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접하긴 했는데.... 주인공 남매.... 화재 나서 엄마 잃고 집잃고 누나는 장님 된 상태에서 절에서 살아가다가 공부한답시고 암자로 떠난 동생은 굶어죽는다.... 라는 의외로 잔혹한 시추에이션이라 놀랐다-_- 보는 내내 상실과 그리움의 신파가 넘쳐나는지라 [플란다스의 개]가 생각나게 만드는데 그만큼 매끄럽지는 못하다는 느낌. 특히 누나의 역할이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뭔가 더 나아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느 순간 멈춰버린 기분이 드는 것은, 후반에 죽음으로의 길을 걷게 되는 동생의 비중이 이야기의 비극성을 한순간에 확대시켰기 때문인 듯.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불교에 대한 기술적으로 고려된 서사적 장치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노골적이었거나, 혹은 너무 관대했거나 둘중의 하나가 불러 일으킨 리스크일 듯 싶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분석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90년대 말에 피시통신과 같은 지하에서부터 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붐의 서브컬쳐적 역할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사람들로, 한마디로 말해서 매니아가 아니다. 그래서 매니아 계층의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다룬 서적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불만을 가지는 것은 정보의 부정확함과 작품에 심취한 이의 정서를 이해 못하는 과잉 해석의 내용들이었다. 반면, 사회분석틀로 애니메이션을 접한 사람들은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 흐름에 눈길이 간 것이지 애니메이션 자체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들뢰즈와 에드워드 사이드를 읽던 눈으로 본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편견과 마초성과 파시즘이 난무하는 세계였으리라. 우리나라는 일본과는 달리 애니메이션 시장의 전통이 흔치 않았고 동시에 애니메이션이 사회축을 흔드는 역할을 한 적도 없었기에 매니아의 수준이 분석가의 전당에 오를 정도는 되지 못한, 여전히 향유자의 입장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고 소위 분석가들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수박 겉햝기적 현학만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매니아와 전문 분석가의 이런 깊은 골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제작 현장에까지 이어져서 기술력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애니메이션을 생산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꾸준하게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비판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간과되었던 것은 바로 애니메이션 내의 서사에 대한 문제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인 것으로 끊임없이 인지되긴 했지만 아무도 뛰어들려고 하진 않았던 이야기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 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다. 비록 작품의 팬이라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잘못된 정보들과 다소 편협하게 선정된 예시들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분석에의 적극성과 고찰, 그리고 애정은 이런 류의 분석에 있어선 하나의 모범사례로 남을만 하다. 특히 저자 자신도 팬이라고 밝힌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서사흐름을 온갖 그래프와 모형틀을 동원해가며 풀어낸 부분은 압권.

처음 나왔을 때 읽고, 6년만인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글쎄.... 처음 읽었을 때와 느낌이 똑같다. 역시 별로다-_-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건 재밌겠으나 스스로 즐기진 못 하겠다.

드디어 거사를 치루는 두 주인공. 그러나 아직도 하드하게 꽂는 단계는 아닌데.... 뭔 원작소설이 계절 이름 따서 4권씩이나 나왔다냐-_- 아직도 봄밤인 걸 보면 일년 채울려면 어지간히 대하물이 될지도.

똥폼 잡는 먼치킨 소년물의 일가를 착착 이뤄나가고 있는 소년점프의 주력작품. 스토리에서 보여주는 막 나가는 에스컬레이터 구조가 볼때마다 배실배실 웃게 만드는데 그런 뻔한 서사에 반해서 똥폼을 연출해내는 작가의 능력은 꽤 괜찮다. 그리고 소울 소사이어티에서 벌어진 반전이 출중했던 편. 안티 욘사마코믹의 선두주자? 개인적으론 소이폰의 팬이다-_- 18권은 감격스럽게도 그녀가 표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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