미지들과 과도하게 난무하는 매력없는 액션씬, 큰 사건의 강조만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루즈한 전개로 작품을 사랑하던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준 것도 사실이다.

고백하건데 [써전 아이즈]는 어린 시절의 나를 완전히 사로잡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매주마다 소년챔프를 모조리 사기도 했었고 애니메이션이라든지 관련 정보의 수집에 있어서 이 작품만한 애정을 바친 만화가 없었다. 어린 시절의 정열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써전 아이즈]는, 적어도 내가 그렇게 하던 시절엔 그리 할만 한 가치가 충분한 만화로 나아가고 있었다. 영원을 살  수밖에 없게 된 소년과 원죄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소녀. 그리고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보여지는 둘의 만남이란 주제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환장할 지경이었다. 아직도 소년챔프에 연재됐던 1부의 마지막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스스로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소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는  남자가 오직 그녀를 찾아내기 위하여 끝없이 방랑하게 되는 마지막 씬. [써전 아이즈]는 어쩌면 좀 더 일찍 끝났어야 하거나, 후반부의 길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1부의 마지막을 그대로 가져온 40권의 마지막만큼은,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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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긁적 2005-10-2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막지한 부록을 노리고 소년챔프 1권을 샀었던 기억이 난다. 마법사의 아들 코리도 연재되었던 기억이 나누만. 언젠가 투니버스에서 본 써전아이즈 OVA 백사편(?)인가에 나오는 BGM의 멜로디가 구슬프게 아름다웠다.

hallonin 2005-10-2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히나가 연재되던 찬스도 안 사던 너가 살 정도의 부록이란 대체 무엇이었더냐...

배가본드 2006-07-02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째 보는 글이지만 눈에 띄길래.. ㅋ
중딩때 해적판을 접한이후 고딩때 완결을 찍었는데 그래도 그 대단원이 막을 내렸단 사실만으로도 기쁨이 몰려오던 만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